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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니오 모리꼬네
    그가 남긴 영원의 음악

    • 글. 임산하
  • 섬세한 선율로 영화를 채우던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음악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말하면 정확할까. 어떤 수식으로도 그의 음악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의 음악이 영영 저물지 않을 것만은 분명하다.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
마음의 경계를 풀게 하는 Gabriel’s Oboe

“나, 엔니오 모리꼬네는 죽었다.”로 시작하는 부고를 남긴 음악계의 큰 별, 엔니오 모리꼬네. 그는 떠났지만,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인물의 감정에 동화되게 하는 그의 음악은 여전히 우리 곁을 선회한다. 악보를 쓴 게 아닌 선율을 그린 것 같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듣노라면 멜로디만으로도 영화의 장면이 그려지는 신비를 경험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영화를 모르더라도 그의 음악만으로 나의 감정을 톡 건드린 것만 같은 마법을 느낀다는 것이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나 트럼펫과 작곡을 공부하며 클래식을 전공한 엔니오 모리꼬네는 영화 음악의 길로 들어선 뒤 명성을 얻게 된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로 세계 최고의 영화음악가 반열에 오른 그는 영화 <미션>의 주제곡 ‘Gabriel’s Oboe’를 작곡해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다. 이 곡을 듣고 언뜻 ‘Nella Fantasia(넬라판타지아)’가 떠오른다면, 당신의 귀가 옳다. ‘Nella Fantasia’는 영국의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3년 여에 걸쳐 엔니오 모리꼬네를 설득해 ‘Gabriel’s Oboe’에 가사를 붙여 직접 부른 곡이다. 과라니족의 경계를 느슨히 풀어버린 가브리엘 신부의 묵직하고도 따뜻한 오보에 연주. <미션> 속 그의 마음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남아 빛을 돌게 한다.

사랑의 결정(結晶)을 담은 Love Theme

엔니오 모리꼬네가 남긴 가련하고도 섬세한 멜로디는 이후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아름답게 폭발한다. 그의 선율이 없는 <시네마 천국>은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영화 속 인물을 따라 흐르던 음악은 영화 밖에서도 계속해서 번져 나간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흘러나오는 ‘Love Theme’는 막이 내린 뒤에도 귓가에 아른거린다. 쓸쓸하나 아늑하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 곡은 마치 사랑의 ‘결정(結晶)’을 집약한 것만 같다. 극장 ‘시네마 천국’의 영사 기사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이 영사되는 장면을 가득 채운 그의 음악. 이 곡은 아들 안드레아 모리꼬네가 작곡한 곡을 아버지인 엔니오 모리꼬네가 편곡했다고 알려져 있다. 아내 마리아 트라비아에게 “당신을 향한 작별 인사가 가장 고통스럽다.”라는 말을 남겼을 만큼 ‘사랑’이란 감정 앞에 누구보다 성실했던 그. 2020년 7월 비록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음악에 담은 수많은 ‘사랑’은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이다.

  • CINE MUSIC
  • Ennio Morricone의 또 다른 명곡 Deborah’s Theme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속 아련한 마음을 피워 낸다. 1900’s Theme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속 천재 피아니스트의 감정을 따라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