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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의 희망을 연주하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 글. 임산하
  • 예술의 나라 오스트리아의 자부심이라 할 수 있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이하 빈 신년음악회). 오스트리아에서는 매년 1월 1일 오전 11시 15분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빈 신년음악회를 진행한다. 전 세계 90여 개국에 송출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한 이 음악회에 우리도 귀를 기울여 보자.
위로와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선율

빈 신년음악회의 출발점에는 1939년 12월 31일의 송년음악회가 있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 입은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음악회가 열렸고, 다음 음악회는 1941년 1월 1일 신년음악회로 진행하면서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빈 필하모닉이 건네던 위로는 이제 희망이라는 선물이 되어 우리에게 전해진다. 그래서 언제나 앙코르 연주로 빠지지 않는 곡이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Ⅱ)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An der schonen, blauen Donau)’와 그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Johann Strauss Ⅰ)의 ‘라데츠키 행진곡(Radetzky Marsch)’이다. ‘왈츠의 왕’이라고도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부드럽고도 경쾌한 왈츠 박자를 중심으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작곡했다. 강물처럼 잔잔하게 흘러가는 금관악기와 목관악기의 음률 위를 현악기가 잔물결 치듯 연주되는 이 곡은 1866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해 실의에 빠진 국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또한 ‘라데츠키 행진곡’은 언제나 대미를 장식하는 앙코르 곡이다. 1848년 북부 이탈리아로부터 영토를 지킨 오스트리아 장군 ‘라데츠키’의 ‘행진’이라니, 제목에서도 웅장함이 느껴진다. 이 곡이 시작될 때 지휘자는 관현악단이 아닌 객석으로 몸을 돌리고 청중들은 약속한 듯 곡의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공연을 관람하기 시작한다.
잔잔하고도 성대한 두 앙코르 곡은 ‘희망’이라는 단어와 닮아 있다.

변화의 한 걸음을 내디딘 빈 필하모닉

빈 신년음악회의 또 다른 매력은 공연장에 있다. 빈 신년음악회는 현재 세계 최고의 클래식 공연장으로 불리는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 황금홀에서 진행되는데, 건물 외부의 경건함과 내부의 화려함은 1월 1일이라는 시간이 주는 ‘소망’과 ‘활기’와 잘 어울린다. 또한 공연장 내부의 눈부신 샹들리에와 다채로운 생화는 빈 신년음악회의 생동감을 배가시킨다.
그 생동감은 객원 지휘자를 통해서도 만들어진다. 빈 필하모닉은 상임 지휘자 없이 객원 지휘자를 모집하여 늘 색다른 선율을 빚어낸다. 이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그 자리가 늘 유럽계 백인을 위해서만 열려 있어 질타를 받기도 했다. 물론 인도인, 일본인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변화가 싹트기도 했는데, 모두를 위한 음악인 만큼 그 경계가 지워지기를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음악은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닿기 때문이다.

  • CONCERT INFORMATION
  • 2022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매년 메가박스에서 생중계되고 있기 때문에, 극장에서도 관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