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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alon #1

두 가지만 알면,
미술감상이
쉬워져요

미술 감상이 어렵지만 미술과 친해지고 싶은 당신에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명화 감상법을 소개한다. 정답은 없다.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그림을 경험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writing.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 대표)

내가 많은 분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다. 참 좋은 말이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미술과 친해지고 싶어서 미술관을 찾고, 미술 관련 책을 읽고, 미술 관련 강의를 듣는다. 그들은 말한다.

맞는 말이다. 미술 교육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미술 감상에 대해 강의를 하고 글을 쓰는 게 주된 업무인 나조차도 가끔 어떤 그림을 보면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되고, 느낌이 오지 않는다. 어떤 미술은 가끔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는다. 그럴 때는 어떡하느냐고? 간단하다. 마음속으로 외친다.

예술은 ‘취향’의 문제다. 그러므로 취향에 맞는 미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미술도 있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어떤 미술을 만나더라도 취향에 맞는 문에 들어갔다 즐기다 나오면 된다. 모든 미술을 좋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우선 처음 만나는 미술 작품 앞에서 작품과 친해지기 위한 간단한 방법 정도는 작품 앞에서 진행해 보면 좋다. 그러면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세히 보지 않았다거나,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가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분들에게 기본적으로 추천하는 감상 방법은 아래 두 가지다.

Slow Looking
슬로우 루킹

런던 테이트 뮤지엄에 따르면 미술관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전시된 작품을 보는 데 평균 8초를 소비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시간과의 경쟁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테이트 미술관은 이럴수록 5분, 15분, 1시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데 쓰라고 말한다. 이 방법을 바로 ‘슬로우 루킹(Slow Looking)’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도슨트나 큐레이터가 작품을 어떻게 보라고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 혼자 말없이 작품을 오랜 시간 바라보고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의 피터 클로시어(Peter Clothier)가 쓴 동명의 책 <Slow Looking: The Art of Looking at Art>에서는 ‘One Hours/One Painting’ 명상법이 등장하는데 이는 한 시간 동안 묵묵히 한 예술 작품을 바라보면 끝이다. 피터 클로시어는 최근 몇 년간 불교 사상과 실천의 영향을 많아 이 과정에서 명상의 요소들을 결합하여 심오하고 보람 있는 경험들을 발견했다고 한다. 슬로우 루킹은 작품 앞에서 그 어떤 초반 토론이나 감상 질문·상호작용 없이 개별적으로 1시간 동안 작품 감상을 하면 되며 각 참가자가 최대한 중단 없이 작품을 충분히 감상을 경험하면 된다. 자! 당신도 해 보자. 이왕이면 이야기가 많은 그림이면 좋겠다. 아래 작품들로 진행해보기를 권한다. 더불어 내가 슬로우 루킹을 한 후 떠오른 이야기들을 적어 보겠다.

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es), 슈가링 오프(Sugaring Off), 1955
그림 속 이야기를 읽어 봐~
EXPLANATION
수많은 사람들이 새하얀 눈 위에 모여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등장해 셀 수 없을 지경이다. 누군가는 단풍나무에 매달려 수액을 뽑아 받고, 누군가는 큰 가마솥에 지글지글 장작을 지핀다. 아이들은 연거푸 즐거운지 손을 잡고 이쪽저쪽을 뛰어다닌다. 접시 위에 눈을 올려놓고, 잔뜩 졸인 메이플 시럽을 뿌리면 어느새 눈은 달콤한 과자가 되고, 캔디가 된다. 과거 미국 사람들은 늘 이 시간을 ‘눈 속의 단풍(maple in the snow)’이라 부르며 행사처럼 즐겼다. 지금처럼 놀 거리들이 많지 않던 그 시절에는 이렇게 자연과 사람의 연합작전으로 마을의 잔치가 진행되었다. 캐나다 퀘백에서 시작된 ‘슈가링 오프’ 파티는 지금도 여전히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노먼 록웰(Norman Rockwell), 삼중 자화상, 1960
다양한 이야기를 상상해 봐~
EXPLANATION
한 화가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림 속에 그림들이 여러 점 있다는 것이다. 일단 자화상을 그리는 화가는 미국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인정받는 노먼 록웰(1894~1978)이다. 그는 19세의 나이부터 잡지 표지를 그렸고 무려 4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미국에서 가장 독자가 많았던 잡지 <새터 데이 이브닝 포스트>의 표지를 300점 넘게 그린 전설의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의 상징인 독수리가 장식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그의 주변에 걸린 엽서 속 인물은 무려 4명이나 더 된다. 제일 앞은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그 다음은 입체주의 대가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이다. 그 뒤로 가장 큰 이미지의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갈색톤의 배경의 한 남자는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바로크시대의 대가 렘브란트 반 레인, 마지막 반만 보이는 남자는 알프레드 뒤러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거울 속 노먼 록웰은 이미 중년의 나이가 넘었다, 머리도 희끗하고, 안경도 썼다. 하지만 자화상에서 만큼은 청년이다. 예술에 있어서 나이가 무엇이 중요할까?
브리튼 리비에르(Briton Riviere), War Time, 1874
인물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PLANATION
브리튼 리비에르(1840~1920)는 내가 아는 화가 중 강아지를 가장 많이, 열정적으로 그린 화가다. 심지어 그는 종교화나 역사화가 인기를 끌던 빅토리아 시기 영국에서 오히려 동물을 그려 유명해진 특이한 케이스다. 그림 속에서 양치기로 보이는 나이든 남자가 눈이 두껍게 내린 들판을 덧없게 바라보고 있다. 겨울이 주는 스산한 이미지와 초록빛 풀 한포기 자라지 않은 땅위의 눈이 보는 이의 마음까지 얼어붙게 한다. 그림 속의 시간은 전쟁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보를 전해들은 듯하다. 하지만 그는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그를 말없이 지켜봐 주는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있었다. 우리는 반려견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시간을 내어주고 공간을 주지만, 반려견은 우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준다.
코르넬리우스 N 헤이스브레흐트(Cornelis Norbertus Gysbrechts),
눈속임 그림, 17세기 중반
사물에서 내면을 읽어 보자!
EXPLANATION
이 작품은 코르넬리우스 N 헤이스브레흐트(1630~1683)의 그림이다 이 작품은 더 자세히 바라봐야 한다. 무수히 많은 편지가 편지꽂이에 꽂혀 있다. 우리 집 벽에도 이런 편지꽂이가 두 개나 있다. 난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들이 내게 써 준 편지를 늘 버리지 않고 그림 속 편지꽂이처럼 보관한다. 지인들이 제게 준 따뜻한 마음들을 잊고 살고 싶지 않아서다. 어쩌면 화가도 그런 마음을 담아 실제와 똑같은 편지꽂이를 그린 것 아닐까?
PMI 기법

