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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담다

걸음을
재촉하지 않는
찾아가는 여행

고매한
아름다움
영주

시간이 쌓아 올린 오랜 역사와 문화가 가득한 경상북도 영주. 영주에서는 전통의 아름다움과 선비들의 정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경치도 뛰어난 이곳 영주에서 걸음을 음미하듯 천천히 거닐어 보자. 어느새 우리 마음속에 영주가 스밀 것이다.

writing. 편집실 photograph. 영주시 제공

소수서원의 겨울 전경
학문에 정진했던 유생들의 흔적

소백산의 동쪽 아래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으로 불리는 소수서원(紹修書院)이 있다. 소수서원의 역사는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이 1543년 백운동서원을 설립하는 데서 시작하는데, 이어 풍기군수로 임명된 퇴계 이황의 노력으로 이곳은 조선 최초 국가의 사액(賜額)을 받는 서원이 된다. 백운동서원을 사액서원으로 인정한 명종은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내렸으며, 이로써 성리학을 탐구하는 유생들이 오롯이 학문을 갈고닦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기나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소수서원에는 여전히 그들의 정신이 남아 있다. 이는 오래도록 본연을 잃지 않는 자연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주세붕이 ‘소나무와 같은 참선비가 돼라’는 마음으로 백운동서원 앞뜰에 심었던 ‘학자수(學者樹)’라는 이름의 소나무는 군락을 이루어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백산에서 시작해 서원을 끼고 돌아 낙동강과 만나는 죽계천은 변함없이 투명한 물길을 뽐낸다. 유생들은 죽계천을 바라보며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는 했을 것이다. 소수서원에 빼곡하게 남아 있는 유생들의 흔적. 이는 우리에게 건네는 그들의 선물인지도 모른다.

문화적 가치와 견줄 만한 아름다움

영주 하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있다. 바로 부석사다. 부석사는 676년, 신라 문무왕대에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절로 역사와 깊이가 남다르다. 국보와 보물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재를 품고 있는 부석사는 그 문화적 가치와 견줄 만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곳이다. 장엄하면도 소박한 경내는 물론 본전(本殿)인 무량수전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소백산 줄기의 풍광은 마음에 위로를 주곤 한다.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물로, 무량수전을 이야기할 때에는 자연히 ‘배흘림기둥’이 따라온다. 배흘림기둥은 중간 하단 부분의 직경이 가장 넓고 위아래로 갈수록 점차 좁아져 볼록하게 배가 나온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배흘림기둥의 특징은 안정감이다. 위아래 직경이 동일한 기둥은 가운데가 들어간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배흘림기둥은 마치 지붕을 가볍게 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안정감 덕택일까. 부석사는 참 평온하다. 어떠한 과시 없이 그저 오가는 이들을 다정하게 안내한다. 부석사는 그렇게 종교를 뛰어넘는 배려를 보여 준다.

눈 내린 부석사 경내
  • 부석사 삼층석탑
  • 무성마을 외나무다리
생생하게 마주하는 선비들의 이야기

영주에는 선비들의 이야기가 한가득 담긴 곳이 많다. 그중 하나가 소수서원과 인접한 선비촌이다. 소수서원이 선현들의 역사와 숨결로 가득한 곳이라면 선비촌은 선현들의 문화와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재현한 현장이다. 과거를 잊지 않고 올바르게 지켜내고자 하는 후대의 정성이 선비촌을 구축한 것이다.
선비촌에서는 선비들의 생활공간을 복원한 한옥에서 숙박 체험이 가능하다. 선비촌에서의 하룻밤은 낭만이 만발한다. 관람객이 떠나간 선비촌 내부는 고요하고, 청정한 밤하늘은 별빛으로 가득하다. 특히 눈 내린 겨울밤에는 소나무 위로 쌓인 하얀 눈이 달빛을 받아 별처럼 반짝인다. 사계절이 모두 색다르게 아름답지만 겨울의 선비촌은 선비들의 새하얀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것만 같다. 영주에는 선비촌처럼 전통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또 있다. 그곳은 무섬마을이다. 무섬마을은 양반과 선비들의 마을로, 그 시작은 16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0여 년이 넘은 가옥이 16채나 남아 있어 생생하게 과거와 만날 수 있는 무섬마을. 사실 무섬마을의 매력은 전통만큼이나 빼어난 경관에 있다. 마을을 껴안듯이 흐르는 내성천과 그 위에 놓인 외나무다리 그리고 소박하게 모여 있는 마을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그 멋진 풍광 속에 들어가 천천히 외나무다리를 건너 보자. 더께처럼 앉은 마음의 번뇌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소백산의 겨울

소백산에서 시작해 서원을 끼고 돌아 낙동강과 만나는 죽계천은 변함없이 투명한 물길을 뽐낸다. 유생들은 죽계천을 바라보며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는 했을 것이다. 소수서원에 빼곡하게 남아 있는 유생들의 흔적. 이는 우리에게 건네는그들의 선물인지도 모른다.

청아하게 피어난 소백산의 서리꽃

소백산은 영주뿐만 아니라 충청북도 단양과 경상북도 봉화에 걸쳐 있는 산이다. 소백산의 능선은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있어 대각선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겨울 삭풍을 온몸으로 받아 내면서 자연히 눈꽃을 피운다. 정상으로 갈수록 더없이 순백한 눈들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특히 소백산 주봉인 비로봉(1,439m)의 주목 군락에 피어난 서리꽃의 아름다움은 잠시 입을 다물게 한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있는 틈에도 청아하게 피어난 서리꽃. 분명 꿈이 아닌데도 현실감이 없는 듯한 풍경에 한순간 마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소백산은 광대한 능선처럼 등산길도 다양하다. 영주를 빼곡히 만끽하고 싶다면 희방사를 지나는 길을 추천한다. 희방사는 643년,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창건한 사찰로 오랜 세월 소백산의 자연과 어우러져 그 자체로 산천초목같은 멋을 뽐낸다. 차곡차곡 쌓인 시간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선비와 같은 품격을 만들어 낸 영주. 영주의 곳곳을 걷다 보면 우리에게도 그 정신과 문화가 스미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눈이 내린 소백산 천동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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