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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하게 피어난 봄꽃
봄빛을 가득 품다

우리가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는 사이, 봄꽃은 선물처럼 피어나 봄소식을 알린다. 봄바람을 타고 오는 꽃향기에 마음이 달뜨는 요즘. 상춘객이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해 우리나라 곳곳의 봄꽃 명소를 소개한다.

writing. 임산하

강릉
경포호
위치 강원도 강릉시 저동, 경포호
마음에 해말간 봄빛 수를 놓다

세상의 빛을 담아 눈부시게 띄우는 경포호. 그 아름다움은 쉽게 형용할 수가 없는데, 어쩌면 경포호의 멋을 가감 없이 표현해 낸 단어는 ‘경포호’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경포호(鏡浦湖)는 말 그대로 ‘거울을 닮은 호수’이다. 어떤 것이든 담아내는 거울처럼 호수는 티 없이 맑다. 특히 햇빛과 달빛을 오롯이 받아 호수 위에서 반짝이는 윤슬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에도 그 빛이 들어찬 것만 같은 고요함에 빠지게 된다.
줄곧 시원한 파도가 밀려오는 경포대 해수욕장과는 다른 호젓함이 매력으로 꼽히는 경포호는 특히 벚꽃이 피는 봄이 장관이다. 경포호를 둘러 피어난 벚꽃의 향기는 잔물결처럼 은은하게 퍼지고, 그 빛깔은 해사하게 호수를 물들인다. 벚꽃 잎은 깊은 밤에도 투명하게 빛난다. 매년 4월마다 강릉의 대표적인 축제로 꼽히는 ‘경포벚꽃잔치’가 열리는데,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꽃에는 시국이 없다. 언제나 봄은 오고, 벚나무는 또다시 해말갛게 꽃을 피우기 마련이다. 다정히 봄을 맞이하고 싶은 당신에게 경포호만 한 곳은 없을 것이다.

남해
두모마을
위치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 양아리 137
노란 유채 물결에
풍덩 빠지다

남해 두모마을에는 ‘두모 유채꽃 메밀꽃 단지’가 있다. 유채꽃은 이곳의 계단식 논 일대에 노란 물결을 이루며 피어난다. 층층이 쌓인 유채꽃이 장관을 이루는데, 이곳에 있으면 정말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성인의 다리 높이 정도에서 피어나기 때문일까. 유채꽃 군락으로 들어가면, 봄이 우리 다리에 달라붙어 영영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유채꽃은 그렇게 가까이에서 봄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두모마을의 유채꽃밭 풍경이 실로 눈부신 까닭은 유채꽃 너머에 있다. 하늘과 맞닿은 남해, 그 짙푸름이 절경을 이룬다. 바다가 보이는 풍경의 양쪽으로는 야트막한 산이 자리하고 있어 산수가 빼어나게 어우러진다.
남해 두모마을 주변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해안로를 따라 환히 피어난 벚꽃이 우리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기 때문이다. 시원하게 누리는 봄바람은 덤이다. 언제나 멋진 여행지로 손꼽히는 경상남도 남해. 이곳에서 봄의 절경을 풍성하게 누리기를 바란다.

여수
오동도
위치 전라남도 여수시 수정동 산1-11
봄 햇살 속 수려하게 빛나는 동백꽃

전라남도 여수는 사계절 모두 매력적인 여행지로 손꼽힌다. 그중에서도 봄의 여수, 봄의 오동도는 결코 놓칠 수 없다. 너른 바다 한가운데서 후박나무, 팽나무 등 다양한 수목이 울창하게 자라나는 오동도에는 특별하게도 동백나무 군락이 있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짙은 그늘 사이사이를 붉게 채색한 동백꽃. 그 선명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동백꽃은 꽃이 질 때도 낱 잎으로 떨어지지 않고 꽃송이째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땅 위에도 꽃이 피어난 것만 같다.
그 옛날 오동나무가 많았다 하여 오동도라 불리지만, 이제 이곳은 동백섬 그 자체이다. ‘오동도’ 하면 ‘동백나무’가 떠오를뿐더러 오동도로 바래다주는 열차 이름도 ‘동백열차’이니 말이다. 여수 오동도의 동백은 2월 즈음부터 꽃을 틔우고 3월 중순경에는 새빨갛게 피어난다. 그렇게 잠시 수려함을 빛내다 어느 순간 툭 떨어져 버린다. 나무에는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추운 겨울에 꽃을 피워 내는 내면의 단단함이 동백꽃의 일생을 관통하는 것은 아닐까.

광양
매화마을
위치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548
털구름처럼 피어난
새하얀 매화

3월이 되면 섬진강을 따라 매화가 새하얗게 피어난다. 그윽한 향기를 뽐내는 매화는 마을 곳곳에도 빼곡히 피어나는데, 그 모습은 마치 털구름이 내려앉은 것만 같다. 마을 뒤로는 지리산이 유려한 산세를 뽐내고 있어 사방이 장관인 이곳은 광양 매화마을이다. 매화마을은 봄마다 상춘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 어귀에서부터 봄빛을 머금은 매화가 우리를 환영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봄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머리 위에도, 마을 길 곳곳에도, 그리고 매화마을을 거니는 우리 마음에도 봄은 자연스레 피어난다. 우리 자신이 계절에 동화됨을 느끼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봄꽃이 주는 힘인지도 모른다. 비록 코로나19로 매화축제는 잠정 취소되었지만, 다음이 있다면 매화마을에 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팬데믹으로 놓친 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촘촘하게 피어난 하얀 매화꽃 사이로 조화롭게 피어나는 홍매화는 매화마을 속 아름다움의 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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