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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백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스위스

    • 편집실
  • 알프스 산맥의 줄기를 품고 있는 스위스는 겨울이 찾아오면 만년설 아래로도 하얗게 눈이 뒤덮여 그 자체로 설국(雪國)이 된다. 어느 곳에서든 그림 같은 설경을 맞이할 수 있는 이곳, 스위스를 거닐며 한껏 겨울을 만끽해 보자.
스위스 알프스 산맥
  •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산악열차
  • 스핑크스 전망대
알프스의 눈부신 설경과 웅장한 산세

겨울이 되면 아름다움이 소복이 쌓이는 곳, 스위스. 그래서 스위스는 ‘윈터 원더랜드(Winter Wonderland)’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겨울에 되면 동화처럼 신비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스위스에는 그 장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다. ‘Top of Europe(유럽의 지붕)’이라고도 불리는 융프라우요흐는 해발 3,454m에 위치해 실제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으로 꼽힌다. ‘요흐(joch)’는 ‘봉우리 사이의 산마루’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이곳은 알프스 산맥의 봉우리인 융프라우(Jungfrau, 4,158m)와 묀히(Monch, 4,107m) 사이에 위치해 있다. 융프라우요흐에서 초고속 승강기를 타면 스핑크스 전망대(Sphinx Observatory, 3,571m)에 도착하게 된다. 스핑크스 전망대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융프라우는 가히 환상적이다. 융프라우와 묀히 그리고 알레치 빙하(Aletschgletscher)까지 파노라마로 눈에 담을 수 있다.
만년설에 덮인 알프스 산맥의 눈부신 설경과 웅장한 산세는 자연이 얼마나 거대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인간은 언제나 자연을 경외하면서도 그 앞에 마주하고자 하는 야망이 있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어려운 하이킹 없이 알프스 산맥의 아름다운 고봉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까닭은 융프라우 철도가 있기 때문이다. 알프스 산맥의 또 다른 고봉인 아이거(Eiger, 3,970m) 아래에 있는 마을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에서 시작해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까지 놓인 융프라우 철도는 1896년 착공하여 1912년 개통되었다. 철도 위의 빨간색 산악열차는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많은 이들의 설렘을 싣고 달린다.

강처럼 휘도는 빙하를 따라 과거와 만나다

융프라우요흐에서 내려다보이는 알레치 빙하는 2001년 스위스 첫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약 6만 년 전쯤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3km에 달하는 길이 속에는 세월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긴 시간 동안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이동하는 빙하가 따뜻한 기후를 지나 녹게 되면 그 속에 자갈, 암석 등이 섞이면서 퇴적층이 만들어진다. 이를 모레인(moraine) 혹은 빙퇴석이라고 한다. 마치 눈 위에 바퀴가 지나간 자국처럼 보이는 모레인은 알레치 빙하가 굽이굽이 어느 길로 방향을 틀어서 지나갔는지를 알려 주는 이정표가 되어 준다. 알레치 빙하를 따라 트레킹도 할 수 있으니, 빙하가 품은 시간의 흔적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꼭 추천한다. 끝없이 둘러져 있는 알프스 설산에 그림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질지도 모른다.
더 깊이 알레치 빙하를 느끼고 싶다면 얼음궁전(Eispalast)에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얼음궁전은 알레치 빙하 30m 아래에 나 있는 굴로, 1934년 2명의 산악인이 뚫었던 자리를 연장하여 만든 것이다. 그 안에는 실제 빙하로 만든 얼음 조각들이 우리를 반긴다. 지각 변동에 따라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하는데 계속해서 안점점검을 시행하고 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빙하 속까지 누볐으니 다음은 만년설을 직접 밟아 볼 차례다. 플래토(Plateau)라 불리는 이곳에서는 사계절 내내 설원을 품고 있는 융프라우 고원지대를 걸을 수 있다. ‘무대’라는 뜻의 플래토. 설원은 배경이 되고 바람은 음악이 되어 무대 위의 우리를 감싼다.

