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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 테크
    경쟁의 주도권을 위한
    데이터 안보 전쟁

    • 글.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 중국 정부가 자국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미중 간 이슈로 귀결되는데, 미국 정부는 견제를 중국 정부는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단순히 ‘공산당의 괘씸죄’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 정부의 의중을 조금 더 깊이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서막일 뿐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

알리바바에 이어 디디추싱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사교육 금지 등 이어지는 기업규제 정책과 그에 따른 시장 변화가 요즘 중국을 넘어 글로벌 자본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디디추싱은 고점 대비 30% 이상, TAL 에듀테크는 70% 이상 폭락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다.
국내외 매체에서는 디디추싱이 중국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 상장을 감행해 공산당의 괘씸죄에 걸렸고, 그로 인해 앱 다운로드 금지,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 등의 추가 제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중국 정부의 속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사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 제재의 서막일 수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근거로 디디추싱을 포함해 미국 상장한 중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진행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와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 투자자 보호를 위해 향후 중국 기업의 미국 상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본격적인 미중 간 자본시장발 신냉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견제 그리고 중국 정부의 반격

자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와 단속 목적은 결국 미중 간 이슈로 귀결된다. 2020년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틱톡 사용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그리고 틱톡을 매각하도록 압력을 가하며, 중국 모바일 앱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사이버 전쟁과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화웨이, 중싱 등 중국 주요 통신장비 기업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미국 내 시장행위 및 증시 상장 접근에 대한 문턱을 높이며 전면적인 견제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속내는 명확하다.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글로벌 성장을 위한 자금줄을 막고, 자국의 데이터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역시나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중국 정부도 국가와 데이터 안보의 명분 아래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따라서 디디추싱 사태를 단순히 ‘공산당의 중국 플랫폼 기업 기강 잡기’ 정도로 보는 것은 수박 겉핥기 식의 접근이다.

플랫폼 기업에 제재를 가한 중국 정부의 표면적인 이유

문제의 핵심을 봐야 한다. 중국 정부의 표면적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춤은 중국이 추고, 돈은 미국이 번다’는 것이다. 중국 플랫폼 기업들 대부분이 매출의 90% 이상을 자국에서 벌면서 미국 상장 후 미국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부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상장된 약 250여 개의 중국 기업들 대부분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그런 배경하에서 순조롭게 뉴욕 및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가 상하이 커촹반(科创板).1)을 개설하고,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홍콩 및 본토 증시 회귀를 위해 진행한 중국예탁증서(CDR·China Depository Receipt) 제도를 개혁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이면적 이유 1.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위한 전략

그렇다면 중국 정부의 실제 내면적인 배경과 속내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위한 전략적 접근 가능성이다. 내년 10월 제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된다. 3연임을 위한 헌법과 당장의 관련 조항까지 수정했지만 민심을 얻는 게 시 주석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모두 최근 들어 중국 내 사회적 혼란과 대중의 지탄을 받아온 기업들이다.
“알리바바는 P2P 사업을 통해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기업이다.”, “996 문화(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하고 주 6일 일하는 근무환경)는 젊은 세대들의 축복이다.”라고 이야기한 마윈 회장을 두고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자’라고 비판하는 SNS 댓글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디디추싱도 라이더의 임금체불 및 열악한 복지환경 등의 이슈로 사회적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기업에 해당한다. 중국 정부는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사회적 불평등을 조성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제재를 통해 14억 민심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알리바바, 디디추싱 등 데이터 플랫폼 기업의 제재 배경에는 수많은 중국 젊은 세대의 지지와 호응을 바탕으로 설계된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이면적 이유 2. 미중 간 패권경쟁의 우위를 위한 데이터 안보

