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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분기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 글. IBK투자증권 투자분석부
- 하반기 자산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자산 가격의 빠른 회복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에게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중·저위험군의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
눈높이를 낮춰야 할 때
3분기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더 확대되면서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은 경제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안정으로 인해 강한 정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낮고, 정책의 정상화에 주목할 수 있다는 점이 코로나19 발발 이후 정책 및 유동성 수혜를 누렸던 주식 등 위험자산에는 부담이다.
경제성장률 등 경제지표 숫자도 약화될 것이다. 작년 2분기 글로벌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컸던 만큼 2분기에 기저효과가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들보다 코로나19 타격을 앞서 받은 후 회복한 중국의 경우 이미 상반기에 경제성장률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도 상반기 고점을 찍었던 성장률 등의 지표들이 하반기에는 낮아지면서 성장 모멘텀은 점차 약화될 것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급급해 간과하던 리스크들이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신흥국에 투자할 때는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일부 신흥국의 재정 상태는 과거 남유럽 재정위기 때 문제의 국가들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다. 디폴트 가능성과 부채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신흥국은 인플레이션 부담이 높아지면서 경제 상황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긴축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상대적으로 선진국과 비교해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부족하고 보급이 지연되는 점도 문제이다. 의료 및 사회 인프라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만큼 코로나19 지속 기간이 늘어나면서 후유증도 더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날 경우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판단한다.
즉 자산들 중에 상대적으로 선진국 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다는 판단이다. 강력한 재정 및 통화 정책과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로 2~3분기 강한 경제 회복 모멘텀을 보이는 미국에 이어 하반기에는 유럽의 경기 회복 모멘텀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경우 하반기 경제성장률 숫자는 약화되겠지만 인프라 투자 정책의 본격 진행으로 견고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유럽도 집단 면역 달성 수준까지의 백신 접종 확대, 관광 산업의 개선 등으로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 유럽과 한국, 중국, 미국의 전기대비 경제성장률 전망 자료 : Bloomberg, IBK투자증권
- 신흥국 재정적자 자료 : IMF, IBK투자증권
하반기 주식시장, 바이든 재정정책 변화에 주의
국내 증시는 상반기 중 경기 펀더멘털 회복을 확인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지난해와 연초에 비하면 상승 강도는 제한적이었다.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은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이미 기대치가 높아져 있어 시장 상승을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 준 미국 중심의 통화 및 재정정책 기조가 변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3분기 국내 증시는 박스권 흐름이 예상된다. 미국 정책 기조의 변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미국 경제 회복의 낙수효과 기대를 선반영한 상황인 만큼, 미국 정책 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재정정책 변화를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고용 상황을 고려할 때, 연준이 일부 자산 과열과 일시적 물가 상승을 근거로 정책 기조를 단기간 내에 변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반면 재정 측면에서는 추가 부양책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의가 바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재정정책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중점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의 색깔이 분명히 다르다. 지난 4월 바이든의 첫 의회 합동연설을 통해 완성된 미국 재건 정책(Build Back Better)은 3가지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1)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구제하기 위한 American Rescue Plan, 2) 회복 과정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Amer-ican Family Plan, 3)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American Jobs Plan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코로나19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만큼 위기 구제 정책에 집중됐다. 현금과 보조금 지급을 통해 정부가 직접 위축된 민간 수요를 보강하는 형태다. 여기에 해당하는 1조 9,000억 달러 부양책은 3월에 통과된 이후 집행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그중 현금지급 조치는 4월 중순에 실질적으로 마무리됐다. 실제로 단기적인 성과들이 소비 지표에서 바로 확인돼 경제 성장과 기업이익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동력이 됐다.
