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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문화를 선도하는
문화예술의 진원지,
광주- 글 송일봉(여행작가)
- 남도 곳곳에는 독특한 문화가 존재한다. 그 문화는 해학적이기도 하고, 여유롭기도 하고, 때로는 흥겹기까지 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광주광역시는 오래 전부터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 남도를 상징하는 고장으로 굳건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남도의 문화를 선도하는 광주광역시. 게다가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은 문화를 넘어 ‘남도의 신성한 공간’으로까지 여겨진다.
-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중심지인 아시아문화광장
-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공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예술의 진원지
광주광역시 동구는 최근 들어 ‘문화예술의 진원지’로 거듭나고 있다. 전통적인 공간을 잘 보존하면서 새로운 문화에 대한 소통과 교류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주광역시 동구 곳곳에는 둘러볼 만한 문화 명소들이 많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명소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 Culture Center, ACC)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다른 이름은 ‘빛고을 광주’를 상징하는 ‘빛의 숲’으로, 재미 건축가 우규승이 설계를 할 때 붙인 이름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5.18 민주화운동’이 주는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를 예술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따라서 옛 전남도청 본관과 별관, 옛 전남지방경찰청, 5.18 민주광장 등을 부각시키기 위해 모든 공연장과 전시관이 지하에 배치되어 있다.
지난 2015년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어린이문화원, 예술극장 등 모두 5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가운데 민주평화교류원은 옛 전남도청 본관과 별관 건물, 옛 전남지방경찰청 건물 등 모두 6개의 보존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문화창조원에는 6개의 복합전시관이 있다. 예술극장은 다양한 형태의 공연이 가능한 ‘극장1’과 ‘극장2’로 나뉘어져 있으며, 500석 규모의 ‘극장2’에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대표 공연인 ‘브런치 콘서트’가 매월 마지막 수요일마다 열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한가운데에는 우리나라 ‘마당문화’를 모티브로 한 아시아문화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이 광장은 공연, 전시, 야외행사 등이 열리는 공간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대표하는 월드뮤직페스티벌과 하우펀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아시아문화광장은 좋은 휴식처 역할을 한다. 광장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간이 쉼터에 앉거나 누워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이 광장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가로 75m, 세로 16m 크기의 멀티미디어 스크린을 통해서 다양한 공연영상도 관람할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옥상의 작은 화단에서는 ‘빅토리’라는 제목의 공공미술품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브이(V)’를 나타내는 손가락 두 개의 투박한 뼈마디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브이(V)’는 민주화운동의 승리를, 투박한 뼈마디는 숭고한 희생을 상징한다.
양림동 펭귄마을, 폐품들의 아름다운 변신
광주광역시 남구에 있는 양림동 펭귄마을에는 묘한 향수가 드리워져 있다. 아기자기한 벽화 말고도 폐품을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정크아트’ 작품들이 좁은 골목의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양림동 펭귄마을의 ‘정크아트’ 작품에 사용된 소재들은 주로 찌그러진 냄비, 고장난 시계, 엿장수 가위, 깨진 항아리, 음료수 캔, 병뚜껑, 옛날 전화기 등이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했을 폐품들이 이 마을에서는 모두 훌륭한 예술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재탄생’이 아닌 ‘창조적인 예술품으로의 승화’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펭귄마을’이라는 이름이 참 독특하다. ‘펭귄마을’은 나이가 많은 이 마을 어르신들의 ‘뒤뚱뒤뚱한 걸음걸이’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지난 2013년 어느 날, 이 마을에 있는 한 빈집에서 큰 불이 났다. 불은 삽시간에 번져나갔고, 결국 집 한 채를 완전히 태운 후에야 간신히 진화되었다. 이후 흉물스럽게 변한 이 집은 마을의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이에 마을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깨끗하게 치워진 빈터에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텃밭이 조성되었고, 쓰레기 가운데 상태가 괜찮은 물건들은 골목길 벽에 내걸었다. 텃밭에는 ‘펭귄텃밭’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불편한 몸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데 많은 힘을 보탠 한 주민의 별명인 ‘펭귄 아재’에서 따온 것이다. ‘펭귄 아재’라는 별명은 교통사고를 당한 그의 걸음걸이가 “마치 귀여운 펭귄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림동 펭귄마을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벽화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제이홉을 모델로 한 벽화이다. 제이홉의 열아홉 번째 생일을 맞아 지난해 2월에 그의 중국 팬들이 그려 준 벽화로, 물론 광고대행업체를 통해서 그린 벽화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벽화를 보기 위해 일부러 양림동 펭귄마을을 찾아오기도 한다. 제이홉의 벽화는 양림동 펭귄마을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펭귄빵집’ 옆에 그려져 있다. 앞으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 방탄소년단의 많은 해외 팬들이 이 벽화를 보기 위해 찾아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제이홉의 고향은 양림동 펭귄골목에서 9km쯤 떨어져 있는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이다.
