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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IBK
피플

동물을 위한 애정이
사람을 변화시키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나응식 수의사 No Cat, No Life! 고양이 없이는 인생도 없다고 말하는 그는 고양이 행동 전문 나응식 수의사다.
정확한 해결책을 통해 동물의 마음을 위로하고, 더불어 사람을 반성하게 하는 그에게는 세상을 발전시키는 힘이 있다.
*<with IBK> 6월호의 모든 촬영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진행했습니다.

writing. 임산하 photograph. 김범기

반려묘의 행복을 위해 매진하다

모든 삶에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겉에 드러난 흔적으로 남을 쉽게 읽어 내려 하지만, 누구에게나 치열한 지금이 있다. 그래서 그 시간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나 자신에게 통하는 나만의 변명이 있듯, 남에게도 언제나 ‘자기 자신’ 이 있음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상대를 존중하는 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모르지 않음에도 실수와 실패를 반복한다. 사람과의 마찰에서는 오롯이 대화를 나누며 어긋남을 바로잡을 수 있지만 상대가 동물일 때에는 회복의 난도가 높아진다. 인식의 시작과 극복 과정이 모두 사람의 입장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 1,500만 시대. ‘반려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주는 것과 별개로 우리가 반려동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는 지금, 보호자 교육을 위해 앞장서는 이가 있다. EBS1 <고양이를 부탁해>에 출연해 반려묘의 변호인이자 상담사로 활약하며 고양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던 고양이 행동 전문 나응식 수의사이다. 고양이에게는 나긋하나 보호자에게는 직설적이고 단호하게 말함으로써 정확한 해결책을 주던 그는 이제 ‘냐옹신’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반려묘 문제 행동의 원인에는 유전적 소인과 건강 이상 등이 포함돼요. 특히 우리도 아프면 쉽게 화가 나고 그러잖아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보호자로부터 시작됩니다. 어떤 것이 문제인지를 모르는 게 보호자들의 문제라고 볼 수 있죠. 그래도 <고양이를 부탁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분들이 이를 이해하게 되어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는 방송뿐만 아니라 유튜브 <냥신TV> 채널을 통해서도 집사들에게 양질의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반려묘와의 원만한 반려생활이 결국 고양이의 행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항상 말씀드리는 부분이 ‘고양이는 작은 개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입니다. 특히 자신의 영역을 확보한 다음에 숨어 있다가 먹잇감을 덮치는 형태로 사냥을 합니다. 가정에서 생활하는 반려묘의 실내 환경을 다채롭게 꾸며 주어야 생존을 위한 사냥 본능이 충족될 수 있습니다.”
반려묘에게 실내가 전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는 그. 수직 공간을 제공하는 캣타워, 발톱을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스크래처, 몸을 숨길 수 있는 안락한 숨숨집, 깨끗함이 보장되는 ‘N(고양이 마리 수)+1’개의 화장실 등은 반려묘에게 필수다. ‘이 집이 내가 사는 집인지, 고양이에게 얹혀사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적극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사랑하는 반려가족을 위한 일이다. 우리 중 그 누구도 가족의 불행을 바라는 이는 없을 것이다.

