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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시원하게!
천혜의 피서지 계곡

우거진 참나무 그늘에 기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싶은 계절이 찾아왔다. 그 사이로 들어온 햇볕이 물 위에서 춤추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싶어 하는 당신에게, 산천초목이 만든 푸른 피서지를 안내한다.

writing. 임산하 photograph. 한국관광공사 제공

가평
용추계곡
위치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승안리
짜릿하게 더위를 무찌르다

굽이굽이 산으로 둘러싸인 가평에는 여러 계곡 명소가 있는데, 용추계곡은 특히 맑은 물과 빼어난 경관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칼봉산에서 발원하는 이 계곡의 주변으로는 9개의 절경이 있어 ‘용추구곡(龍墜九谷)’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19세기 유학자 유중교 선생이 이곳의 풍광에 반해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아홉 굽이의 그림 같은 경치를 수놓았다’라고 한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용추계곡의 ‘그림 같은 경치’에 넋을 잃는다.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만드는 그늘 아래 계곡물은 쉼 없이 흘러가는데, 반복적으로 흐르는 물줄기에도 무상함보다는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용추계곡이 가진 힘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사라지는 듯하지만, 진짜 피서를 즐기기에는 물놀이만 한 게 없다. 장담하건대 용추계곡에 발을 담그는 순간 오싹할 정도의 시원함이 온몸을 감돌 것이다. 계곡만이 주는 짜릿한 ‘물맛’을 느끼고 싶다면 단연 용추계곡을 추천한다. 단, 취사 및 야영 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니 몸도 마음도 가볍게 떠나 보자.

단양
사인암
위치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사인암2길 42
명승지에서 누리는 물놀이

충청북도 단양의 경승지 ‘단양 팔경’ 중 하나인 사인암(舍人巖). 마치 바위를 조각하여 차곡차곡 쌓아 둔 것만 같은 이 암벽은, 고려시대 유학자 우탁(禹倬)이 ‘사인(舍人)’이라는 벼슬에 있을 때 이곳에서 그 아름다움을 즐겼다는 데서 ‘사인암’이라 불린다. 어디든 자연의 풍요로움이 발에 채이던 그 옛날에도 일부러 찾아왔을 정도였다고 하니 사인암의 멋은 이미 증명된 셈이다. 아래로는 남조천이 흐르는데, 이 물길이 만나는 아홉 굽이의 명승지를 운선구곡(雲仙九曲)이라 한다. 사인암은 단양팔경의 ‘제4경’이자 운선구곡의 ‘제7곡’이다. 남조천에서는 여름마다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옥빛 물속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고 고개를 돌리면 가파른 절벽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는 이곳에서의 물놀이는 그야말로 ‘구름 속의 신선[雲仙]’ 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단양군 내에서 관리하고 있어 안전요원이 있고, 구명조끼도 무료로 대여 가능하니 시원하고 안전하게 풍류를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정선
아우라지
위치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여량5리
절경의 너른 품으로 풍덩

아우라지는 ‘두 갈래 물이 한데 모여 어우러지는 나루’라는 뜻이다. 거친 구절천과 잔잔한 골지천이 만나 ‘조양강’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되는 정선 아우라지는 최근 들어 ‘차박 성지’로 손꼽히고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개수대와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어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데, 특히 여름에는 아우라지에서 물놀이도 즐길 수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깊은 산골에 위치해 시내에서도 병풍처럼 서 있는 웅장한 산을 마주할 수 있는 정선. 정선이 품은 자연의 매력은 아우라지에서 풍성하게 터진다. 주변을 두르고 있는 장대한 산세 아래로는 한가로이 하천이 흐르고, 고개를 올려다보면 그 어떤 인공물의 방해 없이 그저 널따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분명 아우라지의 풍경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여름 한낮의 더위에 지쳤다면, 아우라지는 어떨까. 시원한 물놀이는 물론 너른 자연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
원앙폭포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돈내코로 137
수려한 자연 속에서 즐기는 휴양

금실 좋은 원앙 한 쌍이 살았다 하여 붙은 이름, 원앙폭포. 원앙의 사랑이 곳곳을 아름답게 물들였기 때문인지 원앙폭포 주변은 수려한 자연으로 가득하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작은 못은 신비로운 청록색을 띠고,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가 둘러싸고 있어 마치 어느 화백의 작품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마저 드는데 이곳은 실재다. 여기서는 수영은 물론 스노클링도 할 수 있다. 한라산에서 내려와 맑은 물을 자랑하는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떠나고 그 자리를 청아한 새소리와 청명한 물소리만이 채우는 신비를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원앙폭포 아래에서 여름을 충분히 누렸다면 다음 코스로는 산림욕을 추천한다. 돈내코 유원지까지 약 700m의 숲길이 나 있는데, 푸른 나무가 우거져 있고 벤치가 마련돼 있어 중간중간 편히 쉬기에도 좋다. 비록 현재 코로나19로 유원지 야영장은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원앙폭포 주변의 자연만으로도 충분한 휴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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