하반기에는 나머지 2개 정책이 집중적으로 추진될 텐데, 상반기의 위기 구제 정책에 비해 즉각적인 수요 창출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투자의 경우 재정승수1)는 크지만 고용 증대를 통해 민간 수요를 창출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 교육과 육아 지원 등 복지 정책은 경제의 질을 높이지만 재정승수 자체가 크진 않다.코로나19 이후 개인소득에서 이전소득2)의 비중이 늘어난 것을 감안할 때, 정부의 추가 보조금이 없으면 대부분의 개인에게 증세와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고소득층과 법인에 대한 증세까지 현실화되면 고소득층의 주식 차익 실현과 일부 업종의 이익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론 미국 공화당이 대규모 증세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당장 민주당 단독으로 입법을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의회 협상 과정에서 세율 인상폭이 하향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실질적인 정책 시행도 빨라야 4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 재정정책의 기조 변화 추세를 막기는 어려운 만큼, 잠재적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 채권시장, 상반기에 비해 리스크 요인이 축소
하반기 채권시장은 상반기에 비해 안정된 흐름을 예상한다. 상반기 나타났던 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진정되겠으나 금리가 의미 있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금리 상승 요인이 금리 하락 요인보다 우세한 채, 변동성을 줄이며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상반기 금리 상승의 요인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과 연준의 조기 긴축(테이퍼링3))에 대한 우려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 미국에서 시작된 백신 접종과 올해 코로나19 종식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금리를 먼저 상승시켰다. 그 과정에서 국제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로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연준이 긴축을 빨리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게 된 것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회복의 강도는 점차 강해질 것이다. 미국을 기준으로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7월 집단 면역이 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코로나19의 종식이 가까워 오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업 지출의 증가 추세도 점차 강해질 것이며, 연속해서 발표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이 경기를 지탱해 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분기 금리의 큰 반등이나, 연준의 테이퍼링 언급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정책이 경제지표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효과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미국 부양책의 포커스는 가계의 현금 지원이 아닌, 인프라 투자와 같은 숲을 위한 정책으로 옮겨 가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소비 지표 상승 압력이 약해질 수 있다. 여기에 증세까지 더해진다면 경제지표상 부담감은 늘어날 수 있다. 더불어 기저효과 역시 2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게 된다.
테이퍼링을 위한 조건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강도는 약해지겠지만 연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 금융시장의 가장 큰 잠재적 리스크는 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연준 관계자들의 매파적 발언과 일부 중앙은행의 긴축 시그널 등이 나올 때마다 채권시장은 텐트럼(tantrum·발작)까지는 아니지만 금리에 반복적으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시일 내 연준이 테이퍼링을 언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상반기 다수의 회의와 연설을 통해 연준 관계자들은 완화 기조와 후행적 대응을 강조해 왔다. 지금까지 관찰된 연준의 기본 태도는 1) 인플레이션 상승은 일시적 2) 고용시장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인플레이션 상승을 용인하고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연준은 목표의 단순 달성이 아닌 일정 기간 동안 유지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 연준 정책의 궁극적 목표인 고용시장은 경기의 후행지수이기 때문에, 테이퍼링을 거론하기까지는 시일이 많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다른 지표에 비해 고용시장은 양적, 질적으로 코로나19 이전과 괴리가 큰 편이다. 하반기 금리는 상승 압력이 좀 더 강하지만, 상반기에 비해 각종 기대감이 현실적으로 반영되는 과정에서 변동성을 줄여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 연준, 고용시장의 슬랙4)을 줄이는 것이 목표 자료 : US BLS, IBK투자증권
- 연준 위원들, 고용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 중 자료 : Fed, IBK투자증권
1) 정부의 지출이 한 단위 늘어날 때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보여주는 개념으로 재정정책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다.
2) 이전지급에 의해 발생하는 소득으로, 이전지급은 정부나 기업이 개인에게 무상으로 지급하는 연금, 보조금, 보험금 따위를 말한다.
3) ‘점점 가늘어지다’라는 뜻으로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중에 통화를 직접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 규모를 점차 축소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4) 완전 고용과 현재 고용 수준의 차이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