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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음식으로겨울을 맛보다
- 글 편집실
- 제철 식재료로 만든 제철음식은 단연 최고의 먹거리다. 찬바람이 불고 새벽 서리가 내려앉은 자연의 기운을 그대로 품은 제철음식으로, 올겨울 건강과 맛을 모두 잡아 보자.
겨울바다가 입 안에 한 가득!
과메기
과메기는 한자어 관목(貫目)에서 유래되었다. 단순히 ‘눈을 꿰뚫다’는 뜻을 가진 이 단어를 국어사전에서는 ‘말린 청어’라 풀이하고 있다. 관목이 청어의 속명이 된 것은 청어의 눈을 뚫어 나뭇가지에 꿰어 말린 역사가 있음을 방증한다. 관목은 점차 과메기로 굳어져 불리게 되었다.
과메기는 갓 잡아 신선한 청어를 밖에 내다 걸어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겨울 바닷바람에 건조시킨 것인데, 다만 지금은 청어의 어획량이 줄어 꽁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겨울 삭풍을 온몸으로 맞아내며 영양분을 응집시킨 과메기는 그 자체로 영양 덩어리. 과메기를 먹으면 술에 취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메기에는 숙취 해독 기능을 가진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다. 더불어 피로 해소와 간세포 보호에도 탁월하다. 영양 못지않게 맛도 훌륭한 과메기는 쫄깃한 한 입에 바다 내음이 입 안 가득 퍼지는 즐거움도 준다. 특히 쌈으로 먹을 때 과메기는 그 매력이 배가되는데, 김, 다시마 등의 해조류와 파, 마늘 등과 함께 싸 먹을 때 산해진미의 어우러짐은 단연 최고다.
지금 경상북도 포항의 구룡포에서는 과메기 건조 작업이 한창이다. 과메기는 그 자체로도 바다의 맛을 담고 있지만, 포항 바닷가 앞에서 제철 과메기를 즐기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올겨울에는 과메기로 겨울바다를 한입에 담아 보는 것은 어떨까.
겨울철 최고의 영양제!
팥죽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전 우리에게는 동지(冬至)가 먼저 찾아온다. 동지는 양력 12월 22일~23일경으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로, 음(陰)의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동짓날에 붉은 팥으로 쑨 팥죽을 먹었다. 붉은 팥이 상징하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음의 기운을 무찌르고자 한 것인데, 팥죽을 대문에 뿌려 악귀나 재앙을 쫓기도 했다.
실제로 팥은 그 상징성만큼이나 단단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다. 팥은 곡류 중에서도 비타민B 함유량이 가장 많아 피로 회복과 탄수화물 대사를 돕는다. 또한 식이섬유와 칼륨이 풍부해 체내 나트륨과 노폐물 제거에도 탁월하다. 자연히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철에 이만한 영양식이 있을까 싶을 만큼 팥죽은 에너지를 가득 주는 음식이다.
동지 다음 날부터는 낮이 점차 길어지기 때문에 밝은 기운이 싹튼다 하여 옛날에는 동지를 작은설이라 여겼다고도 한다. 올해 동짓날에는 나의 힘이 더 환히 싹트도록, 나를 위해 동지팥죽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팥죽 한 입에 영양이, 두 입에 건강까지 채워질 것이다.
내면의 부족함이 없다!
유자
이 무렵 열매가 노랗게 익어 ‘겨울의 전령사’로 불리는 유자. 유자는 생생한 노란빛과 어울리지 않는 울퉁불퉁한 모양을 가지고 있어 못생겼다고 구박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 손가락질에도 단단히 자신의 내면을 쌓는 깊이 있는 과일이다. 유자는 상큼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레몬보다 비타민C 함량이 무려 3배나 많다. 그래서 추운 겨울철 감기 예방에 탁월한데, 이를 증명하듯 예로부터 ‘동짓날에 유자차를 마시며 유자를 띄운 탕에 들어가 목욕을 하면 일 년 내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이뿐만 아니라 비타민C는 항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피부 미용에도 좋다. 게다가 유자가 함유하고 있는 성분 중 리모넨은 목 건강을 돕고, 구연산은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
유자는 특유의 새콤함을 살려 드레싱으로 많이 쓰이는데, 겨울철에는 유자청으로 타 먹는 유자차를 추천한다. 유자차는 숙취 해소에도 탁월하여 연말 잦은 술자리로 몸이 피로한 이들에게 제격이다.
유자는 중국, 일본, 우리나라에 산지를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 유자는 그 향이 깊고 진한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국내 주요 산지로는 전라남도 고흥, 경상남도 거제가 유명하다. 그곳은 지금 유자의 향으로 가득하다. 내면의 부족함이 없는 유자가 겨울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