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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음 걸음마다
    다채로운 항구 도시

    이탈리아의 나폴리
    VS
    한국의 통영

    • 임산하
  • 코로나19 팬데믹은 해외여행을 쉽게 꿈꾸기 어렵게 만들었지만, 국내에도 이 아쉬움을 달래 줄 명소는 무수하다. 한국의 통영은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닮은 여행지로 꼽힌다. 쪽빛 바다를 품은 나폴리와 통영. 걸음걸음마다 절경인 곳. 두 도시 속으로 깊이 빠져 보자.
지중해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다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탈리아의 나폴리는 로마와 밀라노에 이은 이탈리아 제3의 도시다. 해안을 따라 형성된 마을은 전형적인 항구도시의 모습을 보이는데, 그 전형성이야말로 나폴리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눈앞에서 물결치는 바다와 장엄하게 서 있는 베수비오 화산 사이에 소박하게 자리한 마을은 꼭 자연의 한 양상처럼 보인다. 특히 나폴리의 카프리 섬은 이 풍광이 응축된 휴양지로 사시사철 따사로운 햇볕이 울창하게 비친다. 예로부터 그 아름다움에 매료됐던 로마 황제들이 즐겨 찾았다고 하는데,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배경 삼아 해안가부터 기슭까지 모여 있는 집집마다 정원을 품고 있는 것만 같다.
나폴리에서 정기여객선을 타면 카프리에 닿는다. 날씨가 알맞을 땐 중간에 ‘푸른동굴’도 지날 수 있다. 해식동굴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면 바닷속 하얀 산호모래가 반사되어 동굴 속이 온통 푸르게 보이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지중해의 신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선물 같은 덤이다.

한 장의 명화 같은 나폴리

산타루치아는 나폴리 수호신의 이름이자 나폴리의 항구이며, 나폴리가 3대 미항이 된 이유다. 산타루치아 항구는 눈부신 지중해를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짙푸른 바다와 웅장한 배경이 되어 주는 베수비오 화산, 그리고 산 중턱에 걸려 있는 뭉게구름이 조화를 이루어 한 장의 명화를 그려 낸다. 항구인 탓에 멀리서 뱃고동 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소리마저도 나폴리민요의 ‘산타루치아’의 멜로디처럼 들린다.
산타루치아 항구를 한눈에 조망하기 위해서는 산 마르티노 국립박물관의 정원이 안성맞춤이다. 산 마르티노 언덕에 위치한 그곳에서는 나폴리가 간직하고 있는 자연뿐 아니라 산타루치아 항구의 끝자락에 위치한 노르만족의 요새였던 카스텔 델로보 성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 게다가 실제 나폴리의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공간 면면까지 볼 수 있어, 과거와 현대의 균형 있는 감상도 가능하다.
조화와 균형의 아름다움은 석양 무렵에 더욱 배가 된다. 붉게 타오르던 해가 바다와 가까워질수록 윤슬은 선명해지고 항구 곳곳의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면서 나폴리는 금빛으로 물든다. 나폴리의 사이사이마다 빛이 닿는다. 마치 ‘나폴리’라는 작품에 조명이 켜진 것만 같다.

널찍한 풍광과 그림 같은
절경이 어우어진
이탈리아의 나폴리.
지중해의 반짝임을
담아 올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거닐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음식을 통해 삶을 보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속 리즈 길버트(줄리아 로버츠 분)는 ‘먹는 여행’으로 이탈리아를 선택한다. 특히 ‘생애 최고의 음식을 즐기려면 나폴리에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나폴리는 식당 어디든 맛이 출중하다. 추천 메뉴는 단연 ‘나폴리 피자’다. 피자의 탄생지 나폴리에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식당들이 성업 중이기 때문에 전통과 정통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피체리아 브란디(Pizzeria Brandi)’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탄생시킨 곳이다. 1889년 국왕 움베르토 1세와 왕비 마르게리타가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 요리사 라파엘레 에스포시토가 바질, 모차렐라, 토마토를 이용해 이탈리아 국기의 초록색, 흰색, 빨간색을 표현한 피자를 만들어 ‘마르게리타’라 이름 붙였다.
피자를 먹었으니, 이제 커피를 마셔 볼까. 그런데 ‘입가심’이라는 말은 조심해야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커피는 삶이자 문화다. 실례로 세계적인 기업 스타벅스는 2018년에야 이탈리아 밀라노에 1호점을 오픈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침식사로 통하는 카푸치노와 코르네토를 추천한다. 여행지에서 주민들과 일상을 나누는 것은 색다른 재미일 것이다.

