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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시작된
    스페이스 오디세이,
    변화의 길을 내다보다

    • 글. 윤은숙 아주경제 국제경제팀 팀장
  • 민간 상업 우주여행 시대의 개막으로 우주산업의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주산업이 확대되면서 더불어 위성산업, 인터넷 산업 등의 성장도 주목받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우주산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변화의 시작점에서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억만장자들, 민간 상업 우주여행 시대를 열다

억만장자들이 우주로 떠나고 있다. 대표적인 민간 우주기업인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과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은 지난 7월 역사적인 민간 상업 우주여행 시대를 열었다. 7월 11일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지구 고도 88.5km까지 올라갔고, 이에 뒤질세라 9일 뒤인 7월 20일 아마존 창업자이자 민간 우주기업인 블루 오리진을 세운 제프 베이조스도 100km 고도를 찍고 내려왔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는 9월 우주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주가 부자들의 놀이터가 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몇 분간 지구 위에 머물다 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그러나 부자들이 우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꿈을 위해서가 아니다. 지구 바깥에는 별처럼 수많은 경제적 기회들이 반짝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주목을 받는 우주관광산업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우주산업의 시장 규모가 3,500억 달러에서 2040년엔 1조 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표면적으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우주관광산업이다. 그 선두에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 스페이스X가 있다.
버진 갤럭틱은 지난 6월 미국 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유료 승객을 태우는 우주비행 허가를 받으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월가는 버진 갤럭틱이 시범 우주여행을 성공한 여세를 몰아 2022년 초 우주여행 상업화에 돌입하면서 장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 AB번스타인의 더글라스 한드 분석가는 “시범 비행이 우주여행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수요를 구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험 비행의 마지막 주자인 스페이스X는 9월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Crew Dragon)에 민간인 4명을 태우고 540㎞ 상공에서 3일간 지구 궤도를 돌 예정이다. 이어 내년에는 민간인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고, 2023년에는 일반인의 달 관광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투자은행 UBS는 우주관광이 2030년까지 4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체류 시간이 짧은 점,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점은 부정적 요소이다.

단기적인 급성장이 예상되는 위성산업

단기적으로 가장 큰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위성통신 인터넷을 비롯한 위성산업이다. 우주발사체의 재사용 비용이 낮아지는 반면, 위성의 크기는 줄고 성능은 크게 발전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위성이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건스탠리는 ‘우주: 마지막 개척지에 대한 투자(Space: Investing in Final Frontier)’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재사용 로켓(RLV·Re-usable Launch Vehicle)’의 등장을 지난 1854년 세계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였던 ‘오티스의 엘리베이터’에 빗대었다. 대중에게 엘리베이터가 처음 선보였을 당시, 아무도 그 파급력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20년 뒤 엘리베이터는 미국 대도시의 건축물과 도시 디자인 자체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모건스탠리의 아담 요나스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재사용 로켓을 저궤도(Low Earth Orbit)로 가는 엘리베이터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늘날 수많은 마천루가 도시를 뒤덮기 전까지 엘리베이터 건설에 엄청난 혁신이 필요했듯이, 향후 재사용 로켓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개선되고 비용도 더욱 절감된다면 우주산업의 기회도 많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블루 오리진은 우주관광에 사용되는 로켓 외에도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대형 로켓을 개발하고 있으며, 버진그룹도 소형 위성 탑재 로켓 회사인 버진 오비트(Virgin Orbit)를 소유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을 통해 우주정거장행 화물과 우주인 수송을 맡았다. 이뿐만 아니라 스페이스X는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24년 발사를 목표로 하는 달 착륙선 개발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의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재사용 로켓의 진화와 함께 위성 대량생산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주산업의 경제성은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사용 로켓 진화가 앞당길 인터넷 산업 분야의 발전

특히, 위성통신 인터넷 산업은 재사용 로켓 기술 발전과 함께 가장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진 분야로 꼽힌다. 촘촘한 위성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서 업체는 수많은 소형 위성을 쏘아 올려야 하는데, 재사용 로켓 기술로 이 비용을 혁명적으로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증강 및 가상 현실(AR·VR) 등 미래산업의 급성장세에 따라 위성통신 인터넷 산업 역시 ‘필수 미래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 제공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통신 무선 인터넷의 상용화로 메가바이트당 데이터 제공 비용은 현재보다 1% 미만으로 줄어들고, 위성통신 인터넷 관련 산업은 2040년 세계 우주 경제에서 최소 50%, 최대 70%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까지도 나온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대표는 지난 6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통신산업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전 세계 인터넷 서비스 프로젝트인 ‘스타링크(Starlink)’에 한화로 약 34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8월부터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위성통신 인터넷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1만 2,000개의 저궤도용 소형 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 전 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스타링크의 계획은 향후 통신업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우주 테마 종목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다

우주산업의 잠재력이 이목을 끌수록 투자자들은 우주 테마에도 뜨거운 관심을 쏟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주요 우주 테마 종목을 모아 놓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기도 했다.
보잉(Boeing, BA)은 대표적인 우주 테마 종목으로 꼽힌다. 우리에게 항공기로 유명한 보잉은 사실 세계 최대의 항공·우주 회사다. 상업용 제트 여객기를 비롯해 방위·우주 및 보안시스템 업체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보잉은 과거 수많은 프로젝트에서 NASA와 협력했으며 지금까지도 국제우주정거장 관리를 맡고 있는 기업이다.
보잉은 7인승 유인 우주선인 ‘CST-100 스타라이너’를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NASA와 함께 국제우주정거장 상업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우주발사체 시스템’ 개발에도 나서는데,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LMT)과의 합작사인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에서 CST-100 스타라이너를 우주에 실어 나를 발사체인 ‘아틀라스V’를 생산 중에 있다.
글로벌 모바일 통신회사로 꼽히는 이리디움 커뮤니케이션즈(이하 이리디움)도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66개 저궤도 위성(LEO)을 통하여 글로벌 음성 및 데이터 통신을 제공하고 있다. 이리디움의 서비스는 정부와 군(軍)뿐만 아니라 항공·해상·레저 산업에서도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리디움이 제공 중인 제품과 솔루션 등 통합 서비스 이용자는 미국 국방부와 전 세계 민간·정부 기관을 포함해 선원, 조종사, 인도주의자, 응급구조원 등 100만 명이 넘는다.
아크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트림블(Trimble, TRMB)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종목이다. 트림블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분야의 선두로 불리는 기업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판매한다. 또 지리 공간 정보를 단순화하는 데이터 수집 플랫폼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 로켓엔진 제조기업 에어로젯 로켓다인(AJRD), 인공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MAXR), 위성을 비롯해 군함·항공기를 제조하는 세계 최대의 무기 제조업체 노스롭그루먼(NOC) 등도 우주 테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기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