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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공동구매
아트 재테크를 이끄는
새로운 플랫폼- 글.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
- 최근 미술품 공동 구매가 급부상하면서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술품 공동 구매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본다.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된 미술품
수십 년간 미술 시장은 갤러리와 옥션으로 운영되어 왔다. 미술품을 거래하는 딜러들은 대부분 갤러리, 옥션에 속해 있거나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의 거래방식은 동일했다. 작품과 사람을 일대일로 매칭한다. 당연히 미술품은 고가이다 보니 주로 부자들만 상대하게 된다. 나는 월급쟁이라 김환기, 이우환과 같은 유명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결국 유명 작가의 작품은 판화로 구매할 수밖에 없었고, 원화는 남들이 잘 모르는 신진 작가나 중견 작가의 작품을 주로 구매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팔 수 있는 작품은 아쉽게도 유명 작가의 판화뿐이다. 이우환 화백 판화의 경우 구매 당시 가격보다 5배가 넘게 올랐지만, 더 큰 돈을 지출해서 구입한 신진 작가나 중견 작가의 원화는 단 한 점도 팔 수가 없었다. 나름 유명 미술관에서 일해서 좋은 작품을 추천받을 수 있었음에도 이 작품들이 투자가치가 있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미술품 공동 구매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품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희소성이나 세제 혜택 등의 측면에서 다른 대체 투자상품보다 투자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다. 특히 정치, 사회, 경제가 안정되면 결국엔 문화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생각에 미술품은 유망한 투자자산이 될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고가의 유명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혼자 살 수 없다면 여러 사람이 모여 소액으로 다 같이 투자하는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미술품 공동 구매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될까?
우선, 미술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회사가 공동 구매할 작품을 선정한다. 주로 국내외 옥션에서 낙찰률 70% 이상인 작품을 선정하고 체계적으로 가격을 분석하여 상승률을 예측한다. 분석한 자료는 온라인 플랫폼에 게시하여 공유하고 공동 구매 진행 후 원작은 회사가 자체 갤러리에서 전문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미술품을 공동 구매하여 소유한 이력은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작품마다 설정한 투자 목표 기간 내에 작품 가격이 상승하면 재매각하여 수익을 나눈다. 혹시라도 작품이 재매각되기 전에 중도 매각을 원하면 회사에 의뢰하여 매각할 수도 있다. 이때 회사는 미술품 재매각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세금의 신고와 납부까지 대행하고 공동 구매를 종료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제프 쿤스, 바스키아, 이중섭, 김환기, 이우환처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작가의 작품을 공동 구매하면, 작품을 확인할 수 있는 확인서가 제공되기도 한다. 실물로 제공되는 확인서를 액자로 만들어 걸어두는 이들도 상당하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들의 아트 재테크에 대한 열광은 남다르다. 미술품 공동 구매를 통해 문화를 소비하고 향유하며,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률까지 기대할 수 있기에 밀레니얼 세대들이 아트 재테크에 환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앞선 세대와 달리 트렌드에 민감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접근하는 그들이라면 비트코인처럼 투기성이 강하거나 주식처럼 기관 투자자에게 좌지우지되지 않는 미술품을 새로운 대안으로 볼 수 있다.
