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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전력난의
    원인과 전망

    • 글.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 세계 이슈를 선점했던 중국 전력난. 최근 중국이 6중 전회에서 전력난 해소를 선포하였지만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촉발한 문제인 만큼 그 원인을 샅샅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이때, 어제의 경험으로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
중국 전력난, 기후변화 이슈 선점을 위한 정책적 요인

전 세계적 관심을 집중시켰던 중국의 전력난 문제가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때 주요 제조업 기지 공장에 대한 제한 송전을 실시하고 급기야 민간 분야까지 전력난이 확산되자, 중국 당국은 민심 수습과 국가 대응 능력과시를 위해 11월 7일 에너지 공급을 관장하는 국가전망공사(國家電網公司)를 통해 전력 공급이 정상화됐음을 알렸다. 여전히 석탄에 60%이상을 의존하는 중국 전력발전의 구조적 요인으로 석탄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결코 단기간 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지만, 일단 최악의 상태로 확산되는 것은 막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전력난은 일부 예견된 것이기도 하지만 몇 가지 복합적 요소가 겹쳐서 일어난 일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 전력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석탄 화력발전에 필요한 석탄 수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정책적 요인의 영향이 컸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작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국제적 기후변화 이슈 선점을 위해 자국의 탄소 배출량을 2030년부터 감소시켜 2060년에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화석연료의 채굴과 사용 제한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석탄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고, 중국 정부가 전기요금을 엄격히 통제하는 상황에서 독립채산적으로 운영하는 각 화력발전소가 발전량을 감소시키자 전력 부족으로 이어진 것이다.

화력발전 규제와 호주와의 외교적 갈등 등 복합적 요인

화력발전을 규제하는 중국 정부의 조치도 한몫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각국 정부가 확장적인 경기 회복 정책을 펴자 중국산 제품 수요는 급증하게 되었고, 제조업이 빠른 성장과 회복을 보이면서 중국의 에너지 수요는 전년 대비 33%나 늘어나는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11차 5개년 계획(2006~2010)부터 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 최적화와 에너지 사용 효율 제고를 주요 정책 목표로 추진하며 매년 화력발전에 대해 에너지 소비량을 3% 줄이라는 정량화된 에너지 생산구조 개선을 요구해 왔다. 이렇게 되자 석탄 가격 상승으로 원가 압박에 몰린 화력발전소는 자연스럽게 전력 생산을 감소시켰다.
또한 중국이 호주와의 외교적 갈등을 호주산 석탄 수입 중지라는 ‘경제 보복’으로 풀려고 한 조치도 전력난의 한 요인이 되었다. 중국 전체 석탄 수입량으로는 2%에 불과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발전용 석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호주산 고품위 석탄 수입 중지는 갑자기 대체 수입선을 찾을 기회도 없이 바로 발전용 석탄 부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중국 발전의 약 20% 정도를 분담하는 수력발전도 서부 지역의 강수량 부족으로 인해 서부 내륙지역의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해 생산한 전기를 인구가 많은 동쪽으로 보내는 서전동송(西電東送) 프로젝트에 타격을 입었고, 탄광지역에서는 오히려 홍수가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채굴에 난항을 겪으면서 석탄 부족으로 인한 전력난을 부채질했다.
물론 중국 정부의 의도된 전략이라는 관점도 있다. 일단 미중 갈등 증폭 상황에서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를 계기로 방만하게 운영됐던 전력 공급 시스템을 재정비해 탄소중립을 위한 대체 에너지 분야를 한 단계 더 육성시키려는 충격 요법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중국이 최우선 국정 기조로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강박적인 기후변화 이슈 선점이라는 정책적 이슈와 호주와의 외교적 분쟁이 석탄 수입 금지라는 대안 없는 경제적 보복으로 이어졌고, 동시에 발전에 필요한 강우량 부족이나 탄광 지대의 폭우 등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일어난 사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중국 제조업 특수가 겹치는 상황에서 에너지를 여전히 과거 수준으로 통제하려 했던 중국 정부의 합작품 성격이 강하다.

