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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쌓인 한겨울에 찾으면 좋은
    ‘겨울나라’,
    태백

    • 글.사진 송일봉(여행작가)
  • 강원도 태백시는 겨울과 잘 어울리는 고장이다. 태백시 하면 가장 먼저 ‘눈꽃’이 연상될 정도로 겨울 이미지가 강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하늘아래 첫 동네’라 일컬어지는 태백시는 우리나라 최고의 겨울 여행지로 인기가 많다. 그 중심에 태백산이 있다. 이 태백산에서는 한겨울에 스릴 넘치는 ‘눈꽃 트레킹’ 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태백산 입구에서는 해마다 ‘태백산 눈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약간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현재 태백시에서 신나는 겨울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태백시의 황지공원, 추전역, 석탄박물관 등에서도 ‘겨울나라’ 태백의 겨울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 太白山 태백산 정상의 설원
  • 태백산 눈축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눈조각 전시장
태백산, 눈꽃 트레킹의 명소

태백시는 해발 1,567m의 태백산을 비롯해서 대덕산, 백병산, 연화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 가운데 태백산은 눈이 쌓인 겨울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다. 겨울에 태백산을 오르면 정상 근처의 주목군락지에서 멋진 눈꽃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현재 태백산은 우리나라 스물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겨울인 데다 태백산의 높이가 해발 1,500m가 넘다 보니 태백산 산행에 대해 미리 겁을 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등산로가 시작되는 당골광장이 해발 870m 지점에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태백산은 설악산처럼 바위가 많지 않아서 등산로도 그리 험하지 않은 편이다. 당골광장에서 출발할 경우 넉넉하게 3시간 정도면 태백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등산로의 길이는 4.2km다.
태백산의 다른 등산코스인 유일사 코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유일사 주차장을 출발해서 유일사, 장군봉, 천제단을 거쳐 당골광장으로 내려오는 데는 약 4시간에서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등산로의 길이는 7.5km다.
태백산 정상 근처에는 천제단이 있다. 천제단은 말 그대로 ‘천제를 올리는 제단’을 가리킨다. 천제단은 신라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삼국사기에 “신라 일성왕이 138년 10월에 친히 태백산에 올라 천제를 올렸다.”라는 기록이 있다.
천제는 영신굿을 시작으로 강신제, 음복례, 소지례 등 모두 10여 개의 전통제례에 따라 진행된다. 제수로는 오곡, 고사리, 미역, 밤, 대추, 삼베, 물 등이 올라간다. 모두 논과 밭, 산, 바다 등에서 얻는 품목들이다. 따라서 천제는 미국의 추수감사절처럼 수확의 기쁨을 감사하는 제례에서 시작된 것으로 짐작된다.

태백산 천제단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등산객들
태백산 눈축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 축제

태백시에서는 해마다 겨울이면 눈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외지 사람들로 하여금 ‘태백=눈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물론 태백시 말고 다른 지역에서도 눈이나 얼음과 관련된 축제를 열고 있다. 하지만 교통편과 행사의 다양성 등을 볼 때 태백산 눈축제를 단연 첫손에 꼽을 수 있다.
태백산 눈축제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곳은 눈조각 전시장이다. 눈축제가 시작되면 주 행사장인 당골광장에 대규모의 눈조각 전시장이 들어선다. 해마다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의 유명 눈조각가들을 초청해서 수준 높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태백산 눈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전국 규모의 등반대회다. 눈에 덮인 겨울 산을 오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등반코스는 당골광장을 출발해서 천제단까지 오른 후, 다시 당골광장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코스’다.
등반대회와 관계없이 태백산 겨울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특히 태백산에서의 일출 산행은 조금 각별하다. 태백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려면 이른 새벽에 휴대용 손전등으로 길을 밝히면서 산길 또는 눈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태백산에서의 일출 산행은 뿌듯한 성취감이 있어서 좋다. 고생은 좀 하겠지만 겨울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았다는 부지런함에 스스로에게 감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태백산의 등산로가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겨울 산행을 할 때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특히 모자, 장갑, 아이젠과 등산 스틱, 손전등, 따뜻한 물 등은 꼭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악천후가 발생했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즉시 하산해야 한다. 아울러 겨울산뿐만 아니라 모든 산에서의 가장 위험한 요소는 ‘방심’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
황지연못, 욕심 많은 황부자의 집터

