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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고지신의
    막걸리

    • 글. 임산하
  • ‘아재술’이라 불리던 막걸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통과 발전의 조화를 통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우리에게 가까이다가오고 있는 막걸리. 막걸리의 변신에 주목할 때다.
술취한 원숭이 이미지 출처 _ 술샘 홈페이지
막걸리의 변신은 무죄

막걸리가 변화하고 있다. 토속적인 이미지를 특별함으로 탈바꿈해, 전통성에 현대성을 접목한 주류로 한 걸음을 내디딘 막걸리. 막걸리에게는 ‘온고지신의 술’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것을 아는 자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MZ세대의 정서와도 들어맞는다.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들이 원하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낯선 것이 아니다. 그들은 언제나 ‘변화’에 주목한다.
막걸리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여겨본 것은 MZ세대였다. 이른바 ‘힙해진 막걸리’에 관심을 보이며 당당히 소비 주체로 떠오른 그들은 자연히 막걸리의 변신에 불을 지폈다. MZ세대의 흥미를 끌기 위해 더 다양한 양조장들이 전통을 지키면서도 이색적인 막걸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스파클링 막걸리의 포문을 연 ‘복순도가’에 이어 ‘술샘’은 ‘술 취한 원숭이’라는 이름의 붉은색 막걸리를 출시했다.
다양한 협업 상품도 눈에 띈다. 국순당과 크라운 제과의 ‘죠리퐁당’, 한강주조와 곰표의 ‘표문 막걸리’가 대표적인 예이며, 지평양조는 쉐이크쉑과 함께 막걸리 쉐이크를 한시적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곰표 막걸리 표문 이미지 출처 _ 한강주조 홈페이지
단단한 전통 속 특별한 변화

막걸리의 변화는 맛에만 찾아온 것이 아니다. 서울탁주는 라벨에 특별한 디자인을 입혀 ‘인생막걸리’를 출시했다. 여러 세대를 겨냥한 3가지 라벨은 소비자에게 막걸리를 고르는 재미를 주었다.
막걸리를 즐기는 장소도 진화했다. ‘막걸리 바(bar)’의 등장은 막걸리의 이미지를 전복시키기에 충분했고, 토속적인 분위기가 아닌 우아하고 현대적인 공간에서 마시는 막걸리는 많은 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어쩌면 막걸리를 바에서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막걸리 양조장마다 맛과 디자인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 왔고, 앞서 이러한 시도에 대한 좋은 성과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막걸리의 변신에 힘입어 막걸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5,000억 원대로 성장했으며,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에서는 MZ세대의 막걸리 구입 비중이 최근 3년 새 2배 정도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통이라는 단단함 속에 변화라는 특별함을 가미한 막걸리. 튼튼하게 뿌리 내린 뒤 내뻗은 가지는 그 또한 튼튼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막걸리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