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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동지점 김하나 과장
초록이와의 아슬아슬한 썸타기
- 글 지유리
- 사진 김범기
- 베란다에서 바질을 키우고 SNS에 게시물을 올려 당근마켓에 식물 중고거래를 하는 세상. 집콕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나와 사적 공간을 나누는 존재를 정성 들여 키우고 그 모습에 위안을 받는 일. 손가락에 초록 물이 드는 수고스러움이 그저 행복이라는 김하나 과장을 만나 보았다. * <with IBK> 12월호에 관련된 모든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점점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고 예뻐서 점차 종류를 늘려 갔어요.
저희 집에 아직 아이가 없고 반려동물을 키운 적도 없어서 생명을 키우는 건 처음이에요.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고 소중한 것 같아요.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온 힐링
식집사(식물+집사), 플랜테리어, 펫플랜트 등 식물과 관련된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식물 사랑에 진심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취미생활을 넘어 나와 함께 살아가면서 정서적인 교감은 물론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되는 존재. 김하나 과장 역시 그 매력적인 존재에 푹 빠진 여느 식집사의 모습이었다.
김하나 과장이 반려식물을 키운 것은 결혼 후 이사 집의 인테리어를 꾸미면서부터다. 집안 분위기와 맞는 소품을 찾으면서 식물이 눈에 들어왔고 자연스레 식물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한두 개 정도 키우다가 점점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고 예뻐서 점차 종류를 늘려 갔어요. 저희 집에 아직 아이가 없고 반려동물을 키운 적도 없어서 생명을 키우는 건 처음이에요.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고 소중한 것 같아요”
실내 인테리어를 고려했다는 그의 말처럼 곳곳에 놓인 화분들은 우드톤의 집안 색상과 잘 어우러진 모습이다.
현재 김하나 과장이 키우고 있는 반려식물은 총 19종. 뱅갈고무나무, 쉐프레라홍콩, 홍페페로미아, 아레카야자 등 외우기도 힘든 이름들로 가득하다. 식물들은 일조량에 따라 베란다용, 거실용으로 나뉜다. 여기에 온도와 습도, 적당한 물 주기와 통풍시켜 주기 등 식집사의 일상은 바삐 돌아간다.
“식물에 관한 지식이 없을 때는 주로 모양이 예쁜 식물들을 키웠어요. 향이 좋고 무엇보다 요리할 때 사용하려고 로즈마리를 구입한 적이 있는데 엄청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햇빛과 물이 많이 필요한 줄 모르고 키웠다가 거의 죽인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로 반려식물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되었지요.”
직장생활하면서 틈틈이 서점에 가 식물 관련 서적을 읽었다는 김하나 과장. 식물이 죽은 이유를 알고 싶을 때는 블로그나 인터넷을 직접 찾아보면서 독학을 했다. 다양한 식물들을 공부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새싹이 돋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잘 키우고 싶은 마음 하나뿐이었다.
세심한 관찰과 애정의 손길
반려식물에 물을 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는 김하나 과장. 그는 물을 머금은 흙의 향기와 흙 속에 스며드는 물소리가 어우러져 코와 귀가 호강할 때면 절로 힐링이 된다고 말한다. 몸이 피곤하고 여유가 없다가도 식물을 멍하게 바라보는 ‘식멍’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러다가 새로 잎을 틔운 모습을 보면 그게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단다.
“아레카야자란 식물이 제가 제일 아끼는 아이인데요. 이 아이는 거실에서도 잘 자라요. 혼자 스스로 쑥쑥 잘 자라기까지 하니 더 바랄 게 없죠. 그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고 사랑스러워요.”
