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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가다

명실상부한
외유내강형의 나라

룩셈부르크

유럽 열강들 사이에 둘러싸였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단단히 성벽을 쌓아 올렸던 룩셈부르크. 고통스런 역사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서로를 지켜냈던 룩셈부르크는 1인당 국민 소득 1위의 국가로 성장했다. 게다가 풍성한 문화를 갖춘 이곳, 품격의 나라 룩셈부르크로 안내한다.

writing. 편집실

룩셈부르크 시내
한적한 평화가 감싸 안은 도시

작지만 풍성한 매력이 가득한 나라. 국토는 서울의 4배 정도이나 구석구석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룩셈부르크다. 룩셈부르크 풍경의 정수는 바로 성벽에 있다. 나라 전체가 요새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룩셈부르크는 곳곳에서 높은 성벽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룩셈부르크의 수도 룩셈부르크(Luxembourg)는 웅장한 성벽이 도시를 전체를 감싸 안고 있는데, 그 중 관광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보크포대(Casemates du Boke)다. 보크포대는 지하와 암벽 사이사이 포대가 놓인 약 23km 길이의 성벽으로 시대에 따라 감옥이나 연극 무대로도 쓰였다고 전해진다. 포가 향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내밀면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이제는 고요한 낭만이 가득한 거리. 그런데 이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희생이 동반되었던 역사를 생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먼 이야기인 것 같아 생경하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흔적에 생생하게 다가오는 역사는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뻐근하게 한다.
보크포대 위로 올라가 바라보는 풍경은 아래와는 또 다르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아름다운 발코니라는 명성에 걸맞게 우리에게 수려한 장관을 선사한다. 한가로이 강물이 흐르고 울창한 나무들이 자라난 도시의 풍경. 포가 날아다니고, 화염에 휩싸이던 도시는 사라지고 이제는 한적한 평화만이 깃들어 있다

보크포대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국민 소득 1위의 나라

룩셈부르크가 요새의 나라가 된 데에는 위치상의 이유가 있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 여행을 가는 많은 이들이 룩셈부르크를 잠시 지나가는 여행지로 생각하기도한다. 빼곡한 문화를 가진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다고 오해받지만 사실 룩셈부르크는 진정 외유내강형인 나라다. 이는 소득 수준에서 드러나는데, 룩셈부르크는 1인당 국민 소득이 세계 1위인 나라다. 룩셈부르크가 누리는 경제적 풍요의 일등공신은 금융업이다. 특히 룩셈부르크는 미국 다음으로 큰 투자 펀드 시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성취는 가히 상전벽해 수준이다. 강대국의 침략 앞에 추풍낙엽과도 같았던 룩셈부르크가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철강 자원 덕분이었다. 20세기 초 철강 자원을 발견하고 이를 산업으로 발전시키면서 명실상부한 제조업 국가가 된 룩셈부르크. 그러나1950년대부터 매장량이 한정적이라는 걸 깨달은 뒤 룩셈부르크는 금융업에 집중하면서 국가의 명성을 유지해 나갔다. 강대국들 사이에 있어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이 쉬운 점을 이용해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여행자들에게는 경유지로 불리지만 그 내면에는 장대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룩셈부르크. 힘들게 쌓아 올린 결실의 붕괴 위기앞에서도 더 먼 곳을 바라본 용기가 오늘의룩셈부르크를 만든 것이다.

룩셈부르크 금융가
풍성한 명소로 가득한 시가지의 거리

룩셈부르크의 또 다른 명소는 아돌프 다리(Pont Adolphe)다. 입헌군주제 국가인 룩셈부르크를 아돌프 대공작이 통치하던 19세기 말에 설치한 다리로, 세계에서 가장 큰 아치교로 꼽힌다. 이 다리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다리 중간에 사람과 자전거가 다닐 수있는 통로를 만들어 두었는데, 안전하게 거닐 수 있을뿐더러 여유롭게 다리 너머 풍경도 감상할 수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되었다.
다리에서 신시가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헌법광장(Place de la Constitution)과 노트르담 대성당(Cathedrale Notre-Dame)이 보인다. 헌법광장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황금의 여신상(Monumentdu Souvenir)이다. 1차 세계대전으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황금의 여신상은, 비록 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되었으나 훗날 우연히 잔해가 발견돼오늘날의 모습으로 복구되었다고 한다. 바람을 맞으며 굳건히 월계관을 들고 있는 신의 모습에서 룩셈부르크의 국격이 드러난다. 많은 이들의 노고와 희생을 잊지 않으려는 꿋꿋한 자세가엿보인다.
그리고 프랑스 파리의 그것과 이름이 같은 노트르담 대성당. 위엄 있는 세 개의 첨탑은 어디서든 눈에 띌 정도로 높이 솟아 있다. 노트르담은 ‘성모마리아’라는 뜻인데 정문의 손잡이까지 성모마리아 형상을 띠고 있어 섬세함의 진수를 보여 준다. 흑사병 때문에 성모마리아를 애타게 찾았다던이들은 결국 그의 품 안에서 안식을 찾았을까.

아돌프 다리
조화의 품격을 갖춘 룩셈부르크

험난한 역사 속에서도 무수한 문화를 꽃피운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는 170여 개국이 모여 사는 다국적 국가인데, 이들은 때로 컬러 파이트(Color Fight)라는 축제를 열어 인종, 성별, 나이와 관계없이 서로를 색색으로 물들이곤 한다. 서로에게 다양한 가루를 뿌리고 즐기며 오늘의 시간을 함께 누리는 것이다. 경계가 지워진 축제 속에서조화를 중시하는 문화가 드러난다.
거리 곳곳에도 조화롭게 피아노가 놓인 것은 룩셈부르크만의 특징이다. 누구나 피아노를 칠 수 있고, 누구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그렇게 거리는 청아한 음률로 물든다. 역사를 빼곡히 품으며 멋진 문화를 피워 낸나라. 비록 국토는 작지만 밀도 있는 품격을 가진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는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분명 단단하고 굳건한 나라다.

  • 노트르담 대성당

  • 거리의 피아노


역사를 빼곡히 품으며 멋진 문화를 피워 낸 나라. 비록 국토는 작지만 밀도 있는 품격을 가진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는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분명 단단하고 굳건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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