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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시장,
그 원리와 전망을 살피다
- 글. 조재우 한성대 스마트융합컨설팅학과 교수
- NFT 시장은 대중적인 성공 이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에게 생소한 기술 개념으로 운영되는 NFT. 그 기술적 기반과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조망해 보고자 한다.
눈에 띄게 성장하는 NFT 시장
블록체인 시장의 2020년 키워드가 DeFi(분권화 금융)였다면 2021년 상반기 키워드는 누가 봐도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이다. NFT는 2018년 크립토키티라는 블록체인 게임으로 첫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그 이후 NBA 카드 같은 수집품과 디지털 아트를 거쳐 의미 있는 순간을 기록하거나 DeFi에 활용되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그에 따라 NFT 시장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NFT 전문 분석 사이트인 Nonfungible.com에 따르면 최근 NFT 일별 최대 거래액은 7,800만 달러, 거래 수는 3만 3,000건 이상을 기록했다. 수치 측면에서의 상승뿐 아니라 시장의 주목을 받는 사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트위터 CEO인 잭 도시의 첫 트윗에 대한 NFT가 290만 달러에 판매되었고, 유명 아티스트인 뱅크시의 작품을 불태우며 발행한 NFT는 38만 달러에 거래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미있는 사례가 하나 나왔다. 최근 논란이 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거래소 폐쇄” 발언도 NFT로 발행되어 판매된 것이다. 그 가격은 1ETH, 약 300만 원이다.
하루가 다르게 NFT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고 더 많은 사람들이 NFT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NFT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범주에 머물러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체 불가능’이라는 생소한 개념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NFT의 기초적인 기술 원리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NFT의 한계와 가능성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향후 발전 방향을 조망할 수 있다.
대체 불가능성에 주목하는 NFT
먼저 NFT라는 약어 속 Non-Fungible이라는 개념부터 살펴보자. Fungible은 ‘대체 가능성’ 으로 번역되는데, 대체 가능성을 가진 자산의 대표적인 예로 금을 들 수 있다. 순도가 동일하다면 내가 가진 금 100g과 내 친구가 가진 금 100g은 같은 가치를 갖는다. 내가 가지고 있다고 해서 더 특별히 가치가 있는 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금은 순도와 무게만 동일하다면 서로 대체될 수 있는데 이것을 대체 가능성이라 한다. 또한 대체 가능한 자산은 쪼개질 수 있고 합쳐질 수도 있다. 금 100g은 금 10g 열 개로 대체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대체 가능한 자산은 하나의 표준화된 가치를 가지며 이 때문에 대체 가능한 자산은 가치의 교환이나 저장 수단으로 이용되곤 한다.
반면 대체 불가능한 자산은 각각 고유한 개성을 가지므로 다른 것들과 명확히 구분된다. 희귀한 보석을 예로 들어 보자. 화학구조와 무게가 동일한 다이아몬드일지라도 모양과 커팅, 역사적 상징성에 따라 다른 가치를 갖는다. 아주 희귀한 다이아몬드는 ‘여배우의 눈’이나 ‘아프리카의 별’과 같은 이름이 붙기도 한다. 특별한 사연이 담긴 경우도 있다. 수천 년의 역사를 품은 보석, 몰락한 왕가를 거쳐 온 보석 등 각각 너무나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기에 이 대체 불가능한 자산들은 서로 교환되거나 합쳐질 수 없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지금까지의 블록체인 토큰은 모두 대체 가능성이 기반이었다. 내가 보유한 1 비트코인은 남이 보유한 1 비트코인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며, 0.1 비트코인을 10개 모으면 1 비트코인의 가치를 갖게 된다. 그러나 NFT는 한 토큰이 다른 토큰과 명확하게 구분되고, 각각 고유한 가치를 가지므로 토큰은 서로 합쳐질 수 없다. (공동소유 개념으로 나눌 수는 있다.) 비트코인이 금이라면 NFT는 희귀 보석에 가까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상징물로서의 NFT
NFT의 기본 개념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제 기술적인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때 NFT는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며,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하는 암호화폐의 일종이다. NFT는 공통적으로 세 가지 기본 요소를 지닌다. 이더리움에서 사용하는 ERC-721이라는 NFT 표준을 보면 NFT에는 스마트계약, 토큰 ID, 소유자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아래의 표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NFT 세 가지 기본 요소 |
