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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와 KLPGA
투어의 지금
이제 골프는 친근한 스포츠이자 레저생활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로 관중과 함께하는 프로골프 무대가 다시 열렸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관중들의 열기가 뜨겁다.
writing. 안성찬 골프칼럼니스트(골프경제신문 대표이사)
골프의 유일한 결점, 재미
비온 뒤 거리 풍경을 살펴보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툭 터진다. 들고 있던 우산을 마치 골프클럽으로 착각한 탓인지 빈 스윙을 한다. 이색적인 도심의 진풍경이다. 거울을 보며 빈손으로 스윙 폼을 잡는 것이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되었다. 골프가 우리 곁으로 발 빠르게 다가온 이유는 무얼까. 골프가 가진 다양한 속성 탓이다. 영국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헨리 롱허스트의 말처럼 ‘골프의 유일한 결점은 너무 재미있다’는 데 있다. 재미가 없다면 누가 골프를 하겠는가. 내가 볼을 잘 치면 내가 즐겁고, 내가 못 치면 다른 동반자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골프 약속을 하면 밤잠을 설치고, 소소한 내기라도 하면 샷 하나에 희비가 오가며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국내 골프 상황은 독특하다. 스크린골프장과 골프 관련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가 넘쳐난다. SBS골프와 JTBC골프 채널이 24시간 골프방송을 한다. 종종 지상파는 물론 수시로 골프방송을 내보내는 케이블 TV가 JTBC골프&스포츠 외에도 3개나 더 있다. 여기에 각종 골프 예능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면서 마치 ‘블랙홀’처럼 골프마니아를 폭넓게 흡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자 골프가 탈출구 역할을 하면서 골퍼를 양산하고 있다. 골프의 중심이 베이비붐 세대(1955~1964)와 X세대(1969~1981)에서 MZ세대(1982~2012)로 이동을 하며 보폭을 더욱 넓혀 가고 있다. MZ세대 중에 2030이 골프판도 변화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골프인구는 51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 NH투자증권 대회(출처_KLPGA)
‘가족나들이’ KLPGA투어와
KPGA 코리안투어
한국갤럽이 실시한 ‘골프에 대한 여론조사 1992~2022’(4월 5~7일)에 따르면 국내 성인 34%는 골프를 할 줄 아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10년 사이 여성골퍼 증가가 두드러졌다. 남성골퍼는 2013년 29%에서 2022년 42%로 증가한 데 비해, 여성은 8%에서 26%로 3배 넘게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50대가 52%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41%로 그 뒤를 이었다. 18~29세도 22%나 됐다.
골프 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열리는 골프장은 주말 가족나들이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코로나19의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비단 수도권에서 열리는 대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갤러리들이 대회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샷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데다 운이 좋으면 다양한 경품이 손에 쥐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프로골프계와 달리 국내는 여자가 남자보다 대회 수 및 상금 규모에서 훨씬 크다. 인기에서도 단연 여자가 앞선다. 한국만이 가진 남다른 상황이다. 1968년 KPGA 창립 이후 남자프로골퍼는 7,000명이고, 1978년 KPGA에서 독립한 여자프로골퍼는 2,8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정규투어에 출전하는 남여 선수는 각각 150명 안팎이다.
KLPGA,
LPGA스타를 이어갈 재목에
관심이 쏠리다
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일 경기가 열린 5월 15일 경기 용인 수원컨트리클럽 1번 홀 티박스. ‘디펜딩 챔피언(Defending Champion)’ 박민지가 샷을 준비하자 주변을 둘러싼 ‘구름 갤러리’가 박수와 환호를 쏟아냈다. 박민지의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를 향해 직선 방향으로 날아가자 “굿 샷~”, “역시 박민지!”란 응원이 터진다. 2022시즌 KLPGA투어는 총 34대회, 총 상금 약 309억 원 규모로 모두 역대 최다다. 총 상금은 지난해보다 40억이 늘어 사상 최초로 300억 원을 돌파했다. KLPGA는 정규투어 외에 2부투어 드림투어 20개, 3부투어 점프투어 16개도 개최하고 있다.
