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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가트렌드 메타버스에 대한
    진화 전망과 투자 전략

    • 글. 윤기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와 투자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는 지금, 장기적인 미래 전망을 통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메타버스가 변화시킬 미래를 파악하여 정확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주가 급등 중인 메타버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가 뜨겁다.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으로 알려진 로블록스(Roblox)의 기업 가치는 대략 50조 원에 달한다. 한국형 메타버스인 네이버의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ZEPE-TO)는 한류에 힘입어 가입자가 2억 명을 넘어섰다. 메타버스 인프라 기업에 해당하는 엔비디아(NVIDIA)의 주가는 2020년 3월 이후 숨 가쁘게 오르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주라고 소문이 나면 주가가 급등한다.
그런데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PwC는 2019년 보고서에서 2030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로 인한 시장이 1조 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아크투자(Ark Invest)는 2021년 보고서에서 2030년에 가상현실 기기가 스마트폰만큼 대중화될 것으로 보았다. 메타버스를 단기간에 사라지는 마이크로트렌드가 아닌 메가트렌드로 보아야 할 이유이다. 메가트렌드인 메타버스를 단기적인 주가 흐름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치는 일이다. 장기적인 가치투자로 메타버스에 대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메타버스의 개념을 명료하게 이해하고, 그 변화를 전망해야 하며, 산업생태계를 숙지해야 한다.

메타버스의 구성요소: 몰입, 아바타, 플랫폼

메타버스의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요소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다. 메타버스는 몰입, 아바타, 플랫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몰입이란 가상현실 기기나 증강현실 안경을 이용하여 현실과 거의 다르지 않은 가상실재(Virtual Presence)를 경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상현실 등을 통칭하여 확장현실이라고도 한다. 이 가상실재의 공간은 말 그대로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분간할 수 없도록 한다. 우리말 ‘가상(假像)’은 표준국어대사전에 ‘거짓 형상’을 의미한다고 나와 있으며, 가상으로 번역되는 ‘virtual’은 옥스퍼드 영영사전에 따르면 ‘현실과 다르지 않은’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아바타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용자 분신이다. 제페토는 만화 캐릭터와 같은 아바타를 만들어 다양한 문화 활동과 디지털 소비를 이끌어 내고 있다. 사용자는 얼굴의 주근깨와 피부의 질감까지 모사하는 아바타를 창조할 수 있다. 이들 기술은 영화나 광고 혹은 게임에서 활용된다.
플랫폼은 비즈니스 모델의 하나로서 양면시장이라고도 한다. 서로 다른 수요를 가지는 사용자가 플랫폼에서 만나 그 수요를 충족하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상품 판매자와 소비자가 만나 상품 매매를 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플랫폼이다. 메타버스 의 가상실재 플랫폼에서는 서로 다른 사용자가 만나 가치를 교환한다. 디자이너는 아바타가 착용할 옷이나 장신구를 디자인하고 소비자는 이를 구매할 수 있으며, 어떤 사용자는 개발자로서 메타버스의 프로토콜에 따라 게임을 개발하고, 다른 사용자는 게임을 구매하고 즐긴다. 교육 콘텐츠의 공급과 소비, 광고주와 광고 소비자, 관광지와 관광객 등이 만나서 서로 가치를 만드는 장소가 메타버스의 플랫폼이다. 현재 로블록스는 몰입, 아바타, 플랫폼의 세 가지 요소 중 아바타와 플랫폼을 만족시킨다. 로블록스가 일부 가상현실 게임을 제공하기는 하나 전면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 제페토 역시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증강현실 기능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증강현실 안경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기에 몰입의 요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메타버스의 진화를 전망할 때 장기적으로 이들 기업이 몰입형 기술을 도입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단기 미래: 가상실재를 경험하는 몰입형 메타버스의 등장

현재부터 2024년까지를 본격적인 몰입형 메타버스가 등장하는 단기 미래라 볼 수 있다. 증강현실 안경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있으며, 증강현실 기기가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2022년 증강현실 안경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현실 기기는 용도가 제한적인 반면 증강현실 기기는 그 쓰임새가 매우 넓다. 제조업에서 교육 현장에까지 활용되며, 일상생활에서도 착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타깃으로 하지만, 애플이 출시할 안경은 대중을 주 고객으로 한다. 애플의 도전적 움직임에 페이스북과 삼성이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메타버스는 증강현실 기반의 플랫폼이 보다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기의 주요 승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융합 기반의 플랫폼 기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이 주목을 받을 것이며, 기반 플랫폼을 통해 독과점을 강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물론 가상현실 기기의 진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상현실 기기가 사람 육안 수준의 시야각과 화소 수를 제공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나, 2024년쯤엔 한쪽 눈에 약 1,600만 화소가 가능한 가상현실 기기가 대중화될 것이다. 2020년 가장 대중적인 가상현실 기기는 한쪽 눈에 대략 400만 화소였으며, 2018년에는 200만 화소, 2016년에는 100만 화소였다. 대중적 가상현실 기기의 디스플레이 장치는 화소 수가 2년에 2배씩 증가하는 신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존재한다. 이 법칙이 지속된다면 2030년 전에는 한쪽 눈이 6,000만 화소가 될 것으로, 가상공간의 정밀도는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것이다.