미술품 공동 구매의 최초 플랫폼 론칭
미술품을 공동 구매하면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신진 작가 작품 한 점을 살 수 있는 돈으로 투자가치가 높은 유명 작가의 작품을 여러 점 구매할 수 있다. 미술품에도 분산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존의 주식, 채권과 상관계수가 낮다 보니 포트폴리오에 포함하여 투자하면 투자 리스크는 낮추고 수익률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 또한 미술품 공동 구매는 단순히 투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술품 구매에 더해 고급 문화에 대한 소양을 쌓는 것도 가능하다. 고액 자산가만 누리던 혜택을 우리도 함께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2018년 10월 국내 최초로 온라인 미술품 공동 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가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미술품을 투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이미 10년도 전에 등장했던 아트펀드, 저축은행의 미술품 담보대출 등이 대부분 실패로 끝났고, 툭하면 천경자, 이우환 화백의 위작 사태가 뉴스에 나왔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에서 미술품을 소액으로 분할하여 공동 구매하고, 블록체인에 기록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미술 시장이 오랜 기간 탈세, 비자금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대중에게 인식되다 보니 새로운 방식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술품 공동 구매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경험한 대중들이 많아지면서 아트앤가이드 이후 다양한 미술품 공동 구매 회사와 미술품 투자 회사들이 등장했고 기존 옥션과 갤러리에서도 유사 서비스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공동 구매 플랫폼
새롭게 등장하는 미술품 재테크 방식에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공동 구매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도 작품을 구매한 적이 없는 대중이다. 당연히 작품을 어디에서 사야 하는지 작품과 관련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어야 하는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엔 공동 구매 회사나 미술품 투자 컨설팅 회사, 옥션, 갤러리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그대로 신뢰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미술품 재테크가 관심을 받으면서 우후죽순 아트 재테크 회사들이 등장했지만, 미술품을 투자의 시각으로 분석하려면 실제로 미술품 유통 시장을 경험하는 동시에 금융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한다. 작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세분화하여 분석할 수 있으면서, 최근 거래가 이루어진 작품의 시세를 파악하고, 작품 소싱과 재매각에 필요한 미술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미술 관련 자격증이 있거나 갤러리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해서 미술품 투자와 관련한 전문성이 충족될 수는 없다. 전문 인력의 유무는 결국 플랫폼의 전문성과 직결되며 이는 투자수익에 영향을 미친다.
플랫폼의 전문성은 투자한 작품의 재매각 결과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동 구매의 경우 평균 수익률도 중요하겠지만, 공동 구매한 작품 중 실제로 공동 구매 참여자에게 수익을 배분한 재매각 작품의 비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재매각 작품 수와 금액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데, 만약 금액이 낮은 작품 위주로 재매각을 해서 매각 총 금액은 적은데 작품 수가 많다면, 남은 고가의 작품에 대한 재매각 가능성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도 재매각이 늦어지거나 그 비율이 너무 높다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또한 재매각과 관련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가의 작품에 재구매 약정이 체결되어 있는지, 실제로 약정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제3자가 아닌 회사가 직접 구매하는 형태로 재구매 약정이 체결되어 있다면, 매각 권리 행사로 인해 회사의 재무 상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중도에 소유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실제로 이익이 발생하고 있는지 그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단순히 소수의 작품이나, 소수의 지분만 높은 수익률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태라면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공동 구매 시 제공하는 작품 가격 정보 수준으로도 플랫폼의 전문성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우환 화백 작품의 경우 캔버스에 유채로 그린 작품과 종이에 수채로 그린 작품, 종이에 목탄 드로잉한 작품에 따라 낙찰률, 가격 상승률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또한 제작 연도에 따라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분석 방법도 다르다. 같은 Winds 시리즈라도 From Winds, East Winds, With Winds에서 콜렉터의 선호 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이는 가격으로 직결된다.
붓질의 색감, 밀도, 모양 등에 따라서도 작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만약 아트 재테크 플랫폼에서 이런 내용들을 세부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단순히 이우환 화백 작품 전체의 낙찰률과 최고가 작품만을 제시하고 있다면 이들의 전문성은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트 재테크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좋은 작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플랫폼을 선정하고 그곳에서 분석한 작품 정보와 국내외 옥션 낙찰 결과, 전시 정보 등을 비교 분석해서 보다 투자가치가 높은 작품을 선별해야 한다. 그리고 공동 구매하는 가격이 적정 가격인지, 내가 구매하는 작가가 옥션 등을 통한 재매각이 가능한지 계속해서 체크해야 한다. 틈틈이 자신이 투자하고 싶은 작가의 전시를 보러 다니는 것도 시장에서 작가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단순히 투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아트 재테크. 앞으로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작품을 공동 구매하고, 국채, 주식, 부동산과 미술품이 결합된 새로운 투자 상품을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