내용 | (예시) Sorare 축구선수 카드수집 NFT - 음바페 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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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계약 | 이더리움 위에서 돌아가는 일종의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은 것으로, 하나의 NFT 그룹을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이라 이해할 수 있다. 보통은 계약 이름과 토큰 티커가 함께 기록되어 있다. | 스마트계약 : 0x629a673a8242c2ac4b7b8c5d8735fbeac21a6205 계약 이름 : Sorare 티커 : SOR |
토큰 ID | 하나의 NFT 스마트계약(또는 토큰 그룹)에서 만들어진 토큰의 고유번호이다. 쉽게 말하자면 A라는 NFT에 ‘1번 토큰’, ‘2번 토큰’, ‘3번 토큰’처럼 각 토큰마다 번호를 붙이는 것이다. | 음바페 카드 중 하나의 토큰 ID: 35097448...96403753 (같은 선수의 카드가 여러 장일 경우에는 각기 다른 토큰 ID를 갖는다. 이 번호는 무조건 1에서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으며, 발행자가 임의로 지정 가능하다.) |
소유자 정보 | 토큰에 소유권이 기록된 주소로, 토큰을 전송하거나 판매하는 등의 블록체인에서 사용 가능하다. 만약 토큰이 거래되었다면 소유자 정보는 새로운 소유자의 주소로 업데이트된다. | 음바페 카드의 소유권 주소 : 0x39746...f97f09 |
또한 추가적으로 Metadata라는 항목을 확인할 수 있다. Metadata에는 세 가지 기본 요소 외에 토큰에 필요한 정보를 적어 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토큰에 대한 설명이나, 토큰과 관련된 파일 주소 등이다.
NFT가 기술적으로 그리 복잡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초적인 기술을 살펴보지 않을 경우 종종 오해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NFT가 디지털 원본이라거나, NFT를 소유하면 디지털 원본의 소유권을 갖는다는 생각이다. 실제 NFT는 디지털 원본이나 소유권과 직접적인 관련이 전혀 없다. 단지 스마트계약, 숫자로 된 토큰 ID, 소유자 정보만 있을 뿐이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최근 444 ETH (약 80만 달러)에 판매된 Pak이라는 작가의 작품 ‘Finite.’에 대한 NFT를 살펴보고자 한다. 해당 내용은 아래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Finite.’의 NFT | 상세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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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 Contract(FND NFT) : 0x3b3ee1931dc30c1957379fac9a ba94d1c48a5405 | 이 NFT는 FND NFT라는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에서 발행되었다. |
Token ID : 6544 Metadata : QmTnSs9m5aP7egUhTbfHvFnRWhg9EJZSHnNDDJ txVRjL9h/metadata.json |
이 작품은 FND NFT 중 6544번이라는 일련번호, 즉 토큰 ID(Token ID)를 가지고 있다. |
https://ipfs.io/ipfs/QmTnSs9m5aP7egUhTbfHvFnRWhg9EJZSH nNDDJtxVRjL9h/metadata.json | 이 토큰이 발행될 때 Metadata가 추가로 기록되었으며, Metadata에 적힌 링크를 IPFS라는 분산 저장소에서 찾을 수 있다. |
{"name":"Finite.","description":"f ","image":"ipfs://ipfs/QmWMv cCNVPCWR7CeWW4h8x8FptsQnRcrK2swxZQRRGqvWg/nft. mp4" } | IPFS에서는 작품에 대한 정보가 텍스트로 나온다. (name(작품명): Finite., description(묘사): f ) 여기에서 한 가지, IPFS는 블록체인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해당 내용 중 마지막에 보면 image 링크를 찾을 수 있다. |
https://ipfs.io/ipfs/QmWMvcCNVPCWR7CeWW4h8x8FptsQnR crK2swxZQRRGqvWg/nft.mp4 | 이를 다시 IPFS에 넣으면 작품 원본 파일이 나온다. 이 파일은 31MB 용량의 PNG 그림 파일인데, NFT 토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라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
정리하자면 토큰 ID와 스마트계약은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있지만 디지털 원본이나 작품에 대한 설명은 블록체인이 아닌 IPFS라는 시스템에 올라와 있다. 이 파일은 누구나 열람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다.
