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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아 두면 쓸모 있는
    공연 신조어

    • 편집실
  • 신조어는 왜 탄생할까. 우리가 사용하던 단어들로는 지금을 표현하기에 2%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러 공연을 기다리고, 예매하고, 관람하다 보면 다양한 일을 겪게 되는데, 내 마음을 관통한 것 같은 공연 관련 신조어들이 나를 웃음 짓게 할 때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 딱 맞는, 프로관람러들을 위한 신조어를 살펴보자.
ERROR ‘피켓팅’ 출전하는 마음으로 예매 전쟁에 뛰어들다!

피 튀기는 예매 전쟁에 출전한 적이 있는가! 자리는 많은데, 내 자리는 없던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피켓팅’ 경험이 있는 것이다. ‘피켓팅’은 ‘피 튀기는 전쟁 같은 티켓팅’을 뜻한다. 특히 뮤지컬에서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경우 치열한 ‘피켓팅’이 시작되는데, <위키드>의 옥주현, <레베카>의 신영숙, <헤드윅>의 조승우, <지킬 앤 하이드>의 홍광호 등이 ‘피켓팅’을 이끄는 선두 배우들이다.
‘피켓팅’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계획이 중요하다. 예매할 회차를 미리 알아 두는 것은 필수! 만약을 대비해 2안, 3안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예매가 열리는 시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대한민국 현재 시간’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단 1초라도 늦게 접속하는 순간, 당신의 자리가 모두 증발해 버리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요즈음에는 유료 회원의 경우 먼저 티켓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이 방법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피켓팅’은 유비무환의 자세로 임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 다만 그 다음은 운이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예매 노하우는 계속해서 쌓이고 있을 테니. 그러나 오늘 ‘피켓팅’에 출전할 예정이라면 당신이 승기를 잡길 바란다.

‘덕계못’ 마음을 비우면 언젠가는 계를 탈 수 있도다!

가수, 배우, 피아니스트 등 무대를 빛내는 아티스트를 열렬히 좋아했던 적이 있다면, 당신에게는 분명 ‘계를 못 탄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분명 비극적인 일이지만 원래 사랑의 저변에는 비애가 깔려 있다. 그래서 ‘덕계못’이라는 말이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덕계못’은 ‘덕후는 계를 못 탄다’의 줄임말이다. 우연히 좋은 순간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계 탔다’ 고 말하는데, 애정하는 아티스트를 만나길 바라는 ‘덕후’는 한곁같이 계 타기를 기다릴 것이다. 그런데 ‘계’란 무엇인가. 순서가 있고, 때가 있는 법. 덕후라고 해서 계만 탈 수는 없다. 계를 못 타는 때가 더 자주 생기기 마련.
기본값은 ‘계를 못 타는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러면 계를 탄 것이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오지 않겠는가. 게다가 내가 ‘덕심(덕후+心)’이 생긴 이유를 되돌아보면 계를 못 타는 것도 납득하게 된다. 왜냐? 나의 아티스트가 인기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이 모든 것은 그들이 잘난 탓, 그리고 그들을 알아 본 나의 탓.
오늘 계를 타지 못했다면, 티켓팅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내일의 계를 바라 보자. 아직 좌절하긴 이르다!

‘취켓팅’ 참고 기다리는 자에게는 티켓 복이 온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들어 보았는가. 사실 티켓팅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까닭은 인간의 손으로는 결코 따라갈 수 없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맹렬한 속도로 좌석을 선점하기 때문이다. 이 바탕에는 재판매를 목적으로 좌석을 사재기하려는 ‘암표상’들의 셈속이 있다. 여전히 이러한 일이 횡행한다는 것은 사회적 문제다. 그러니 티켓팅에 실패했다고 해서 자신을 탓하지 마라. 순수하게 공연을 즐기고자 했던 당신의 마음만큼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었으니, 그것은 명예로운 실패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우리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다”고 말한 이순신 장군의 후예이지 않은가.
우리에게는 아직 취켓팅이 남아 있다! ‘취켓팅’이란 예매 취소된 표를 구매하는 것을 뜻한다. 공연 시작 전까지 기회는 많고, ‘암표상’들도 재판매하지 못한 티켓은 취소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가수들이 콘서트에서 암표를 구매하지 않을 것을 팬들과 약속하기도 한다. 불법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외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로 가수 아이유는 부정 티켓 거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특정 좌석의 티켓 사전 배송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콘서트 현장에서 본인 확인 후 티켓을 수령할 수 있도록 운영하기도 했다.
취소 표는 무조건 나온다. 그러니 기다리자. 기다리다 보면 복이 오나니!

‘관크’ 남을 위해, 스마트폰은 공연장 밖에서!

깜깜한 영화관에서 스크린보다 밝은 앞사람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이 흐려졌다면, 당신은 ‘관크’를 당한 것!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이때 ‘크리티컬(critical)’이란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에게 결정적인 피해를 입힐 때 쓰는 말이다. 즉, ‘관크’는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관객의 ‘비매너’ 행동을 일컫는다.
관람 중 대화를 하거나 앞 좌석을 발로 차는 것 혹은 몸을 앞으로 빼서 뒷사람의 시야를 가리는 행위 등이 모두 ‘관크’에 해당한다. ‘관크’는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한껏 기대하고 온 관객을 방해한다. 게다가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배우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실제로 뮤지컬 <위키드>에 출연한 배우 손승연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공연 중 휴대폰을 사용하던 관객에게 ‘민폐 그 자체’라며 ‘생각보다 무대 위에선 많은 게 보인다’ 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폰딧불이’(‘스마트폰’과 ‘반딧불이’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화면 불빛으로 민폐를 끼치는 관객를 뜻한다)라는 신조어가 있을 만큼 휴대폰 ‘관크’를 당하는 것은 일상일 정도다. 우리는 모두 문화인이 아닌가. 나의 시간만큼 남의 시간도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 번쯤 나의 관람 태도를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연뮤덕’ 길은 열려 있다,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 소개한 트렌드 용어들에 공감하며 울고 웃었다면 당신은 자타공인 ‘연뮤덕’ 이다. ‘연뮤덕’은 연극, 뮤지컬을 즐기는 팬을 일컫는다. 연극, 뮤지컬은 영화와 비교했을 때 대중성은 낮고, 티켓값은 높아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연뮤덕’들은 함께 공유하는 끈끈한 은어들로 친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배우를 지칭하는 특별한 단어들이 있다. 뮤지컬 배우 조정은은 ‘선녀’, 아이비는 ‘과자’, 최재림은 ‘ ’ 등으로 불린다. 또한 공연 관람 일정에도 여러 표현을 사용하는데, 자신이 본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을 뜻하는 ‘자첫·자막’, 해당 배우의 마지막 공연 바로 직전 공연을 지칭하는 ‘세미막’ 등이 있다. 특히 ‘연뮤덕’은 ‘세미막’을 가장 좋은 무대로 꼽기도 한다. 그리고 언제나 ‘연뮤덕’들의 입을 근질근질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본진’ 이야기다. 자신의 0순위 배우가 ‘본진’이다. 애정하는 배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 다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영영 풀 수 없는 것처럼 ‘연뮤덕’이어서 ‘본진’이 생긴 것인지 ‘본진’이 있어서 ‘연뮤덕’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문제다. 한 번 보면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무대 공연. ‘연뮤덕’의 길은 당신에게도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