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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식과 자연의 풍요를 즐기는
    라곰 라이프, 스웨덴

    • 편집실
  • ‘일상 속에서 찾는 삶의 여유’를 떠올릴 때 스웨덴의 생활 문화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이질감 없이 그 수식에 들어맞는다. 자연이 주는 것을 그대로 즐길 줄 알고, 역사와 교양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창의적인 생각과 표현을 할 줄 아는 사람들. 오로라의 신비로움과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것으로 삶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스웨덴의 라곰 라이프(Lagom Life)를 들여다보자.
스웨덴 스톡홀름 전경
섬 사이사이 역사가 흐르는 스톡홀름(Stockholm)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발트해와 멜라렌(Malaren)호수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 도시가 물과 숲에 둘러싸여 있고, 여러 개의 섬은 다리로 연결된 운하의 도시다. 스톡홀름을 구성하는 섬은 무려 14개로,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명소들은 노르말름, 감라스탄, 유르고르덴 섬에 분포돼 있다. 이 중에서도 스톡홀름 정중앙에 있는 감라스탄(Gamla Stan)은 ‘구시가’라는 뜻으로 스톡홀름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감라스탄에는 상징적인 장소가 있는데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인 스토르토리에트(Stortorget) 광장이다.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스웨덴의 역사가 담긴 이곳은 ‘대광장’이라고도 불리며 바로크, 로코코, 고딕 양식의 건축들이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안고 광장을 지키고 있어 사진을 찍는 모든 곳이 작품이다.
또 스토르토리에트 광장은 감라스탄의 여러 갈래 골목을 이어주는 중심축 역할을 해서 감라스탄 도보여행의 출발점으로 삼기에 좋다. 광장 바로 옆에는 노벨 박물관이 있고,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스톡홀름 대성당, 한때는 국왕의 거처였지만 지금은 국빈 연회와 행사 장소로 쓰이는 스톡홀름 왕궁까지 산책하듯 걸어가며 만나볼 수 있다. 여기서 도보로 불과 15분이면 다리를 건너 노르말름을 지나 쿵스홀멘(Kungsholmen)에 닿는데, 이곳에 스톡홀름의 랜드마크 시청사가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을 보유한 데다 노벨상 기념 만찬이 열려 더 유명한 스톡홀름 시청사는 강변에 위치해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 같다.

유르고르덴에 있는 바사 박물관
박물관 천국, 유르고르덴(Djurgarden)

감라스탄을 둘러보며 스웨덴의 역사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유르고르덴(Djurgarden)에서는 사회, 자연,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탐닉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섬에는 무려 100여 개의 박물관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단연 바사 박물관이다. 바사(Vasa)는 스웨덴의 왕 구스타프 아돌프 2세의 지시로 1625년 건조된 군함의 이름이다.
이 배는 1628년 8월 첫 항해를 나섰다가 미처 항해를 다 마치지 못하고 침몰한 비운의 전함으로, 333년 만에 인양되어 임시 박물관에 있다가 1990년 오직 이 배만을 위한 바사 박물관에 옮겨져 전시되고 있다. 이 외에도 1891년 문을 연 세계 최초의 야외 박물관인 스칸센(Skansen) 박물관에서는 생생하게 재현해 둔 17~19세기 생활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북유럽 아동문학가들의 동화를 소재로 조성한 테마 박물관 유니바켄(Junibacken)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빠져들 만한 재미있는 테마파크다. 또 누구나 한 소절쯤 따라 불러본 그룹 아바(ABBA)의 활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바 더 뮤지엄(ABBA the Museum)’ 등 관심사에 따라 찾아가 볼 만한 크고 작은 박물관의 천국이 바로 유르고르덴 섬이다.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
누구나 책을 읽을 자유, 공공 도서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6~65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2013년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분석에서 스웨덴의 독서율은 평균 85.7%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또 전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국민 1인의 주간 독서시간을 분석한 NOP world culture score index 2020에서도 8위를 차지해 독서 문화가 얼마나 탄탄히 자리 잡혔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국민들의 꾸준한 독서는 한 나라의 강력한 힘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문화가 가능한지 궁금해했는데, 그 답을 공공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스웨덴 전국에는 1,100여 개의 공공 도서관이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공공 도서관이 지하철역에서 30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누구나 쉽게 도서관을 찾을 수 있다. 1997년에는 도서관법을 통해 모든 행정기관에 공공 도서관을 설치하도록 했다. 시민들이 어디서나 책을 접하고 빌려 볼 수 있도록 접근성은 높이고, 장벽은 낮추는 다양한 정책과 시설들이 스웨덴을 공공도서관 이용률, 연간 독서량 1위의 나라로 만든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도서관은 누구나 이용 가능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신분증만 제시하면 국민뿐 아니라 누구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대표 도서관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을 들르지 않을 수 없다.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은 1928년 개관해 200여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건축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스칸디나비아 고전주의 양식으로 유명한 건축가 에릭 군나르 아스플룬드(Erik Gunnar Asplund)가 설계했는데, 일반적인 건물 형태인 직사각형 건물 위에 원형 기둥을 올리고, 여기에 360도로 책을 꽂아 사방을 둘러싼 장서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인테리어가 됐다.

Fotografiska 쇠데르말름에 있는 포토그라피스카
북유럽 디자인의 영감을 찾아

흔히 ‘북유럽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것들의 특징은 모던하지만 소박하고, 실용적이면서 독창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을 종합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스웨덴의 대표적인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다. 그런데 알고 보면 스웨덴의 독창적인 디자인은 이케아가 전부는 아니다. 이케아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류브랜드 H&M, Acne, 시계브랜드 Daniel Wellington 등 스웨덴의 디자인은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과 함께 북유럽 디자인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만들 만큼 유명하다.
스웨덴에서 이들의 창의적인 세계를 더 자세히 엿보고 싶다면 꼭 가 봐야 할 곳이 있다. 현대미술의 오늘을 보여 주는 두 곳. 쇠데르말름(Sodermalm)에 위치한 사진미술관 포토그라피스카(Fotografiska)와 모던 아트 뮤지엄이다. 포토그라피스카에서는 스웨덴을 비롯해 북유럽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고, 무료 입장이 가능한 모던 아트 뮤지엄에서는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상설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포토그라피스카는 평일, 주말 관계없이 밤 11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곳들을 충분히 둘러본 후 느지막이 찾아가기 좋다.
안에서는 예술작품을, 밖에서는 자연풍광을, 쉴 때는 책을 보며 보내는 하루. 스웨덴에서 소소한 행복을 알아가는 ‘라곰(Lagom, 적당히, 알맞게) 라이프’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