몰타의 심리학자인 에드워드 드 보노(Edward de Bono)가 고안한 창의적 사고 기법인데 미술 작품 감상에 활용하면 재미있는 감상 활동을 할 수 있다. 내 눈앞에 있는 미술 작품의 장점(Plus), 아쉬운 점(Minus), 흥미로운 점(Interesting)을 다각적으로 살펴보면 된다.
장점은 이 작품에서 내가 찾은 좋은 점, 아쉬운 점은 나라면 어떤 부분을 더 그리고 싶은지 또는 어떻게 바꾸어 그리고 싶은지, 흥미로운 점은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재미있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다. 아래 작품으로 진행해 보자.

  • 오스카 슐레머(Oskar Schlemmer),
    Bauhaus Stairway, 1932
  • 오스카 슐레머(Oskar Schlemmer),
    삼부작 발레(Triadic Ballet)를 위한 연구작, 1924
창의적 사고 기법! 스스로 발견해 보는 포인트!
EXPLANATION
이 그림을 그린 오스카 슐레머(1888-1943)는 1923년 바우하우스에 조각 담당 교수로 부임한다. 그림 속 장소는 그가 일하던 종합예술학교 바우하우스의 계단이다. 이 그림을 PMI 기법으로 감상해 본다면 우선 장점(Plus)은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것인지, 학생들이 바쁘게 계단 위를 향해 오르고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긴장감과 속도감이 적당히 느껴져 보는 이로 하여금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 또한 화면 좌측 상단의 한 남학생은 발레를 하는 듯한 포즈로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어서 다소 우스꽝스럽다.
아쉬운 점(Minus)은 당시 바우하우스에는 여학생들도 남학생들 비율만큼 있었는데 여학생들은 그림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Interesting)은 이 그림을 그린 오스카 슐레머의 다양한 부캐릭터에 있다. 사실 오스카 슐레머는 요즘 시대로 치면 직업이 한 가지가 아니다. 그는 화가뿐 아니라 안무가이자 조각가였다.
특히 1922년에는 추상 무용의 대표작인 ‘삼부작 발레 Triadic Ballet’ 를 발표했는데 이 작품에는 세 명의 무용수가 등장해 교향악적, 건축학적 구성이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용, 음악, 의상의 세 가지 요소가 하나로 융합되어, 12편의 춤과 18벌의 의상을 입고 춤춘 것에서 ‘삼부작’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두 번째 작품은 삼부작 발레를 위한 연구작 중 하나인데, 이 작품을 보면 오스카 슐레머가 발레 공연을 위해 의상과 안무를 연구한 흔적이 그림에 남아 있다. 더불어 ‘Bauhaus Stairway’와 비교해 보면 왜 바우하우스 학교 계단에 발레를 하고 있는 듯한 학생이 등장하는지도 추측이 간다. 그의 모든 작품 속에는 공연을 위한 안무나 자세가 깃들어 있는 듯하다.

이런 식으로 장점과 아쉬운 점,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흥미로운 점을 찾아 나서다 보면 미술과 조금 더 친해지고 깊이 있는 감상에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기본은 우선 직접 작품을 보고 슬로우 루킹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영국 미술비평가 마틴 게이퍼드 역시 본인의 책 <예술과 풍경>에서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예술 작품을 정확히 감상하려면 항상 돌아다녀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집에 앉아서 이미지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는 작품에 담긴 방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스마트폰으로 작품을 보는 일, 과거에 내가 교과서나 책에서 본 미술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을 일으켜 전시장으로 직접 걸어가 실제 작품을 감상하고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느끼고 생각해 보는 것. 바로 이것이 가장 기초적이고도 튼튼한 미술과 친해지는 접근법 중 하나다. 새해에는 하나씩 실행에 옮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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