태백 시내 한가운데에는 황지공원이 있다. 황지는 낙동강 물길이 시작되는 연못으로, 홍수나 가뭄에 관계없이 늘 일정한 양의 물이 샘솟는 곳이다. 연못의 이름인 ‘황지’는 ‘황부자의 집터’에서 유래되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먼 옛날 태백에 욕심 많은 황부자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루한 옷차림의 노스님이 시주를 청하자 성질이 고약한 황부자는 곡식 대신 쇠똥을 퍼부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착한 며느리는 몰래 쌀 한 바가지를 퍼주면서 시아버지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이에 노스님은 “이 집은 이미 운이 다했으니 아기를 업고 어서 나를 따르시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시오.”라는 말과 함께 길을 재촉했다. 노스님을 따라 나선 며느리가 얼마쯤 갔을까. 갑자기 뒤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리자 며느리는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그 순간 아기를 업은 며느리는 그대로돌이 되어 버렸고 황부자의 집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집이 있던 자리는 순식간에 큰 연못으로 변했다. 이 같은 전설을 대변하듯 연못 한쪽에는 ‘아기를 업은 며느리 석상’이 세워져 있기도 하다.
태백시에는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도 있다. 함백산 자락의 금대봉 기슭에 있는 검룡소는 하루 평균 2,000여t의 지하수가 솟아나는 샘이다. 검룡소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골지천, 동강, 단양, 충주, 양수리, 서울 등을 지나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 태백 검룡소(이미지 출처_대한민국 구석구석)
  • 석탄박물관의 내부 전시실
추전역과 석탄박물관, 오래 전 추억 속으로…

태백시에는 단지 높다는 이유만으로도 유명한 곳들이 많다. 태백시에서 정선군 고한읍으로 넘어가는 높은 산기슭에 있는 추전역 역시 그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있는 기차역인 추전역은 지난 1973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추전역은 대관령보다 더 높은 해발 855m 지점에 있는데 최근 들어 태백의 색다른 관광명소로 인기가 높다. 태백시는 예전에는 탄광이 많은 고장으로 유명했던 고장이다. 현재 태백산 등산로가 시작되는 지점인 당골광장 옆에는 석탄박물관이 세워져 있다. 석탄박물관은 태백산을 오르기 전, 또는 산행을 마친 후에 잠깐 들르면 좋은 곳이다. 석탄과 관련된 전시물뿐만 아니라 광산촌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도 잘 보여 주고 있다. 석탄박물관 내부에는 모두 여덟 개의 전시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체험갱도로 꾸며져 있다. 석탄박물관은 폐광 이후 고원관광도시로 새롭게 거듭나는 태백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태백을 대표하는 별미로는 태백한우와 태백닭갈비를 꼽을 수 있다. 태백한우는 태백산의 청정 고원에서 키우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한우를 먹고 난 후에는 얼큰한 된장뚝배기에다 소면을 말아먹으면 좋다.
태백닭갈비는 마치 전골처럼 국물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에 태백의 광부들이 즐겨 먹던 음식으로 일명 ‘물닭갈비’라고 불리기도 한다. 적당하게 양념을 한 닭갈비에다 육수를 붓고 그 위에 부추, 깻잎, 쑥갓, 배추 등을 듬뿍 넣고 끓인다. 라면이나 국수를 넣어도 된다. 태백닭갈비는 다른 지역의 닭갈비에 비해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맛이 난다. 닭갈비를 먹은 후에는 철판에다 밥을 볶아 먹는 것으로 깔끔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
태백시는 물론 사계절 내내 좋은 여행지다. 여름철에는 야생화 꽃길을 걷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태백시를 찾는다. 해발 고도가 높기 때문에 겨울에는 눈이 쌓여 있는 곳이 많다. 한겨울에는 야생화 대신 ‘눈꽃’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태백시를 찾는다. 연말연시에는 태백산 일출을 보기 위해 태백산 정상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쉽지 않은 겨울 산행이지만, 이 산행을 통해서 밝아 오는 새해에 대한 부푼 꿈을 키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