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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생존 경쟁 개막- 글.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전기차 시장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 그로 인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전기차 주도권 경쟁도 커질 전망이다. 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에 집중해야 한다.
전기차 시장의 기하급수적인 증가
전기차 시장이 심상치 않다. 아직 내연기관차 시장이 줄어드는 경향은 없으나 전기차 시장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에 따라 내연기관차 시장이 빠르게 잠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등 각종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의 중첩 기간이 최소한 30~40년 정도는 될 것이라 예상하면서 자동차 산업계의 변동이 연착륙할 수 있는 기간은 충분하다고 판단되었으나 최근 전기차의 단점이 급격히 사라지면서 이 기간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기존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이를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부족해지면서 부품사, 자동차 애프터마켓 등 여러 면에서 경착륙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올해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무장한 완성도 높은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내연기관차 생산 인력의 30~40%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전기차는 미풍이 아닌 주도 세력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글로벌 제작사 모두가 적극적인 개발과 생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작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자동차 판매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전기차는 예상과 달리 320여만 대가 판매되는 호황을 이루었고, 올해 예상 판매로는 500만 대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연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를 9,000만 대 내외로 보면 아직 전기차 판매는 적다고 할 수 있으나 지금의 기하급수적 판매 증가로 보면 오는 2025년 정도면 연간 1,000만 대 판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친환경차 보급, 지구 환경 개선 등 국제적 환경 규제가 강조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에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의 합류는 당연한 현상이 되었다. 이제 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통한 주도권 경쟁
전기차 발전과 직결되는 요소는 단연 전기차 배터리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동시에 전기차 가격의 약 40%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는 배터리의 가격 하락이 필수다. 이는 전기차 생산 국가 모두가 안고 있는 숙제다. 이에 따라 최근 전기차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주도권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기차의 주도권을 쥐고 선두에 있던 테슬라는 이미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한 내재화를 선언하였고 이어서 폭스바겐 그룹이 각형 배터리 사용과 내재화를 선언하였다. 최근에는 미국 포드사도 내재화 선언을 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이 봇물을 이룬다.
기존 글로벌 배터리사의 움직임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기반을 중심으로 자율주행과 공유모델 등 다양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추가되면서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센서와 카메라 등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최근 부족 현상을 크게 느끼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회사와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알고리즘 회사도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중요성이 크게 늘고 있는 인공지능 회사 등 내로라하는 모든 글로벌 회사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배터리 양산성을 갖추기 위한 글로벌 흐름
이러한 세태의 중심에는 전기차 배터리가 핵심 요소로 자리한다.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 등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배터리의 양산성을 누가 빠르게 갖추는가가 관건이다. 최근의 흐름을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의 배터리 내재화 흐름이다. 몇 개 자동차 제작사가 내재화 선언을 하였으나 과연 4~5년 이내에 내재화는 가능할 것인가. 제작사 입장에서는 기존 수직·하청 구조의 시스템을 통하여 이윤과 생산을 능동적으로 구현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그리 쉽게 구현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특히 안전을 보장하면서 완성도 높은 배터리를 양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영역인 만큼 양면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내재화는 어려운 지점이다. 기존 배터리 회사도 더욱 높은 하이테크 기술을 구사하면서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보유한 배터리로의 개발로 지향할 것이고 대량 생산체계 및 기술개발을 통하여 경제성 높은 모델로 탈바꿈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전고체 배터리의 완성이다. 현재 주로 사용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존하는 최고의 배터리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무게 및 부피 대비 집적도도 좋아서 전기차에 가장 알맞은 배터리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취약점은 가격이 높고 열에 약하여 충격이나 압력을 크게 받으면 화재 등에 약하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의 전고체 배터리는 꿈의 배터리라고 하여 향후 6~7년 이후 양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의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고 열에 강하여 화재 등에 자유로운 미래의 배터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온 전도도 문제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도요타자동차 등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고는 하나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올라온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빨라도 오는 2025~2030년 정도를 양산 모델 출시로 예상한다. 물론 핵심 요소는 경제적인 특성과 대량 양산체제일 것이다.
세 번째로 우리의 주도권 확보이다. 기존의 배터리 전쟁은 한·중·일 싸움인 만큼 누가 주도권을 쥐는가가 중요할 것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시장에서의 합의는 중요한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미국 시장에서의 국내 두 개의 그룹 간의 전쟁은 중국이나 일본에 어부지리를 주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를 통한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의 선점은 국내의 그룹 간의 연계와 공동연구 등 시너지 효과를 통하여 글로벌 시장의 미래 주도권을 쥐는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끝으로 과연 배터리 시장이 한·중·일 싸움으로만 전개될 것인가 하는 부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간의 경제 전쟁 가속화와 자국 우선주의를 선언하였다.당연히 미국은 자체적인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였고 유럽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의 한·중·일에 배터리 미래를 맡기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지역 내 내재화의 흐름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고 차량용 반도체도 전략물자로 바뀌면서 내재화 선언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배터리 시장은 물론 차량용 반도체 주도권 확보 등 해결하여야 할 과제가 상당하다. 앞으로의 미래가 불확실한 만큼 주도권에 대한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모든 미래 모빌리티가 융합적인 특성이 요구되고 첨단 기술력의 집합체가 되는 만큼 우리의 움직임에도 융합적인 자세와 준비가 요구된다. 정부를 중심으로 산·학·연·관의 노력과 차별화된 원천기술 확보 등 해결 과제가 많다.앞으로의 5~10년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기간이라는 생각으로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