탄소배출 저감 계획을 유예하다

결국 중국은 석탄과의 타협을 선택했다. 전체 중국 제조업의 40%를 차지하는 생산기지인 광둥(廣東)성, 저장(浙江)성, 장쑤(江蘇)성, 랴오닝(遼寧)성 등의 제조업 기업에 대한 산업용 전기의 제한 송전은 중국의 국가 운영 능력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고, 민간 분야까지 전력난이 확대되면서 사회 불안까지 조성되자 에너지 소비 통제보다 민생 안정과 경기 급랭이나 둔화 방지에 다시 초점을 맞춘 정책을 꺼내 들었다. 겨울을 앞두고 민생과 직결되는 난방 수요를 담보하고, 급박한 전력 부족 해소를 위해서는 당분간 석탄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기후 환경 보호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하던에너지 소비 감축 목표에서 일정 부분 후퇴한 것에는 매우 중국적인 배경이 있다.
그러나 중국의 탄소중립 의지에 대한 후퇴가 우려된다. 중국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진행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6) 기후변화 특별 정상회담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또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와 함께 COP 26에서 40여 개국이 참여한 석탄 화력발전의 단계적 폐지 방안에 불참하였다. 물론 중국의 탄소중립이라는 국정 목표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11월 15일 열린 미중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민생’을 이유로 실질적 탄소배출 저감에 유예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올해 겪은 전력난을 통해 석탄 화력발전소 비중 축소는 단기간에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 중국이 이러한 모습을 보인다면 세계적인 탄소배출 감축 계획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력난 해소, 중국의 정치적 수단

정치적 이유도 있다. 지난 11월 11일, 중국공산당은 19기 6중 전회(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제6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100년에 걸친 공산당의 역사를 재규정하고, 새로운 시대(新時代)에 진입했음을 선포해 시진핑 현 총 서기의 3연임이나 장기집권의 기반을 닦은 것으로 평가되는 ‘역사 결의’를 통과시켰다. 이 회의 하루 전 ‘국가에너지위원회’를 개최해 전력 제한 공급 완화를 결정하고, 전력난 해소를 선포한 것은 정치적 색채가 농후하다.
중국은 일단 전력난 해소를 위해 기록적인 석탄 수입과 생산량 증가를 시도했다. 급기야는 북한산 전력 수입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10월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한 전력을 수입했다. 또한 자국 내 천연가스 채굴 확대는 물론이고, 미국과 향후 20년간 매년 400만 톤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중국의 친환경 탄소 절감 정책 추진에도 유리하고, 미국산 에너지 수입 증대를 통해 작년 1월 맺은 미중 1차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미국 측의 불만을 잠재우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력난 타격의 경험, 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의 전력난은 전 세계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 만일 중국 전력난이 장기화되면서 생산 차질이 생긴다면 세계적 공급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국면에서 원가 상승으로 인한 제품가격 인상은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전히 세계의 공장으로 대표되는 중국은 원자재 수입이 많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민감하다. 원자재 가격상승은 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세계 경제에도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급망 차질 현상 장기화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석탄 공급과 깊은 관련이 있는 요소수 같은 단순 제품의 파급력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중국은 여전히 2060년 탄소중립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유의해야 할 점은 중국에게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전 세계 50%에 달하는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과 더불어 가장 많은 신재생 설비를 갖춘 국가다. 2050년까지 전력 생산의 90%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에서 나와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은 향후 15년간 최소 150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더 건설하고, 태양광 패널과 대용량 배터리 등 녹색 에너지 기술 제조를 선도하게 될 것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탄소중립 실현 목표를 통해 전력난을 겪은 적이 있는 우리로서는 유의해야 할 대목인 셈이다.
한국은 중국 공급망에 가장 심하게 노출된 국가 중 하나다. 중국의 탄소배출 감축 정책은 친환경 산업에 많이 쓰이는 알루미늄, 구리, 니켈 등의 원자재 수급은 물론 에너지·철강·석유화학이나 자동차·반도체·IT 산업 등 한국 주력 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중국발 원자재 공급난에 대비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