김하나 과장이 반려식물을 키우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일은 반려식물의 이사다. 즉, 일 년에 한 번씩 분갈이를 하는데 성장기의 아이에게 몸에 맞는 옷을 갈아입히는 일이다. 반려식물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으로 만약 시기를 놓친 경우라면 물 빠짐 구멍에 잔뿌리가 빠져나왔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분갈이만큼 중요한 것이 물 주기다. 김하나 과장은 화분에 손가락을 넣어서 물 주는 시기를 파악한다. 손가락에 검은 흙이 묻어나면 아직 수분량이 충분한 것이고 모래가 묻어 나오면 건조한 상황으로 판단하면 된다. 물을 준 다음에는 하루 정도 베란다에서 통풍을 시킨 뒤 제자리로 옮겨 준다. 생명을 키우기에 세심한 관찰은 곧 애정이자 반려식물을 대하는 기본 태도라고 말하는 그. 애지중지 키우는 반려식물 탓에 집을 오랫동안 못 비우게 되었다며 우스갯소리도 하지만, 김하나 과장의 인생에 스며든 반려식물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도 전했다.
“남편은 식물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그저 반려자가 식물을 키우니까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지금은 제가 피곤할 때나 분갈이를 할 때 많이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이젠 제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식집사가 된 것 같아 너무 반갑고요.(웃음)”
반려식물의 행복을 공유하다
김하나 과장은 올해 초부터 반려식물의 이야기와 모습을 개인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주로 반려식물을 키우는 노하우와 일상 공유, 식물인테리어 A to Z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초보 식집사 시절 블로그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던 그는 누구보다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방문자들의 댓글도 확인하는데 특히 반려식물과 집안 인테리어의 조화가 멋지다는 칭찬이 가장 기뻤다고 한다. 최근에는 블로그가 포털사이트 메인에 선정되는 경사까지 겹쳤다.
“반려식물이라는 관심사를 가진 이들의 공간이기에 공감 능력이 커요. 서로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친구도 되고 든든한 후원자도 되는 모습이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블로그 활동이 취미라면 식물분양은 김하나 과장의 재능기부다. 친구의 집들이 때 식물을 분양해서 선물로 준 것이 시작이었다. 신생아였던 친구의 아이가 자라 식물을 키우는 모습을 본 그때의 뿌듯함에 이후로도 식물분양 선물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애지중지 키웠던 반려식물을 분양해서 보낼 때는 마음이 허전하기도 하지만 잘 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또한 커다란 행복이라고 말한다.
12월,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은 식집사들이 바빠지는 계절이다. 동시에 진정한 식물고수로 거듭나는 시기이기도 한 이때 김하나 과장의 월동 준비가 궁금해졌다.
“생명이기 때문에 사람이랑 비슷해요. 찬바람에 냉해를 입지 않게 온도 조절을 잘 해 주고 통풍은 일조량이 충분한 낮 시간을 활용해야 해요. 그리고 실내에서는 난방기를 많이 사용하니까 건조하지 않게 습도를 체크해 주는 일도 빼먹으면 안 되겠죠.” 단단하고 똑 부러지는 그의 목소리는 ‘올겨울 우리 아이 월동 준비 이상 무!’라는 강한 외침으로 들려왔다. 김하나 과장은 자신의 월동 준비는 화훼기능장식사 자격증에 도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플로리스트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지금은 꽃보다는 식물에 더 많은 애정이 생겼다고 한다. 그동안 일 때문에 차일피일 미뤘는데 올겨울에는 꼭 도전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그는 초보 식집사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반려식물을 키우기 전에 가장 먼저 본인의 환경에 맞는 식물을 찾는 게 중요해요. 양지식물, 음지식물로 나뉘는 만큼 적절한 환경에 맞는 식물을 골라야 오랫동안 키울 수 있거든요. 그리고 생명을 키운다는 책임감과 애정이 더해지면 더욱 좋겠죠.”
커 가는 모습에 기뻐하고 시들어 가는 모습에 내 삶을 반추하게 하는 반려식물. 더불어 살아가는 친밀한 친구처럼 김하나 과장과 반려식물의 아름다운 동행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