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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고색지점 이덕순 차장

    잘 하고 있어요 지금도

    • 이지연
    • 사진 김범기
  • 어렸을 때부터 한 글씨 했다. 공책을 펴면 선생님들이 “글씨 잘 쓴다”고 칭찬했다. 그럴 때 마다 기분이 좋았던 아이는 꿈꾸던 은행원이 되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된 후에도 붓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글씨를 쓴다기 보다 글씨 안에 마음을 담고, 그림 그리듯 흘려 써내려 가는 그 시간이 좋았다. 입사 28년 차 이덕순 차장은 지금도 호기심이 생기는 분야가 있으면 도전하고 배운다. 삶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고수다. * <with IBK> 9월호에 관련된 모든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오늘을 즐겁게

넓게 펼쳐진 화선지 위로 까만 먹들이 글씨를 써내려 간다. 방금 전까지 먹물에 불과했던 검은 액체가 붓끝에 적셔지고 새하얀 화선지 위에 이르러 이덕순 차장의 손끝에서 아름다운 글자를 만들어 낸다. ‘꽃길만 걷자’,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와 같은 문장은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이덕순 차장이 좋아하는 글귀들이다. 9월 명절을 앞두고 ‘그리운 고향’이라는 글자도 한 번 써본다. 어디 먼 데가 고향인가 싶어 물었더니 ‘서울’이란다. 자기가 대답해놓고도 못내 웃기는지 이덕순 차장이 파안대소한다. 기업은행 수원고색지점이라는 글자를 쓰면서는 ‘점’자의 미음(ㅁ) 부분을 흘림체로 써 내려가며 한껏 멋을 낸다. 휘어지듯 멋스럽게 글자를 완성하며 스스로도 뿌듯해한다. 슬기로운 은행생활이라는 글자에는 어떤 다짐을 담은 것처럼 힘이 실린다.
1994년 행원으로 입사해 현재 기업대출업무를 하고 있는 이덕순 차장은 은행생활을 슬기롭게 잘 해온 편이다. 28년 동안 근무하면서 모든 것이 순탄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천성이 긍정적이라 일도, 삶도 별 탈없이 잘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이덕순 차장은 ‘오늘, 살아 있는 지금, 행복하고 즐겁게 살자’는 태도로 모든 사안을 바라본다. 그것이 붓글씨뿐만 아니라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게 한 힘이었다.

글씨로 인정받다

이덕순 차장이 쇼핑백에서 수줍게 꺼낸 것은 색이 바랜 여러 장의 펜글씨 자격증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1989년 (사)대한글씨검정교육회에서 주관한 전국글씨기능검정시험 펜글씨 6급 합격을 시작으로 이듬해 9월 2급 자격증을 취득한 역사가 한눈에 보였다.
“저는 유치원 세대가 아니었고 제 동생이 사설유치원을 다녔어요. 동생 기다리면서 보니까 네모 칸에 점선이 그려진 공책 위에 글씨 쓰는 연습을 하더라고요. 그게 너무 해보고 싶어서 엄마를 졸라 공책을 사서 글씨를 반듯하게 쓰는 연습을 했죠. 초등학교 입학 전이라 그때 해둔 글씨 연습이 입학해서 큰 도움이 됐어요.”
일기 쓰기 숙제, 글 짓기 숙제, 노트 필기 등 이 차장의 글씨를 본 선생님들은 하나 같이 “글씨를 너무 예쁘게 잘 쓴다”고 칭찬했다. 어린 마음에 그런 칭찬이 기분 좋았고, 스스로도 글씨를 예쁘게 쓰는 것을 즐겼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선생님의 권유로 펜글씨 시험을 보게 됐다. 나무 펜대에 펜촉을 끼우고 잉크를 묻혀 시험 보던 시절이었다.

무조건 즐길 것!