즉,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NFT는 디지털 원본이라기보다 디지털로 된 상징물에 가깝다.
물리적 세계의 것으로 비유하자면 숫자가 쓰여 있는 동그란 플라스틱 칩과도 같다. 이런 칩들을 어느 가게에서는 미술품 대신이라고 하며 거래하고, 또 어느 가게에서는 수집 카드 대신이라고 하면서 거래하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NFT 자체로는 아무런 효용도 만들어 낼 수 없으며 가치를 가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NFT가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NFT의 가치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희귀 보석을 다시 예로 들어보자. 희귀한 보석이 같은 질량과 화학식을 가진 다른 보석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갖는 이유는 그 보석에 얽혀 있는 스토리와 상징성이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기 때문이다.
NFT도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지만 어떤 토큰이(예를 들어 FND NFT 6544번) 갖는 의미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면 가치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NFT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망
NFT의 대상 시장도 기존 블록체인 토큰과 차이가 있다. 기존의 대체 가능성을 가진 토큰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면 NFT 시장은 그보다 좁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희귀 보석이나 미술품 시장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금붙이는 다수의 대중이 보유하고 있지만 희귀한 보석이나 미술품은 상류층 수집가를 중심으로 수요층이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대체 불가능한 자산은 적절한 가치평가가 어려우며, 가격 변동성이 크고, 즉각적인 현금화도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다.
NFT가 성장한 배경도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사실 NFT는 2018년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러나 그때에는 NFT 시장이 이렇게까지 크지 않았다. 크립토키티라는 NFT가 2018년 초에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 당시 최고 거래가격은 약 17만 2,000달러(한화 약 2억 원)였다. 지금 최고 거래액인 7,800만 달러의 1/450 수준이다. 이는 암호자산 시장 규모의 차이에서 온다. 2017년 말 암호화폐 전체 시장 규모는 5,000억 달러 이하였으나 2021년 초의 시장 규모는 2조 달러 이상이다. 이더리움 가격도 2017년에는 300달러 언저리였지만 지금은 2,500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렇게 암호자산 시장이 성장하면서 그 투자자들은 부를 축적하게 되었고 그들의 구매력도 급격히 높아졌다. 즉, 이제는 수십억 원을 특별한 상징성만 가진 토큰에 흔쾌히 지불할 수 있는 자산가들이 많아진 것이다. 암호자산 시장이 계속 성장할수록 NFT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지금은 NFT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점차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부상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NFT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까? NFT 시장의 확장과 축소는 암호자산 시장의 흐름과 궤를 같이할 것이다. 현재 암호자산 시장은 완연한 상승장이기에 NFT 시장 또한 함께 커질 것이다. 그러나 만약 2018년의 하락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NFT 광풍은 일시적으로 사그라들 수 있다. 특히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NFT는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암호자산은 점차 제도권과 조화를 이루어 나가며 규모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NFT 시장도 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한편 NFT 시장의 특수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NFT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암호자산으로 부를 쌓은 부유층이란 점을 생각해 보자. 이들의 문화는 기존 상류층의 문화와 차이가 있다. 그래서 지금 블록체인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일론 머스크나 잭 도시와 연관된 NFT가 큰 가치를 갖는 것이다. 앞으로 이 시장이 어떤 특별한 영역을 개척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새로운 영역이 디지털에 기반한 분권화와 개인의 자유를 지향하는 신흥 부자들의 취향에 부합하리라는 점은 예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는 포인트는 ‘명품’이다. NFT의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은 브랜드 가치를 가진 디지털 명품 시장이다. 물론 아직 명품급 브랜드 가치를 가진 NFT 프로젝트가 나올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명품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NFT는 그 역사가 충분히 길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에는 디지털 명품 반열에 오를 프로젝트가 등장할 것이다. 어쩌면 미래에 명품이 될 프로젝트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NFT는, 넓게 보면 블록체인의 초기 단계이다. 비트코인은 이제 겨우 12년이 지났고, 이더리움은 그 절반인 6년 정도 되었으며, NFT는 그 절반인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시장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큰 실패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주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시장을 진정으로 경험하고 그 성장을 함께 즐겨 보는 것도 큰 배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