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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를 지나치지 않는
도시의 품위
프랑스 파리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도시, 파리.이는 파리 자체가 간직한 품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 품격은 시간을 뛰어넘지 않고 그대로 마주하는 데서 온다.
writing. 편집실
- 석양이 깔린 파리 시내
스스로 빛이 되는 센 강
낭만이 깃든 도시. 특별한 개성과 우아한 기품이 어우러져 누구에게나 설렘을 주는 도시. 이름만으로도 모든 게 설명되는 이곳은 프랑스의 파리(Paris)다. 특히 연말이 다가오면 파리가 주는 정서에 잠시 기대고 싶어지는데, 그 분위기를 책임지는 곳은 단연 파리만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명소들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으니, 파리의 멋을 드높이는 것은 바로 명소들 곁에서 유유히 흐르는 센 강(La Seine)이라는 것! 길이 약 776km,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긴 센 강은 어느 순간이든 고요히 제 길을 가며 스스로 빛이 된다. 그리고 그 빛은 우리에게 잔잔히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차분한 시간을 선물하기도 한다. 파리의 센 강 주변으로는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어 이곳은 199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되었는데, 유람선을 타고 센 강 위에서 파리 곳곳을 감상하는 것 또한 일품이다. 낮과 밤, 언제든 상관없다. 센 강이 건네는 파리의 매력은 매 순간 완벽하기 때문이다.
- 센 강을 지나는 유람선
여행자의 짝꿍, 파리의 상징 에펠탑
파리를 거닐다 보면 언제나 우리를 따라다니는 짝꿍이 생긴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La Tour Eiffel)으로, 밤하늘의 달처럼 어디서든 보이는 에펠탑은 바로 지금 파리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파리 여행에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에펠탑은 많은 관광객을 초대하는 랜드마크이지만 처음부터 환영받는 건축물은 아니었다.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만국 박람회장에 세워졌을 당시 에펠탑은 못생긴 철탑일 뿐이었다. 파리 시민들에게 에펠탑은 도시의 우아함을 망치는 흉물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에펠탑은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이후 1985년에는 조명시설이 설치되면서 파리의 밤에 낭만을 수놓고 있다. 이때부터 진정한 ‘밤하늘의 달’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높이 약 320m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한참 고개를 들어 올려야 눈에 담기는 에펠탑은 특유의 장엄함으로 우리를 압도하는데, 내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파리 시내의 모습도 가히 장관이다. 199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은 에펠탑. 직접 보는 순간 에펠탑이 왜 에펠탑인지 느껴질 것이다. 에펠탑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의 반증이다.
- 파리의 상징 에펠탑
- 루브르 박물관 입구의 유리 피라미드
역사와 유물을 생생히 만나다
센 강을 따라 에펠탑을 지나 더 내려가면 파리에서 가장 큰 광장인 콩코르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이 등장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가진다.”는 인권선언 제1조의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1789년 7월 14일부터 1794년 7월 28일에 걸쳐 일어난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그리고 왕가와 정치인 1,300여 명이 처형당한 곳이다. ‘화합’을 뜻하는 단어 ‘콩코르드’. 콩코르드 광장에서 그 역사를 기억하며 시민들의 힘으로 찾아낸 인권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키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역사의 현장을 걸었으니 다음은 ‘파리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 에서 과거의 이야기가 생생히 담긴 유물을 만날 시간이다.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루브르 박물관은 사실 파리의 요새로 지어졌던 곳인데, 이후 ‘루브르 궁’이 되었다가 프랑스 혁명 당시 국민의회가 왕실 소장품을 국민에게 공개하면서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입구의 유리 피라미드부터 내부의 다양한 예술품까지 모든 것이 가치 있게 빛나는 이곳에서 작자 미상의 <밀로의 비너스>, 레오나르드 다 빈치의 <모나리자>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을 실제로 만나는 행운을 누려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감상이 당신에게 피어날 것이다.
파리의 품격을 증명하는 벼룩시장
파리의 품격은 과거로부터 오는지도 모른다. 파리는 내일을 향해 가되 어제를 지나치지 않는다. 건너뛰지 않고 밀도 있게 모아 함께 나아간다. 이 태도를 벼룩시장이 증명한다. 파리에는 3대 벼룩시장이 있는데, 방브 벼룩시장(Marché aux Puces de la Porte de Vanves), 몽트뢰유 벼룩시장(Marché aux Puces de Montreui), 생투앙 벼룩시장(Marché aux Puces de St. Ouen)이 그것이다.
시내 가까이에 있어 여행객들도 쉽게 갈 수 있는 방브 벼룩시장은 방브 역 주변을 따라 가두판매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상상 속 벼룩시장과 닮아 있다. 규모는 작지만 이 안에서 발견하는 제품의 값어치는 결코 작지 않다. 희귀한 물건이 눈에 띄는 몽트뢰유 벼룩시장에서는 특히 다양한 의류와 빈티지 소품을 만날 수 있는데, 각국의 상인들이 모이기 때문에 전 세계의 만물상과도 같다. 끝으로 생투앙 벼룩시장은 1880년경부터 장이 섰으며 역사만큼이나 규모도 가장 크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이곳은 미술품과 고가구 등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물품부터 생활용품까지 수많은 상품이 즐비해 있다. 방브 벼룩시장은 주말에만, 그리고 몽트뢰유 벼룩시장과 생투앙 벼룩시장은 월요일에도 열리므로 계획을 잘 세워서 방문하길 바란다.
어제의 가치를 아는 낭만의 도시. 지나온 시간의 의미를 간직하기에 파리는 언제나 무게감 있게 반짝인다.
- 생투앙 벼룩시장의 고가구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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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투앙 벼룩시장의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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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보물을 발견하는 파리의 벼룩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