둘째, 미중 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데이터 안보 전쟁이다. 데이터는 향후 미중 간 첨단산업 및 군사안보의 패권경쟁에 있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이다.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은 경제 안보 이슈를 핵심 의제로 선정하여 관련 법규 제정을 완비하고 있다. 이른바, ‘3+2 종합세트’ 법안의 완성이다. 여기서 ‘3’은 ‘국가보안법’, ‘네트워크 보안법’, ‘데이터 보안법’ 3종의 안보 관련 패키지 법률을 의미하고, ‘2’는 ‘반독점법’과 ‘개인정보 보호법’의 공정거래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핵심 법안을 의미한다. ‘3+2’ 법안은 따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데이터’와 ‘안보’라는 키워드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다. 따라서 디디추싱 사태의 경우 ‘3+2’ 법률 테두리 안에 갖혀 있는 형국인 셈이다. 현재 ‘네트워크 보안법’ 및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지만 향후 ‘국가보안법’ 및 ‘데이터 보안법’, ‘반독점법’ 등 나머지 3개 법안에도 모두 해당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디디추싱은 전기차 사업 확장과 전자지도 제작을 위해 중국 곳곳의 도로 지형과 인프라 데이터를 모두 가지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보 데이터가 미국에 유출되는 것을 우려할 것이다. ‘데이터 보안법’ 입법 초안 당시 교통 분야는 빠져 있었지만, 테슬라의 자율주행 데이터의 미국 이전 가능성 이슈가 터져 나오면서 교통 데이터 영역도 새롭게 데이터 보안법에 추가되었다. 최근에는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 공동으로 ‘증권위법 활동을 엄격히 타격하는 데 관한 지침’까지 발표했다. 100만 명이 넘는 회원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중국 IT기업이 해외 상장을 하려면 반드시 국가안보에 위험 요인이 없는지 사전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한 지침이다. 지금부터 해외로 유출되는 안보 및 관련 데이터를 꼼꼼히 체크하겠다는 것이다.

이면적 이유 3.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외국 기업을 향해 든 칼날

셋째, 향후 미국의 중국 테크 기업에 대한 제재가 더욱 확대될 경우 그에 따른 보복 조치를 위한 포석을 까는 것이다. 데이터와 안보의 칼날은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외국 기업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데이터 보안법’ 3장 26조를 보면 ‘어떤 국가나 지역이 데이터와 데이터 개발 기술 등과 관련된 투자, 무역 등에 있어 중국에 차별적인 금지나 제한을 가할 경우 중국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네트워크 보안법’의 경우도 미국 기업들을 옭아맬 조항들이 존재한다. 미국에 서버가 있는 기업은 반드시 중국으로 이전해야 하고, 반드시 중국 네트워크 보안법 규정에 따라 보안등급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시스템이나 업무별로 각각 다른 보안등급을 받아야만 중국에서 영업행위를 할 수 있다.

디지털 안보를 위한 현 중국 정부의 정책 노선

중국 인터넷 사용자 규모가 11억 명에 이르고, 인터넷 사이트는 약 450만 개, 모바일 앱은 약 350만 개에 이를 정도로 중국의 인터넷 플랫폼 시장은 매우 방대해졌다. 문제는 디지털 안보가 정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기에,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한 단속과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5월 중국 인터넷 관리 기구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도우인, 콰이소우, 바이두 등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105개 인터넷 플랫폼 기업 명단을 공개하고 그에 대한 시정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7월 30일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바이트댄스, 샤오미 등 25개 중국의 대표적 데이터 플랫폼 기업들을 불러 모았다. ‘3+2’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하고, 미중 간 경제 안보 전쟁에 대비해 현 정부의 정책 노선에 보조를 맞추라고 주문했을 것이다.

데이터 구축이 핵심인 미래의 테크 경쟁

중국은 데이터 왕국이다. 데이터의 확장은 결국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을 의미하고, 인공지능 기술은 향후 군사 및 국가 안보를 지배하는 핵심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데이터 왕국인 중국을 반드시 견제해야만 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중국도 그런 미국의 의중을 꿰뚫기 시작했다. 단순히 자국 테크 기업 규제를 넘어 향후 다가올 미중 간 데이터 안보 전쟁을 위해 집안 단속을 먼저하고, 그에 따른 보복의 칼날을 가는 것이다. 미중 간 신경전이 무역전쟁을 넘어 기술패권으로 확대되면서 전세계 글로벌 밸류체인(GVC)과 거버넌스를 뒤흔들고 있다. 화웨이, 중싱 제재로 시작된 양국 간 테크 경쟁은 향후 데이터 안보 전쟁으로 확산되면서 더욱 복잡하게 소용돌이 칠 것이다.
미래의 테크 경쟁은 데이터 구축이 핵심이다. 양국 간 데이터를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은 더욱 본격화될 것이다.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 중국 데이터 플랫폼에 대한 제재와 기업 조사는 시 주석의 3연임 이슈와 맞물려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독점적 이슈에 해당될 만한 데이터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사회적 불평등을 조성하는 부동산, 사치품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업종에 대한 투자도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결국 미중 간 테크 경쟁에서 중국이 약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 B2B(기업 간 거래) 업종과 농촌 및 친환경, 신에너지 산업 육성 등 중국 정책 방향의 흐름에 올라타는 지혜가 필요하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잠시 멈춰 옷깃을 여며야 한다.

  • 1) 2019년 7월 상하이증권거래소에 개설된 기술·벤처기업 전문 증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