동물에게도 온기를 나누는 책임감

나응식 수의사의 책 <잠시 고양이면 좋겠어>에는 ‘고양이가 주는 온기로 인해 존재의 위로’를 받았던 대학 시절 그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한 생명으로 인해 내면의 정적이 깨지는 듯한 기분은 그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수의사가 되고 난 뒤 동물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알게 된 뒤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에게는 그것이 고양이의 삶, 나아가 동물의 존엄이었을지 모른다. “이제 우리는 함께 사는 동물들을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고 부릅니다. ‘애완동물’은 동물을 완구, 즉 장난감으로 보는 것을 뜻하죠. 분명히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은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반려동물 문제 행동 원인이 상당 부분 보호자에게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보호자가 동물을 입양하기 전 충분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비 반려인에게는 앞으로 들여야 하는 시간적, 경제적, 정서적 노력들에 대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강아지나 고양이 모두 정서적 나이가 3살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3살 어린아이를 평균적으로 15년 동안 돌볼 준비를 해야 하죠. 성묘가 되면 신체가 성숙하고 행동이 민첩해지고 자신에 대한 요구도 많아지기 때문에 어른이 됐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의인화입니다. 반려동물의 정서적 나이는 3살에 머물러 있습니다.”
‘고양이는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는 선입관이 있다. 이는 환경 관리는 물론 고양이와의 감정적 교류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하지 않은 말이다. 그런데 최근 SNS 속 고양이의 모습에 반해 단지 예쁘고 귀여워서 고양이를 입양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덜컥 입양을 했다가 쉽게 포기하면, 이는 유기동물 문제로도 이어진다. 실제로 나응식 수의사가 동물병원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반려가족 중에도 보호자의 유기나 구조 등으로 인해 만나게 된 고양이들이 많다. “한 달에 유기되는 동물이 평균 1만 마리입니다. 최근에는 1년에 13만 마리가 유기되었다고 나타났죠. 특정 품종견, 품종묘가 아닌 유기동물 입양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그들과도 충분히 행복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또한 강아지 공장처럼 고양이 공장이 있으며, 여전히 관리감독 면에서 제도적인 문제가 많음을 알아야 합니다.” 강아지 공장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되었지만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이를 제대로 아는 것 또한 반려인으로서의 책임감에 포함된다.

  • 고양이는 영역 동물입니다.
    특히 자신의 영역을 확보한
    다음에 숨어 있다가 먹잇감을
    덮치는 형태로 사냥을 합니다.
    가정에서 생활하는 반려묘의
    실내 환경을 다채롭게 꾸며
    주어야 생존을 위한 사냥
    본능이 충족될 수 있습니다.
‘냐옹신’의 무게를 끌어안다

불과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불렀다. 이제 그들은 ‘길고양이’, 나아가 ‘동네고양이’라고 불린다. 동물권에 대해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고 말하는 나응식 수의사이지만, 이는 그럼에도 그가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84%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것은 변화의 단초인 셈입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동물혐오 범죄는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처벌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동물학대로 인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면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 또한 점점 강화되어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실형이 선고됐던 첫 판결은 2019년의 일입니다.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 ‘자두’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에게 6개월 형이 선고됐죠.”
나응식 수의사는 강경하게 말한다. “외국의 경우 사람, 물건, 반려동물이 삼권(三權)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반려동물을 물건에 포함시킵니다. 동물권이 강화되어야 법적인 처벌도 강화될 수 있습니다.”
최근 티빙 드라마 <장미맨션>에서는 고양이 학대 장면이 등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의 경우에도 동물 학대, 영아 살해 등은 절대 촬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제작진의 해명을 보면 인도주의적 방식으로 훈련된 고양이였으며, 현장에서 고양이의 스트레스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절대 촬영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아직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인식의 변화를 위해 초등학생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힘주어 말하는 그. 특히 동물 학대의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기도 전에 SNS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이를 하나의 놀잇감으로 받아들이는 나이 대가 점점 어려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학대는 범죄입니다. 다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증오감이 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길고양이 돌봄 일자리 창출, 반려동물 세금 등 비반려인이 혜택을 받는다면 우리는 ‘실질적인 공존’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덧 20여 년을 수의사로 지내왔지만 그의 목표는 언제나 똑같다. 올바른 정보를 안내함으로써 동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 동물병원에서의 진료, 유튜브 촬영, 다양한 강연, 책 집필 모두 변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그의 노력이다.
‘냐옹신’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책임을 몸소 실천하는 나응식 수의사. 그는 오늘도 ‘냐옹신’의 무게를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방향에는 언제나 ‘동물’이 존재한다.

반려묘 가정을 위한 ‘냐옹신’의 팁! - 고양이의 정서적 나이는 3살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고양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중성화 수술은 필수입니다. - 영역 동물임을 잊지 말고 실내 공간을 다채롭게 꾸며야 합니다.  - 깨끗한 곳에서 용변을 본다는 만족감을 위해 화장실은 N+1개가 좋습니다. - 무엇보다 진심으로 사랑을 주고, 책임감을 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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