  • 인터라켄의 겨울
  • 알프스 패러글라이딩
겨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산악열차의 시작은 앞서 말한 클라이네 샤이덱이지만 완전한 시작은 인터라켄 동역(Interlaken Ost)이라고 할 수 있다.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길까지는 두 번의 열차를 갈아타야 하는데, 그 첫 열차가 인터라켄 동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융프라우요흐로 갈 수 있는 시작점으로 인기가 상당한 인터라켄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호수 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인터라켄은 툰(Thun) 호수와 브리엔츠(Brienz) 호수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평원으로, 작은 마을이지만 스위스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손꼽힌다. 인터라켄에는 호수 같은 잔잔함 속에 역동적인 재미가 가득하다. 특히 겨울에는 인터라켄에서 레포츠를 즐기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 하이킹, 스키, 눈썰매 등 소복이 쌓인 눈 위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포츠 가득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패러글라이딩이라 할 수 있다. 겨울바람에 몸을 싣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을의 아름다움이 전경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그 모습에는 겨울에만 보여주는 얼굴이 담겨 있다. 마을 지붕의 눈 쌓인 풍경과 거리마다 소박하게 열리는 겨울 축제. 사계절 내내 광대한 알프스 산맥과 티 없이 맑은 호수를 품고 있는 이곳에 겨울이라는 계절이 찾아오면 아름다움은 배가된다.

스위스 수도 베른 마치 중세시대로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이곳.
특히 구시가지를 U자형으로 감싸 돌고 있는 아레(Aare)강은 그 멋을 한껏 드높인다. 과거를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자연의 메시지인 것도 같다.
유독 밤이 긴 겨울, 베른에도 찬 겨울밤이 찾아오지만 시간이 남긴 찬란함은 거리의 조명과 함께 더욱 밝게 빛난다.
찬란하게 빛나는 시가지의 겨울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과 겨우내 내린 눈이 어우러지기 때문일까, 스위스의 겨울에는 계절의 색깔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순백이 내려앉은 모습에 마음이 하얗게 물들기도 한다. 이것은 자연의 힘이자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인지도 모른다.
스위스에는 웅장하게 자리를 지키는 알프스처럼 남다른 역사를 자랑하는 건축물이 가득하다. 특히 베른 대성당(Berner Munster)은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고딕 양식 건물로, 꼭 들러야 하는 관광명소로 꼽힌다. 약 100m에 달하는 높이에 하늘을 향해 있는 첨탑의 기개가 돋보이는 베른 대성당의 내부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화려하게 수놓여 있다. 그리고 베른을 상징하는 시계탑인 치트글로게(Zytglogge)가 있다. 13세기 베른 서쪽을 지키는 성문으로 지어진 뒤, 16세기 초 별자리가 새겨진 천문 시계가 추가되면서 시계탑의 역할을 하게 됐다. 매시 4분 전에 시계에 장착된 인형이 몸을 움직이면 베른을 상징하는 곰이 아래에서 움직이고, 이때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모래시계를 뒤집는 신호에 맞추어 탑 꼭대기의 금빛 타종수 인형이 종을 두드린다. 세계 최대의 장치시계 쇼를 선보이는 치트글로게 앞은 정시 4분 전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외에도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연방의사당(Bundeshaus)과 분데스 광장(Bun-desplatz) 등 과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가득한 이곳, 스위스 수도 베른(Bern). 구시가지 전체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베른의 구시가지는 12세기부터 조성된 도시의 모습이 가득하다. 마치 중세시대로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이곳. 특히 구시가지를 U자형으로 감싸 돌고 있는 아레(Aare)강은 그 멋을 한껏 드높인다. 과거를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자연의 메시지인 것도 같다.
유독 밤이 긴 겨울, 베른에도 찬 겨울밤이 찾아오지만 시간이 남긴 찬란함은 거리의 조명과 함께 더욱 밝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