KLPGA투어 인기는 한국이 골프최강국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선수들이 미국에 진출해 그린을 평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중에서 LPGA 스타를 이어갈 재목이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만큼 정상급 선수들이 많다는 얘기다. 여자프로들의 인기는 정통적인 스윙을 하는 데다 다양한 플레이와 패션 감각까지 조화를 이뤄 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현역 스타는 박민지, 임희정, 장하나, 박현경, 이소미, 유해란, 김지영2 등을 꼽을 수 있고, LPGA투어로 진출한 최혜진과 안나린의 자리를 이채은2, 이가영, 김수지, 이예원, 마다솜 등이 채우고 있다. 올해 여자는 박민지가 지난해 ‘6승’을 올리며 독주한 것과 달리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KLPGA투어는 고진영을 비롯해 김효주, 유소연, 박성현 등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종종 출전하면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 매경오픈(출처_매경, GS칼텍스)
KPGA,
기존 대회 수와 상금액의
최고 기록을 세우다
KPGA 코리안투어는 올해 22개 대회로 총 상금 160억 5000만 원+α로 진행된다. 이는 기존 대회 수와 상금액에서 최고 기록이다. 기존 최다 대회 수는 2008년의 20개(총 상금 114억 682만 96원)이었고, 기존 최다 총 상금은 2021년의 156억 원(대회 수 17개)이었다. 현재 총 상금 규모를 협의 중인 대회는 4개다. 신규 대회는 LX 챔피언십 1개, 기존 대회는 코오롱 제64회 한국오픈 포함 3개다. LX 챔피언십과 기존 3개 대회의 상금 규모에 따라 투어 사상 최초로 총 상금 200억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 2부투어 선수가 함께 뛰는 스릭스투어도 총 상금 17억 원에 20개 대회가 열린다.
KPGA 코리안투어도 나름대로 골프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KPGA투어 겸 아시안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도 갤러리로 넘쳐났다. 5월 5일부터 8일까지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이 대회에 첫날부터 ‘구름 관중’이 몰렸다. 허인회와 이태희, 그리고 박상현이 티오프할 때 1번 홀 티박스에만 1000여 명이 몰려들어 티샷 할 때마다 박수갈채와 열렬한 환호성을 보냈다.
첫날 5000여 명의 갤러리가 매경오픈을 찾았다. KPGA를 찾는 갤러리들은 KLPGA투어의 선호도와 조금 다르다. 시원한 장타력이나 기술샷을 잘하는 선수들을 뒤따르며 응원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박상현, 옥태훈, 박은신, 김민규, 장희민, 김비오, 김재호, 함정우, 김민준, 이형준, 이준석, 김한별, 허인회, 이태희 등이 견고한 기량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에 ‘훈남’ 홍순상과 유럽에서도 잘 알려진 ‘낚시꾼 스윙어’ 최호성도 인기다.
골프 관련 사업의 지속적인 발전
해외골프투어가 풀려도 국내 골프 열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징후는 곳곳에 나타난다. 골프에 입문하기 쉬운 스크린골프장이 여전히 늘어나고,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코스도 건설 중이다. 대기업에서 IT(인공지능)를 접목해 골프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골프 저변 확대에 불을 댕기고 있으며, 여심을 잡는 골프어패럴 업체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CJ그룹 등 대기업을 비롯해 금융그룹, 중소건설사, 화장품, 푸드 기업까지 앞다투어 골프대회 및 골프단을 창설해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골프 대중화에 공헌하고 있다.
코오롱FnC의 골프브랜드인 ‘왁’도 올해 브랜드 홍보대사로 가상인간 ‘수아’를 내세워 라운드에 나선 모습 등 실감나는 스토리를 계속 선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보이스캐디’를 출시한 브이씨와 협업해 골프장에서 보다 정밀한 거리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골프용품을 비롯해 이동 및 조립식 스크린골프장을 판매하는가 하면 금융사 및 카드사들도 회원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골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앞으로 골프의 젼형적인 틀을 깨고 있는 MZ세대 골퍼들이 만드는 한국의 미래 골프문화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