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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등락을 오가는 국제유가,
    산유량 감산 합의에
    이목이 집중되다

    • 글.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연구원
  • ‘초과 수요’와 ‘감산’의 반복으로 급등과 급락을 오가던 국제유가. 현재는 OPEC+의 감산 지속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주요 산유국들의 ‘유가 전쟁’ 역사를 통해, 국제유가의 향방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국제유가의 주요 키워드 ‘감산’

현재 국제유가를 전망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감산’이다. 지금부터 5년여 전인 2016년 초 유가는 끝없이 하락하고 있었다. 당시로부터 1년여 전인 2014년 하반기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유가는 2015년에 하락을 거듭하며 2016년 1월 23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를 계기로 기존 OPEC(석유수출국기구) 외에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산유량 협의 그룹 OPEC+가 출범하게 된다. 2016년 말에 이루어진 OPEC+ 감산 합의는 연장을 계속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감산’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주요 산유국이 최대 생산 능력(Ca-pacity) 이하로 생산하면서 유가의 하방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에 감산 공조에 균열이 생길 경우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이전에 나타났던 유가 슈퍼 사이클

감산 규모와 지속 여부에 석유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이 모습은 2010년 이후 나타난 현상일 뿐 그 전에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 주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초과 수요가 나타나며 장기간에 걸친 유가 상승 사이클이 나타났다. 이때 유가 상승을 이끈 주인공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이후, 연 평균 10%가 넘는 경제 성장률을 구가하며 원유 소비 증가를 주도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BRICS라 불리는 신흥 공업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의 역할도 있었지만 중국의 비중이 가장 컸다. 중국의 원유 수요는 10년 동안 약 2배로 늘어나면서 유가는 2000년 배럴당 20달러 수준에서 2008년 여름에는 150달러에 도달했다.
1970년대에는 더 강력한 원유의 슈퍼 사이클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전후 재건이 마무리되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원유 수요가 급증했다. 원유 수급이 빠듯하여 산유국이 조금만 생산을 줄여도 바로 에너지 공백이 나타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러한 환경이 아랍의 석유 무기화를 가능하게 하면서 오일쇼크로 연결되기도 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1979년에 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는데, 사실 오일쇼크라는 사건이 아니어도 1970년대는 지속적으로 유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1970년대 초반 배럴당 3달러 수준이었던 유가는 1970년대 후반에 30달러를 넘었다. 당시 한국도 급속한 산업화로 석유 소비가 급증하면서 산유국의 눈치를 봐야 했다. 1973년에는 정부 차원에서 친아랍성명을 발표하며 아랍과 이스라엘의 갈등에서 아랍의 편을 들어주었고, 1977년에는 서울 강남의 한 곳을 테헤란로로 명명하며 주요 산유국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확립하고자 했다.

미국의 셰일오일로 인해 OPEC+ 내에 감돈 감산 무용론

‘초과 수요’가 지배하는 시기가 있었는가 하면, 지금처럼 ‘감산’이 지배하는 시기도 있었다. 두 국면이 반복되면서 유가도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 왔다. ‘감산’이 지배하는 지금의 시장도 과거처럼 ‘슈퍼 사이클’ 국면에 접어들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일까?
지금의 공급 과잉과 그로 인한 감산을 초래한 주인공은 미국의 셰일오일이었다. 셰일혁명의 영향으로 2010년 이후 미국의 산유량이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석유 시장은 지각 변동을 겪게 되었다. 앞서 말한 대로 2015년의 유가폭락을 촉발했고 2016년에는 OPEC+라는 새로운 감산 합의체가 등장하게 되었다. 2018년에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했다. 셰일오일은 2018년 이후에도 꾸준히 생산량이 증가했는데, 이 때문에 OPEC+ 내에서 감산 무용론이 제기된다. OPEC+가 힘겹게 감산을 하면 그 빈자리를 미국의 셰일오일이 채우고, 미국이 시장 점유율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감산의 열매를 미국이 누린다는 불만은 2020년 3월 감산 중단으로 이어졌다. 러시아가 감산 협의를 거부한 것이다. 사우디 역시 증산을 선언하면서 국제유가가 폭락한다. 세계 언론은 이를 ‘유가 전쟁’이라 불렀다. WTI(서부텍사스원유) 선물유가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유가 상황은 산유국 전체의 공멸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오래갈 수 없었다. 결국 2020년 4월 OPEC+는 일일 970만 배럴의 감산에 합의한다. 하루 970만 배럴이면 세계 원유 소비량의 10%에 해당하는 엄청난 물량이었다.

