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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가다

거대한 자연과
웅장한 문화로

우리를 반기는 러시아

광대함 때문일까. 어쩐지 러시아는 여행지로서의 아름다움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미지의 여행지인 것만 같다. 그런데 러시아에는 드넓은 영토 안에 근사한명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올겨울 러시아만이 간직하고 있는 자연과 문화를 누비러 가 보자. 러시아의 풍광을 만끽하고 싶다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writing. 편집실

바이칼호수
바이칼호수,
꽁꽁 얼어붙은 겨울 위를 거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로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러시아의 바이칼호수(Lake Baikal). 사람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시베리아 오지에 위치해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 ‘풍요로운 호수’라는 뜻의 바이칼호수는 그 이름에 걸맞게 무려 2,500종의 동식물을 품고 있다. 그중 80퍼센트 이상은 바이칼호수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인데, 네르파(Nerpa)라 불리는 바이칼물범이 대표적이다. 바다가 아닌 민물 호수에 서식하는 바이칼물범은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이곳의 최상위 포식자인 만큼 생태계 평형을 위해 바이칼물범이 보호가 필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풍요로운 바이칼호수는 겨울이 되면 거대한 빙상장으로 변신하여 사람들을 맞이한다. 한국의 경상도만 한 바이칼호수에서는 자연을 만끽하며 자유로이 뛰어놀 수 있다. 게다가 얼음 두께가 1m를 넘어서기 때문에 바이칼호수 위로는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다. 매년 자동차 스피드 경기인 ‘데이 오브 스피드(Days of Speed)’가 열린다고 하니 바이칼호수의 단단함이 어느 정도일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하늘의 데칼코마니처럼 투명하게 얼어붙은 호수 위 담담히 내린 눈. 2월에 절정을 이룬다는 바이칼호수 빙상장이 당신에게도 인사를 건넨다. ′

카잔 교회
러시아 정교회 건물
이르쿠츠크,
숭고한 열망을 품었던 역사의
흔적을 찾아서

바이칼호수의 서쪽 아래에 있는 이르쿠츠크(Irkutsk)로 가는 길에는 시베리아의 광활한 설원과 평온한 자작나무 숲길이 우리를 반긴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만큼이나 오랜 역사의 멋이 살아 있는 이르쿠츠크. 카잔 교회(Kazan Cathedral) 등 러시아 정교회 건물이 우아하게 서 있는 이곳은 시베리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도시이다.
이르쿠츠크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데카브리스트 혁명이다. 데카브리스트는 전제 정치와 농노제 폐지 등의 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청년장교들을 가리킨다. 1825년 12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데카브리스트 혁명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후 러시아 근대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혁명을 일으켰던 이들은 처형이나 유배로 그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러시아의 변방이라 불리는 이르쿠츠크에 남아 이곳을 문화의 도시로 만들어 냈다. 그래서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는 이르쿠츠크를 ‘시베리아의 파리’라 불렀다.
이르쿠츠크의 관광 명소 중에는 데카브리스트와 관련된 곳이 많다. 특히 ‘발콘스키의 집 박물관(Volkonsky House)’과 ‘즈나멘스키 수도원(Znamenskiy Monastery)’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박물관이 된 발콘스키의 유배 시절 집은 당대의 문화와 사회를 보여 주는 산증인이 되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발콘스키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Leo Tolstoy)의 소설 <전쟁과 평화>의 주인공인 안드레이 발콘스키의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즈나멘스키 수도원에는 데카브리스트의 수장이었던 트루베츠코이의 아내 예카테리나와 그의 자녀들의 묘지가 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꿨던 데카브리스트들의 숭고한 열망은 여전히 이르쿠츠크에 남아 도시를 빛내고 있다.

발콘스키의 집 박물관
모스크바,
아름다움이 생동하는 문화의 중심지

이르쿠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면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Moscow)까지는 무려 88시간이 소요된다. 긴 여정이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까닭은 중세시대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모스크바에서는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 다양한 볼거리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연 대표 명소로는 크렘린궁전(Kremlin)과 붉은 광장(Red Square)을 꼽을 수 있다. 크렘린은 러시아어로 성벽을 뜻하는데 머리글자를 대문자로 쓰면 크렘린궁전을 뜻한다. 비약적이나 ‘성벽’이 ‘궁전’으로 굳어진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실제로 크렘린궁전의 높은 성벽은 러시아 공산주의의 요새와 같았고 냉전의 상징이기도 했다. 크렘린궁전 성벽의 북동쪽을 접하고 있는 붉은 광장에는 러시아의 랜드마크로 가득하다. 이전에는 ‘붉은’을 뜻하는 단어(Красная)가 ‘아름다운’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름다움이 생동한다.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것만 같은 환상적인 성 바실리 성당(Saint Basil’s Cathedral), 문화와 예술이 가득한 볼쇼이 극장(Bolshoy Theater), 러시아의 국민 시인 푸시킨을 기리는 푸시킨 광장(Pushkin Square)까지, 붉은 광장에 들어선 순간 러시아의 정교한 멋에 취할지도 모른다.

성 바실리 성당
상트페테르부르크,
화려한 겨울궁전의 이면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와 모스크바까지를 잇기 때문에,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 burg)로 가기 위해서는 구 소련 간부들이 이용했다는 붉은 화살 열차를 타야 한다.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과거에 마음이 선득해질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가 걸어가는 모든 길에는 역사가 산재해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시 그 역사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1703년 표트르 대제는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이곳에 도시를 지었다. 건물을 짓기는 척박한 땅이었으나 습지를 매립하고 궁전을 세웠다. 당시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도시 건설의 역사 속에 세워진 겨울궁전은 로코코 양식의 건물로 1,800여 개의 문과 2,000여 개의 창문이 있을 정도로 웅장한 궁전이다. 현재는 건물 외관만이 건축 당시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 공간의 일부는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에르미타주 미술관(The State Hermitage Museum)으로 이용되고 있다. 저녁이 되면 겨울궁전은 연둣빛 외벽과 주홍빛 조명이 어우러져 화려하게 빛난다. 러시아의 과거는 사라졌지만 그 시간은 역사가 되어 오늘을 색다르게 밝힌다. 빛과 어둠을 구별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겨울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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