TIP 나폴리는 구석구석 다양한 역사가 숨 쉬는 곳이다. 정해진 트레킹 코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보여행을 하다 보면 뜻밖의 과거와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천혜의 자연이 숨어 있는
한국의 통영.
눈이 닿는 곳마다 비경인
통영을 여행하다 보면
바다의 반짝임이
마음에도 들어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통영의 아름다움을 가득 담은 섬

한려수도의 첫 자락. 아름다운 항구도시. 투명한 바다와 울창한 산의 조화로 따사로운 햇볕이 머무는 곳곳마다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이곳, 바로 통영이다.
통영에는 이 아름다움을 압축해 놓은 것만 같은 섬이 있다. 이름마저도 보배로운 ‘비진도(比珍島)’로, 수려한 산수뿐 아니라 풍부한 해산물까지 넉넉해 보배에 비할 만한 섬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비진도는 내항과 외항, 두 개의 섬이 해변으로 연결돼 있다. 동쪽 해변은 파도 소리를 머금는 몽돌로, 서쪽 해변은 발을 간질이는 고운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통영항여객선을 타고 외항마을에서 내리면 한려수도 바다백리길의 하나인 ‘비진도 산호길’을 걷기에 좋다. 물론 먼저 도착하는 내항마을에서 내려도 괜찮다. 산호길 트레킹을 바로 시작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 비진도의 작지만 풍성한 아름다움은 도처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진도로 향하는 작은 여객선은 차를 싣지 못하기에 무조건 걸어서 감상해야 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받아야만 하는 선물이다. 비진도 산호길의 정상인 선유봉에 오르면 비진도의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데, 이정표를 따라 오르다 보면 동백나무 군락지를 먼저 만나게 된다. 울창하게 그늘진 군락 속에서 붉은 전등처럼 반짝이는 동백꽃을 만나는 건 봄 여행의 백미일 것이다.

빛이 수놓은 한려수도

바다 사이사이 섬들이 만들어 낸 경이로운 산수에 시원한 바다 내음과 청명한 산 내음이 어우러지는 곳. 통영의 미륵산이다. 미륵산은 한려수도 전망대로 유명한데,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해안을 따라 자리 잡은 마을 사람들의 주거지도 눈에 들어온다. 낮은 오색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마음이 느긋해진다.
미륵산이 있는 미륵도는 1932년 건립한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터널인 통영 해저터널을 이용해서 갈 수 있으며, 미륵산까지 오르기 힘든 이들은 한려수도 조망케이블카를 타면 된다.
미륵산의 비경에 마음을 뺏기다 보면 어느새 석양이 찾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통영의 빛은 어둠이 와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밝게 빛난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이는 통영의 낙조를 두고 한 말일지도 모른다. 한려수도 바다백리길인 ‘달아길’의 끝자락인 달아전망대에 닿으면 마음마저 물들이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강렬한 붉은 빛이 바닷속까지 떨어지고 나서도 장대한 해안선을 따라 수놓은 낙조는 오래도록 그 빛을 간직한다.

마음도 배도 든든하게 채워 주는 통영

통영의 여기저기를 눈으로 맛봤으니, 이제 입으로 맛볼 차례다. 눈길 닿는 곳마다 절경이니 어떤 음식이든 상관없을 테지만 통영에는 실로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다.
특히 봄을 한가득 담은 ‘도다리쑥국’이 유명하다. 도다리쑥국은 살이 통통한 도다리와 봄철 햇쑥의 조화만으로도 시원하고 향긋한 맛을 낸다. 맑은 바다와 깊은 숲의 맛. 이 작은 음식 속에 통영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통영의 또 다른 별미는 단연 ‘충무김밥’이다. 반찬은 무김치와 오징어 볶음으로 단출한데도, 김을 두른 흰 쌀밥 한 입, 반찬 한 입에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게다가 먹는 재미까지 일석이조가 아닌가. 포장도 간편해 여행자들에게는 맞춤 음식이다.
그런데 포장 이야기에 충무김밥만 떠올리면 서운해할 메뉴가 있다. 바로 ‘꿀빵’이다. 이름 그대로 팥소를 넣어 동그랗게 튀겨 낸 빵의 겉면에 달달한 물엿과 고소한 깨로 맛을 더한 꿀빵.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동그란 빵 속 가득한 달큼함에 푹 빠져 버린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미항(美港)’ 통영은 입까지 달싹이게 하는 ‘미항(味港)’이다. 과연 마음은 물론 배까지 든든하게 채워 주는 고마운 도시다.

TIP 한려수도 바다백리길의 6가지 코스는 모두 통영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통영을 깊이 느끼고 싶다면 무엇보다 트레킹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