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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개성을 담은 도마 만들기
마음을 쏟고 추억을 다듬다
- 글 임산하 사진 김범기
- 일상에서 꼭 필요한 것은 그것이 없을 때에야 비로소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도마가 없으면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확한 칼질이 불가능해 근사한 요리를 만들 수 없을뿐더러, 안전한 칼질도 할 수 없어 자칫 위험할 수 있다. 게다가 도마는 종종 멋진 접시도 돼 준다. 일상의 짝꿍과도 같은 도마. 삶의 소중한 짝꿍들과 도마를 만들기 위해 IBK人들이 모였다. * <with IBK> 10월호에 관련된 모든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손으로 편히 잡을 수 있고, 부엌에 쉽게 걸어 둘 수 있도록 둥그런 손잡이로 편리성을 강조한 도마가 그려진다.
두둑한 기대를 품고 목공방의 문을 열다
볕이 곳곳에 따뜻하게 내려앉은 화창한 가을날, 따사로운 날씨에 뜨거움을 더할 IBK人들이 청주의 목공방 바이에클로그에 모였다. 각자의 개성을 담아 도마를 만들기 위해 모인 IBK人들. 첫 번째로 문을 연 팀은 마곡발산역지점 안리지 대리, 여의도한국투자증권지점 장누리 대리, 마포지점 이진원 대리.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함께 차를 타고 온 이들은 한껏 기대에 부푼 얼굴이다. 이들은 2019년 여름 신길동지점에서 처음 만나 한곳에서 2년을 함께한 돈독한 사이다. “올해 7월 각자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오랜만에 만나 신나게 수다도 떨고, 휴게소에서 두둑이 배도 채우면서 왔습니다.” 안리지 대리가 환히 웃으며 기쁘게 말한다. 이들 셋은 싱글벙글하며 목공방에 진열된 도마를 자세히 살핀다. 나무의 결 하나도 놓치지 않으며 꼼꼼히 보더니 각자 원하는 목재를 선택한다. 장누리 대리는 고급스러운 무늬를 자랑하는 호두나무 목재로, 안리지 대리와 이진원 대리는 참죽나무 목재로 도마 만들 준비를 한다. 특히 길고 곧게 자라는 참죽나무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뒤틀림 없이 그 모습을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참죽나무는 셋과 닮은 듯 보인다. 각자 고민한 디자인을 목재에 그려 넣는 동안에도 서로의 모양을 봐주고 의견을 나누는 이들. 중간중간 서로 인증샷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들의 명랑함이 목재의 결 사이사이를 채우는 것만 같다.
뒤이어 들어온 팀은 조치원지점 이지영 과장의 가족이다. 아버지와 남편, 딸까지 삼대가 도마 만들기를 위해 모였다. 게다가 오늘은 이지영 과장 아버지의 76세 생일이다. “더없이 기쁜 날에 함께 저희 삼대가 함께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기대됩니다.” 라며 미소 짓는 이지영 과장. 그의 가족이 함께 마음에 담아 온 행복은 앞으로 보여 줄 열정만큼이나 두둑하다.
도마 만들기에 열정과 애정을 담는 이들
다음 팀은 ‘긍지’로 하나된 경안지점 이지영 대리와 시화지점 이현지 대리, 남대문지점 오병석 대리, 호계중앙지점 구본석 대리다. “동기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왔습니다.”라며 약속한 듯 하나가 되어 말하는 이들 넷은 목재를 고르고, 디자인을 하는 동안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현지 대리는 다른 세 명이 호두나무를 선택하는 동안 다릅나무를 선택했다. 다릅나무는 겉과 속이 달라서 ‘다릅나무’라는 어원을 갖고 있는데, 횡단면을 보면 갈색의 중심 원을 황백색의 속껍질이 두르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모양을 적극 활용한 이현지 대리는 손잡이를 기준으로 양끝을 대각선으로 잘라 황백의 색감을 살리면서 윗면과 아랫면의 넓이에 차이를 둔 도마를 디자인했다. 겉과 속의 다름을 특별함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색다른 도마 디자인에 구본석 대리는 “한쪽은 커팅보드용, 다른 한쪽은 플레이팅용으로 사용하면 되겠다.”라며 감탄한다. 도마를 보며 전문용어를 뽐내는 구본석 대리는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동기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끝으로 다정히 공방의 문을 연 두 사람은 대전오정로지점의 황재용 대리와 그의 아내다. 신중히 목재를 고르는 두 사람. “양가 부모님께 선물해 드리려고 합니다.”라며 따뜻한 진심을 내보인다. 앞치마 끈을 사이좋게 매 주며 준비를 끝낸 두 사람은 차분히 도마를 디자인한다. 납작한 목재 위에 선으로 표현되는 마음은 그 어떤 것보다 무겁고 귀하다. 손으로 편히 잡을 수 있고, 부엌에 쉽게 걸어 둘 수 있도록 둥그런 손잡이로 편리성을 강조한 도마가 그려진다.