사직공원, 광주광역시의 오래된 문화공간
광주광역시 남구에 있는 사직공원은 ‘빛고을 광주’의 전통적인 문화공간이다. 아울러 광주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식처이자 산책 명소이다. 사직공원이라는 이름은 “나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땅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사직제를 올리던 단이 있던 곳”이라는 데서 유래되었다. ‘사직’의 ‘사(社)’는 토지신, ‘직(稷)’은 곡신을 의미한다. 광주 사직단은 조선 태조 때 설치되어 봄과 가을에 사직제를 올렸는데 아쉽게도 고종 때인 1894년 이후로는 그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 현재의 사직단은 1994년에 복원되었다. 양림동 펭귄마을에서 광주천을 따라 450m쯤 걸으면 왼쪽에 양림파출소가 있고 그 옆으로 사직공원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표지석 옆에는 다소 가파른 나무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양파정’이라는 아담한 정자를 만날 수 있다. 양파정은 1914년에 광주의 갑부인 양파 정낙교가 지은 정자인데 예전에는 이 곳에서 내려다보는 광주천과 주변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다고 한다.
사직공원 입구의 야트막한 언덕길에는 ‘사직동 통기타 거리’가 있다. 1980년대 초부터 광주지역 포크음악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현재 약 170m 거리의 언덕길 곳곳에는 통기타 가수들이 공연하는 10여 개의 라이브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기타리스트 10팀은 지난 7월에 열린 ‘2021 광주프린지페스티벌’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직공원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이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사직공원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가게 되는데 이곳에는 높이 13.7m의 멋진 전망타워가 세워져 있다. 사직공원을 찾은 외지 사람들이 꼭 들르는 인기 명소다. 광주사람들도 무등산이 보고 싶을 때 이 전망타워를 자주 찾는다. 전망타워 4층에 무등산과 광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직공원 전망타워는 지난 2015년 광주광역시 건축상 동상을 받기도 했다.
무등산, 광주사람들이 사랑하는 명산
삼국사기에 ‘무진악’으로 표기되어 있는 무등산은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담양군, 화순군 등에 걸쳐 있는 명산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무등산 하면 ‘광주 무등산’이라고 불리고 있다. 한때 ‘서석산’ 또는 ‘무악’이라고도 불렸는데, 지금은 “등급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하고 높은 산”이라는 뜻을 가진 ‘무등산’으로 불린다.
현재 무등산에는 여덟 개의 탐방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코스는 ‘늦재-옛길코스’다. 원효사 입구를 출발해서 늦재, 동화사터, 장불재 등을 거쳐 다시 원효사 입구로 내려오는 코스다. 11월에는 이 구간에서 멋진 억새 물결을 감상할 수 있다. 탐방거리는 10.4km로 약 5시간이 소요된다. 원효사 입구까지는 광주시내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되고 있어서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무등산의 주요 탐방 명소 중 하나인 장불재는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화순군이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장불재에서 무등산 최고의 명소들인 입석대와 서석대를 다녀와도 좋다. 현재 무등산 정상에는 군사시설이 있어서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올라갈 수 있는 무등산 최고 지점은 해발 1,100m 지점의 서석대다.
무등산국립공원의 정식 탐방로는 아니지만 ‘무등산 서쪽 능선’을 따라 걷는 탐방로도 인기가 많다. 이 탐방로는 ‘늦재-옛길코스’와 일부 겹치는 구간이 있다. 우선 원효사 입구에서 늦재까지 가는 구간은 같다. 하지만 ‘늦재-옛길코스’가 동화사터를 향해 산길을 오르는 반면 무등산 서쪽 능선을 따라 걷는 탐방로는 바람재를 향해 평탄한 길을 걸어야 한다. 바람재와 봉황대 중간쯤에는 너덜겅 지대가 있다. ‘덕산너덜’이라 불리는 이 너덜겅 지대는 무등산 정상부에 있는 주상절리대와 함께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주요 탐방 명소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