이덕순 차장은 펜글씨를 주로 쓴다. 요새는 잉크가 끼워져 나오는 붓펜들이 많아 그것들을 활용한다. 안방 한곳에 글씨 연습하는 책상도 두었다. 정해진 연습 시간은 없고 무언가 쓰고 싶은 문장이나 글귀가 떠오를 때마다 종이나 화선지를 편다.
“선배들 보면 좋은 글귀들을 메모지에 써서 책상에 붙여 놓더라고요. 저는 나중에 보아도 좋은 글귀나 드라마 명대사 같은 걸 그때그때 재미 삼아 공책에다 흘림체로 써뒀어요. 요새는 휴대폰 카메라가 좋아서 TV나 유튜브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대사가 나오면 얼른 촬영해요. 나중에 종이에 옮겨 쓰려고요. 또 남이 쓴 잘 쓴 글씨들을 모사하면서 꾸준히 연습을 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붓 잡는 것이 익숙해지고, 내가 쓰고 싶은 결대로 글씨를 만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최근 중국 고전극에 빠졌다는 이덕순 차장은 <삼생삼세 십리도화>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거기에 등장하는 OST 가사들을 옮겨 적었다. 새로운 취미생활이나 공부를 시작하기까지 오랜 기간 심사숙고 하는 편이라는 이덕순 차장은 결정한 다음에는 온전히 그 시간에 몰두하고 즐긴다. 기한을 두고 언제까지 어떤 목표로 나가야겠다는 목표지향적인 생각보다 제한과 한계를 두지 않고 즐기는 것에 집중한다. 중국 고전극을 보면서 대사나 가사를 필사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중국어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 식으로 2000년대 초반 일본어도 익혔다. 일본어도 여행 가서 의사소통할 정도로 독학했다니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매사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배워 나가는 이덕순 차장의 라이프 스타일이 젊게 사는 비결 같았다.

전문가도 인정한 실력

손재주가 좋은 이덕순 차장은 글씨 쓰는 것 외에도 비즈공예, 꽃꽂이, 리본공예, 인형공예 등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웠다. 플라워디자인장식사 1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공예와는 다른 분야지만 손과 발 모두를 써야 하는 드럼도 배웠다. 그야말로 취미부자다. 다른 취미들은 문화센터에 다니면서 익힌 것들이지만 서예학원은 한 번도 다닌 적이 없다. 글씨 쓰는 걸 워낙 좋아해 독학으로 배운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한글체과 한문체의 꺾임이 다르고 쓰는 방법도 차이가 있지만 이덕순 차장에게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연습한 글씨가 아니기에 내가 좋으면 그뿐이다.
지금도 펜글씨를 더 자주 쓴다는 이덕순 차장은 얼마 전부터 붓을 잡았다. ‘펜’에서 ‘붓’으로 장비만 달라졌을 뿐, 내공은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엔 붓 잡는 것이 조금 어색했지만 오랜 세월 수련해온 덕에 금세 익숙해졌다. 이덕순 차장의 붓글씨를 본 서예학원 원장님은 “붓글씨 웬만큼 배운 사람보다 실력이 더 좋다”며 “독학으로 이렇게 쓸 수 있다니 노력이 대단하다”고 인정했다.
처음 받아보는 전문가의 평가에 이덕순 차장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펜이나 붓을 잡고 글을 한 자 한 자 차분히 써 내려가는 그 시간이 좋아요. 글을 쓰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요. 아마도 호흡에 따라 글씨의 흐름이 달라지기에 글씨 쓰는 사이사이 잠시 호흡을 멈추거나, 숨을 고르면서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면 오로지 붓끝에만 집중하게 돼요. 스트레스도 상념도 다 사라져요.”
펜글씨는 강약의 느낌을 내기가 힘든데 붓글씨는 강약과 먹의 농담을 살려 쓰니 흘림체가 더 예쁘게 나오더라는 이덕순 차장. 그가 궁서체보다 흘림체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글씨의 선과 맺음이 예뻐서다. 첫째도 둘째도 미감이다.
자신이 만들고 써 내려간 글씨를 보면 뿌듯하다는 이덕순 차장은 삶에 만족하고, 소소한 행복을 귀하게 여길 줄 알며, 삶을 즐겁게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었다.

누가 명필이라 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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