각자의 개성을 담은 목재 위의 선은 목공방을 운영하는 이종호 선생님의 손에 말끔히 재단된다. 그런데 재단이 끝은 아니다. 진짜는 다음부터다.
노력 없이는 완성할 수 없는 도마
도마의 모양을 갖춘 뒤에는 나무의 까슬까슬한 면을 다듬어 줘야 한다. 이 과정을 샌딩이라 말한다. 도마는 주로 맨손으로 만지는 만큼 부드러움이 필수다. 사포는 거친 정도에 따라 ‘방’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거친 것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60~80방의 사포를 통해 거친 표면을 다듬는다. 다음으로 120방, 220방, 400방의 사포를 사용해 전단계보다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샌딩 과정은 힘과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약 1시간에서 최대 2시간 동안 다듬고 또 다듬으며 정성을 다해야만 진짜 도마가 완성되는 것이다. 샌딩 과정은 마치 탑을 쌓는 것과 같아서, 단 한 과정도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큼직하게 재단하는 기계로는 손잡이와 몸체 사이의 둥근 부분까지 완벽하게 모양을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 손이 자주 닿는 좁은 부분은 섬세하게 작업해 줘야 한다. 꼼꼼한 작업에는 역시 사람의 손만 한 게 없다.
꾸준히 힘을 써야 하는 과정이니만큼 각 팀마다 하나가 되어 서로를 돕는다. 이지영 과장 팀은 부녀가 서로 짝을 지어 샌딩을 진행한다. 함께 작업하는 이지영 과장의 어린 딸이 “할아버지, 언제까지 해야 돼요?”라고 묻자 할아버지는 웃으며 “정해진 시간은 없대.”라고 답한다. 그는 요리를 좋아하는 손녀가 자칫 도마를 사용하다 상처를 입을까 봐 염려하는 마음으로 빈틈없이 샌딩을 돕는다.
웃음과 정성이 끊이지 않는 시간
샌딩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하다. ‘긍지’의 동기들은 서로서로 도마를 잡아주며 샌딩을 진행한다. 조용한 배려가 작업 과정 내내 눈에 띈다.
오병석 대리의 도마를 본 구본석 대리는 “각진 모서리 둥글게 만들 거야?”라며 묻는데, 오병석 대리는 “남자는 칼각이지.”하며 웃어 보인다. 그는 가장 네모반듯한 모양의 도마를 만드는 중이다. 기본에 충실한 모양이 가장 독특한 모양이 된 셈이다. 그 사이 처음 목공방의 문을 열었던 안리지 대리와 장누리 대리, 이진원 대리는 재단 뒤에 남은 목재로 또 다른 작업을 진행한다. 바로 도마 받침대를 만드는 것. 제대로 된 ‘업사이클링’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 샌딩을 마친 뒤에는 도마에 추억을 담아 각인을 새긴다. 소중한 시간을 들인 소중한 도마이기에 각자 신중히 각인 문구를 고민한다. 이지영 과장의 아버지는 ‘하늘나라에 있는 당신(박덕분 여사) 사랑합니다/이병훈 76세 생일기념/2021.9.12’ 를, 이지영 과장의 딸은 ‘꿈은 이루어진다/한유진’을 적어 넣으며 도마에 사랑과 희망을 담뿍 담는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께 선물한다 말했던 황재용 대리 부부는 ‘재용, 인하, 베리’라는 이름을 새긴다. “베리는 아내 배 속에 있는 아이의 태명입니다. 싱그러운 베리(berry)이자 아주아주(very very) 건강하게 자라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배 속의 ‘베리’와 함께 만든 도마를 건네받을 부모님이 얼마나 기뻐할지 그 모습이 벌써부터 상상된다.
소중한 추억을 품에 가득 안다
도마 만들기의 마지막은 미네랄 오일을 바르는 것이다. 무조건 결대로 발라야 하며, 수관을 타고 흡수된 오일은 도마의 내구성을 높여 영구에 가까운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게다가 목재마다의 특별한 결과 색을 살려 낸다. 도마의 숨겨진 색이 나타나자 다들 감탄한다. 생각보다 더 예쁜 도마가 만들어진 것이다. 각자 의미를 담은 각인도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수제도마의 매력이다. 힘을 쏟고, 마음을 담고, 추억을 새기는 것. 게다가 이 과정을 소중한 이들과 함께했으니 이보다 더 귀한 시간이 있을까.
20~30분 정도 오일을 건조시킨 뒤 잔존 오일을 말끔히 제거한 IBK人들은 이제 추억을 가득 안아 들었다. 도마를 사용할 때마다 떠오를 오늘의 기억. 도마 만들기에 참여한 IBK人들에게 도마를 사용하는 모든 시간은 행복으로 물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