셰일오일은 이제 시장의 변수가 아닌 상수다

석유시장을 들썩인 셰일오일은 앞으로도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까? 셰일오일이 지난 10여 년간 유가 등락의 주요 요인이었던 이유는 그것이 전에 없던 새로운 물량이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없던 물량이 10년의 시간을 두고 시장에 들어오면서 기존 질서를 흔들었다. 말 그대로 셰일혁명이었다. 그러나 지금 셰일오일은 굴러온 돌이 아니라 박힌 돌로 정착했다. 2019년 이후 미국의 셰일 생산량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앞으로도 셰일오일의 생산량은 큰 증감 없이 유지될 전망이다. 때마침 등장한 바이든 정부는 친환경 정책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처럼 공격적인 원유 증산을 추구할 가능성은 작아졌다.
셰일오일 덕분에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에 등극한 이후 혁명이라 불릴 만한 상황은 지나갔다. 이제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서 그들의 산유량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상황을 즐길 것이다. 감산 합의에도 불참하는 패권국의 권리도 누릴 것이다.

OPEC+ 감산 지속 여부에 관심이 쏠리다

석유 시장의 관심은 다시 OPEC+의 감산 지속 여부로 모아진다. 작년 하반기부터 감산 합의는 점차 완화되면서 감산 규모는 처음의 970만 배럴에서 580만 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여기서 감산 물량이 580만 배럴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OPEC+회원국이 580만 배럴을 감산 중이어서, 그만큼의 추가 생산 여력이 있고 이 숫자에 속임이 없다면 향후 유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석유 소비량이 올해 대비 약 310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1) 즉, OPEC+의 생산 능력 안에서 증가하는 것이다. 이것이 맞는다면 세계 원유 재고는 안정을 유지하면서 유가도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많은 유가 예측 기관에서도 2022년 석유 수요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돼도 공급은 충분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적어도 표면상 수치로는 그렇다.
그러나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580만 배럴에 못 미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산유국이 감산 물량을 정할 때 각국 최대 생산량 등에 근거해 감산량을 배분한다. 이때 산유국은 자국의 생산 능력을 최대한 부풀리려 한다. 생산 능력을 부풀릴수록 생산 쿼터를 크게 받아 감산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산 협의 직전 일부러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꼼수로 상당 수 산유국은 이미 그들의 최대 생산 능력에 근접해서 생산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원래 OPEC 감산 합의의 역사는 속고 속임의 연속이었다.

OPEC+ 회원국의 지속적인 석유 개발 투자 부진

OPEC+에 속한 국가는 23개국이다. 이중 사우디와 러시아가 OPEC+ 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두 나라는 충분한 증산 능력을 갖추었다. 그러나 나머지 국가들은 작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신규 개발 투자가 매우 부진했다. 지난해 세계 석유 개발 상류 부문 투자는 15년 새 최저치인 약 3,300억 달러에 머물렀다. 2014년의 약 7,800억 달러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규모이다. 팬데믹에서 다소 벗어난 올해에도 투자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감소한 투자는 생산 능력 감소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다만 석유 개발은 탐사부터 생산까지 수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석유 개발 투자 부진이 생산 능력 감소로 나타나기까지는 시차가 있어서 그 시점을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다.

사우디와 중국의 움직임, 그리고 새로운 변수

이러한 상황에서 사우디가 최근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2) 사우디는 일 1,200만 배럴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2023년까지 1,300만 b/d(barrels per day)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감산 기간 중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것은 향후 석유 수요 증가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사우디의 이러한 움직임이 의미 있는 것은 사우디야말로 OPEC 회원국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OPEC 회원국의 공급 능력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 듯하다. 사우디의 예측이 틀리다면 늘어난 생산 시설로 인해 불필요한 유휴 시설 유지비용을 늘리는 결과를 맞을 것이다. 일부는 좌초자산이 될 수도 있다. 중국에서도 중국 국영석유 3사가 석유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3)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으로 유가 변동에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나라라는 점에서 중국의 움직임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작년에 비축량을 크게 늘린 데 이어, 올해는 석유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금 석유 시장에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이다. 코로나19는 수요를 붕괴시킬 수도 수요를 급증시킬 수도 있는 요소이다. 다른 무엇보다 코로나19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도로, 항공 등 운송 부문 연료 수요를 억제하는 한 석유 수요가 예전으로 돌아오기 힘들다. 또한 미국의 제재로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란산 원유의 시장 재진입 시기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에 더해,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와 세계 최대 소비국 중국이 코로나19가 종식되어 곧 추가 공급원이 필요할 것처럼 행동하고 있음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1) IEA(2021), “Oil Market Report”, Jun 11.
  • 2) S&P Platts,“Saudi Aramco’s capacity expansion underway : sources”, Jul 26.
  • 3) Upstream(2021),“China calls for oil and gas spending boost as economy surges”, Jul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