중기 미래: 메타버스의 대중화로 다양한 메타버스 제품 등장

단기 미래를 지나면 증강현실 안경 등의 보급률이 높아지게 되면서 메타버스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될 것으로 판단한다. 구분 짓자면 2024년부터 2030년까지는 메타버스가 대중화되는 중기 미래인 것이다. 앞에서 밝혔듯이 아크투자는 2030년에 가상현실 기기가 현재의 스마트폰만큼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때가 되면 상대방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읽으면서 가상공간에서 회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제조에서 서비스, 교육에서 여행, 근무 방식에서 정부 구조에까지 변화가 올 것이며, 이에 따라 증강현실 안경 등을 이용한 다수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다. 다만 닷컴에서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을 생각하면 안 된다. 당시의 전환이 휴대성의 변화라면, 메타버스로의 변화는 인식과 체험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 기업이 여전히 독과점의 이익을 향유하겠으나,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이 원소스 멀티플랫폼(One Source Multi Platform) 체계를 구축하려 할 것이다. 하드웨어 플랫폼과 비즈니스 플랫폼 간의 합종연횡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의 대중화에 따라 관련 스마트폰 기업은 증강현실 안경, 가상현실 기기, 소형 스마트폰 제조업으로 진화할 것이며, 증강현실 기기 등의 소재와 부품 기업도 큰 이익을 누릴 것이다.

장기 미래: 메타버스의 고도화로 완전한 AR/VR 기술 등장

2030년부터 2040년까지는 메타버스가 고도화되는 시기이다. 미래기술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저널인 퓨처리즘(Futurism)은 2016년 보고서에서 2038년 완전한 몰입형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보았다. 이 전망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델파이 기법을 근거로 했다는 한계가 있으나 대체적인 전망으로서 참고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 기간 동안 증강현실 안경과 가상현실 기기는 더욱 진보할 것이며, 사물통신 기술과 결합하여 가상공간과 실재공간이 융합할 것이다. 가상실재 기술 발달에 따라 실재공간에서의 회의 필요성은 상당 부분 사라지고, 지도 서비스와 메타버스가 융합된 서비스는 전자상거래에서 여행까지 융합된 메타버스로 진화할 것이다. 다만 이때까지 콘텍트 렌즈형의 증강현실 기기가 대중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BMI(Brain to Machine Interface)로 냄새나 촉각 혹은 미각을 구현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특정 영역에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에 투자할 것을 제언한다.
메타버스 생태계 분석을 통한 투자 전략의 필요성

미래 변화에 따른 투자는 매력적이기는 하나 불확실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메타버스의 장기 가치투자를 위해서는 메타버스 생태계 분석을 하는 것이 좋은데, 메타버스는 증강현실 안경과 같은 특정 기술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바타, 사물통신, 물리컴퓨팅, 콘텐츠 제작 인공지능, 무선통신 기술 등이 메타버스의 생태계를 이룬다. 생태계 분석을 통해 메타버스 관련 기업을 탐색할 수 있다.
필자가 올해 5월 <월간SW중심사회>에 발표한 메타버스 생태계 지도와 뉴주우(Newzoo)가 올해 6월 발표한 메타버스 생태계 지도(Metaverse Ecosystem Diagram)를 기준으로 투자 전략을 살펴보면 가상현실 기기 등의 부품소재 산업, 4D 체어 등 물리컴퓨팅 관련 기업, 메타버스 관련 사물통신 기업, 3D 콘텐츠 제작 솔루션·콘텐츠 제공 기업, 공간정보 기업, 콘텐츠 제작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인공지능 및 아바타 관련 기업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의 경우 어떤 기업이 승자가 될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 더구나 일부 메타버스 기업은 고평가된 PDR(Price to Dream Ratio)로 인해 매출액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주가가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메타버스와 관련하여 보다 뚜렷하고 굵직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특정 영역에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에 투자할 것을 제언한다.
메타버스는 메가트렌드로 디지털 전환의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에서 비즈니스 전략 및 정치·경제·사회의 전환을 가져와, 메타버스가 사업 운영과 투자에 대한 기회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현재로서는 승기를 잡을 기업이 어느 곳일지는 확실하지 않다. 닷컴버블이 붕괴하기 이전에 어떤 기업이 승자가 될지 아는 자는 많지 않았으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지를 앞서 전망한 사람이 없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메타버스의 단·중·장기의 변화를 전망하고, 메타버스의 생태계를 분석한 글로벌 가치투자를 하는 것은 충분히 유효한 투자 전략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