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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소경제

    • 글.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회장
  • “탄소중립, 기후변화, 온실가스, 수소경제 …”, 2021년 환경과 관련하여 매스컴에 가장 많이 노출된 대표적인 키워드들이다.올해 유독 환경분야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산업과 경제 등 인류의 문명 발전에 눈부신 성과를 보여준 화석연료 이면에는 기후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국제사회

국제사회는 교토의정서 및 파리기후협약을 채택하며 기후변화에 대응책을 강구해 왔다. 이후 세계 경제를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다시 한 번 위기의식을 높였고, ‘지구 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또한 기후변화 대응에 실행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불과 1~2년 사이에, 세계 각국과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보다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제 에너지 질서도 친환경에너지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주름잡던 석유메이저 엑슨모빌의 주가가 급락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11월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인 영국 정부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90%에 해당하는 나라가 탄소중립 실현을 약속했다.
또한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105개국은 2030년까지 산림 파괴를 멈추고 토양 회복에 집중하는 ‘산림·토지 이용 선언’에 서약하였다. 온실가스의 하나인 메탄가스 사용을 줄이고, 석탄화력의 조기 폐쇄에도 많은 나라가 동참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패러다임 변화에 기업도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중심의 ESG경영을 선언하며 탄소 중심에서 친환경에너지 사용 구조로 변모하고 탄소중립 실행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래 핵심 에너지원으로 부각된 수소에너지

우리 정부는 2020년 12월에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올해 8월 유럽연합, 스웨덴, 영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하는 등 국제사회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올해 10월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 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최종적으로 확정하였다.
우리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에너지로 최근 무엇에 주목하고 있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후대응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국가 등을 중심으로 태양, 바람, 물 등 청정자원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보급의 확대로 큰 방향을 잡았으나,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이것이 갖는 제한적 입지(설치)조건, 불확실한 에너지 생산 환경, 간헐성 등이 한계로 대두되었다. 이에 과거 일부 산업용과 특정 분야의 에너지로만 사용이 국한되었던 ‘수소에너지’가 재생에너지 보완과 환경문제를 궁극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미래 핵심 에너지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수소는 다른 에너지와 달리 자연상태로 있지 않고 물, 유기물, 화석연료 등 다양한 원천에서 화합물로 존재한다. 화합물에서 수소를 생산해 이를 저장·운송하여 활용하면 청정에너지 선순환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수소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는 에너지 캐리어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기술집약적 에너지로서 연관 산업과 관련된 융합 가능성도 높다.
더욱이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특히 높은 산업 공정 분야에서도 탄소중립 공정 전환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 수소경제의 성장 가능성

2017년 맥킨지는 2050년 세계 수소시장 규모를 2.5조 달러로 전망하였는데, 2020년 골드만삭스는 12조 달러로 예측하며 미래 수소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밝게 보고 있다.
수소산업 주요 리더들로 구성된 세계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역시 지난 2월 발간한 ‘하이드로젠 인사이드 2021’에서 현재 약 30개 국가에서 수소로드맵을 발표하고, 228개의 대규모 수소프로젝트가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 규모도 약 800억 달러로 2030년까지 약 3,000억 달러 이상이 지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의 ESG경영 선언도 수소경제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글로벌 공룡기업을 시작으로 국내외 제조기업, 금융, 보험 등 모든 분야에서 친환경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하여 수소에너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활용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여야만 투자유치, 수출 등이 가능하다는 글로벌 시장 흐름에 순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

높은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하여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나름의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수소경제 시장 ‘퍼스트 무버’를 목표로, 지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6대 세부분야별 정책을 순차적으로 수립하였다. 이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 시행하는 등 체계적인 정책 기반까지 마련하였다.
또한, 원천기술 및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R&D 예산도 올해는 2019년 대비 3배 증가한 2,400억 원으로 책정하고, 지역생태계 구축을 위한 시범도시, 클러스터, 규제특구 지정과 33건의 규제를 완화하였다.
그 결과, 지난 10월 기준 수소전기차는 18천 대 넘게 보급되고, 수소충전소 118기, 발전용 연료전지 710MW 가동 등 활용 분야에서 세계 1위라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기술은 일본 도요타를 능가할 정도로 성숙해 있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수소충전소 부품도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도 세계 최대 시장을 형성하였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정부는 지난 10월 7일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 선도 국가 비전-민관합동 보고대회」에서 청정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위한 생산·유통·활용 전주기 생태계 동시 구축을 목표한다고 선언했다.
수소차의 내구성 향상 및 가격 인하, 열차, 선박, 건설기계 등 모빌리티 확대, 청정수소를 활용한 탄소중립 산업 공정 체계로 전환 등 모든 일상에서 수소사용을 확대하겠다는 비전과 목표를 밝혔다. 또, 생산 분야에서는 수전해, 탄소포집 활용 및 저장(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등을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공급 체계를 마련하고, 늘어나는 수소 수요를 충당할 해외수소 도입과 충전소, 배관망 등 빈틈없는 유통 인프라망도 구축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였다.

국내 산업계도 조직 내
수소전담반 신설, 인수합병 등을 통한 기술확보 및 사업화 추진, 기존 에너지 사업의 친환경 구조로의 전환 등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산업계의 협력

국내 산업계도 조직 내 수소전담반 신설, 인수합병 등을 통한 기술확보 및 사업화 추진, 기존 에너지 사업의 친환경 구조로의 전환 등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30년까지 총 43조 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였고, 지난 9월에는 그룹사별 수소 관련 사업 투자 확대와 수소사회 구현을 위하여 총 15개사가 참여한 ‘수소기업협의회’(Ko-rea H2 Business Summit)도 출범하였다.
국내외 파트너십을 확대하여 수소액화, 운송, CCUS, 수소 모빌리티·발전 확대 등 수소경제의 핵심기술을 조기에 확보하는 한편, 연관 투자, 공동 비즈니스모델 발굴 및 실증사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주요 기업들의 협력은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가치사슬 전후방의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으며, 전환과정에서 소외되기 쉬운 기업과도 상생협력구조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산업 공정 부문에서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산업계가 갖는 부담감과 위험요소도 함께 대처해 갈 수 있다.
국내 금융계도 보증, 펀드, 컨설팅, 수출금융 등의 투자 및 지원 상품을 속속 출시하여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 등 산업계를 지원 사격하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완전 도입하기까지 약 7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수소산업에도 많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과제

수소경제의 실현을 위해서는 우리에게 없던 기술과 산업, 인프라, 정책 등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현재 탄소에너지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달성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
수소경제가 확립되기 위한 사업적 측면에서의 핵심은 하루빨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다. 또한, 수소경제가 산업 목적을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와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진흥, 안전, 투자 등 톱니바퀴가 맞아 돌아가야 한다.
정부는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과 제도지원 등으로 리더십을 강화하고, 산업계는 사업 모델의 개발과 실질적인 투자를 병행하여야 한다. 또한, 금융계도 국내 수소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혜안을 갖고 금융·투자 지원의 창의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경제 기반을 단기간에 조성하여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대표적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9월 초 킨텍스에서 열린 수소모빌리티 전시회는 한국이 수소경제의 테스트베드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국제사회가 한국을 수소 선도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산업계, 금융계가 동심협력(同心協力)의 자세로 일관성을 갖고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면, 수소경제 강국으로의 도약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