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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의 유대와 사랑에도
대가와 자격이 따른다면
동물은 결코 물건이나 상품이 아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상호작용하는 지각력 있는 존재다.
단순히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마음으로 마주하는 ‘인형’이 아닌,
엄연한 ‘생명’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진정한 반려인이 되는 첫걸음이다.
writing. 전진경(동물권행동 카라 대표)
경이로운 존재, 반려동물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동반하는 삶을 꿈꾼다. 포털이나 소셜 네트워크에는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의 사진과 사연들이 넘쳐난다. 최근에는 고양이가 반려동물로 많이 선택되면서 ‘나만 없어 고양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사진이나 글로 접하는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모습은 이들과 동반하는 삶에 대한 동경을 불러오기 충분하다.
실제로 반려동물들은 사람에게 크나큰 유익을 준다. 인간관계에서 충족되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 단순하고도 일관적이며 한없는 애정, 사람들이 언제나 꿈꾸는 완전한 유대와 사랑이 동물에게는 그저 당연하다. 특히나 인류의 독보적 친구, 개와 동반하는 것만으로 심장병 재발률이 줄어들고, 고양이는 반려인에게 배우자가 주는 수준의 강력한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개나 고양이는 사람들의 돌봄 본능을 자극하여 스트레스를 낮추고 인간이 아기를 돌볼 때 분비되는 ‘사랑 호르몬(옥시토신)’이 분비되도록 한다. 후각과 청각이 사람의 수백 배에 이르며 신체 능력이 성인 남자 20~30명을 능가하는 개들은 사람 앞에서는 평생 천사 같은 어린아이가 되며, 뛰어난 균형감각과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고양이는 존재만으로도 영감과 안정감을 준다.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고립과 혐오, 갈등과 경쟁으로 피로한 세상에서 동물들은 안식처가 되어 주는 고맙고도 경이로운 존재들이다. 정말 반려동물들은 신이 베푼 선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깊이 있게 확장해야 하는 동물권 의식
동물들은 단지 인간의 언어로 말만 하지 못할 뿐, 고통과 불편함 같은 감각은 물론 기쁘고 슬픈 모든 감정을 느낀다. 보호자와 함께하는 산책을 기다리며 현관에서 기다리는 개, 현관을 들어서는 보호자의 다리를 휘감으며 기쁨을 표현하는 고양이를 보며 어찌 기대와 그리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동물들과 살아 본 사람들은 반려동물과의 의사소통이 상당 부분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이처럼 동물들은 정도와 방식만 다를 뿐 이 세상을 사람들처럼 느끼고 자기 행복과 안전을 위해 반응하며 상호작용하는 지각력 있는 존재(sentient beings)들이다. 동물이 지각력 있는 존재라는 개념은 1980년대부터 심화 확장된 동물행동학 연구의 결과다. 이는 1975년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 발간 이후 빠르게 발전하는 동물권 철학 논의의 과학적 근거로 강력한 힘을 가진다. 최근 영국에서는 갑각류나 문어와 같은 두족류가 명백히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며 동물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됨을 분명히 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동물복지나 동물권이 더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 동향과 비교하면 많이 뒤처져 있다. 특히 반려동물의 복지나 보호와 관련해서 법 제도는 물론 문화 사회적으로 반성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아직도 어떤 이들은 먹는 개와 반려하는 개가 따로 있다며 평생 철장에서 음식쓰레기를 먹고 살다 도살된 개들을 취식한다. 거리의 척박한 삶을 견뎌 내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혐오와 학대가 빈발한다. 여전히 우리 민법은 동물에게 책상이나 동물 인형과 동일한 ‘물건’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 동물들이 가족으로 오기까지의 과정, 가족으로 살아가는 모든 과정에서 우리 사회 동물권 의식과 동물들을 보호하는 법 제도는 여전히 그들을 지각력 있는 존재이자 삶의 동반자로서 존중하지도 효과적으로 보호하지도 못한다. 사람들은 일방적인 필요성에 의해 즉흥적으로 동물을 소비하고, 그 소비 심리를 이용하여 그들은 산업의 도구로 이용된다.
‘상품’으로 쇼윈도에 진열되는 현실
반려동물들은 불 밝힌 쇼윈도 유리 상자 안에 ‘상품’으로 진열된다. 상품성이 높아야 하므로 유행하는 품종이어야 한다. 소유와 보호본능을 더 효과적으로 자극하여 구매로 이어지도록 아기 동물이 진열된다. 이 아기동물도 사람의 아기와 마찬가지로 삶의 초반 어미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아야 하며 형제와 일상을 나눌 권리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사라진다. 아기 동물이 쇼윈도에 진열되는 동안 어미는 어두운 번식장 한 켠에서 다음 출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 구매가 불행한 어미 동물을 양산한다는 인과성도 애써 지워진다. 길고양이가 낳은 새끼들의 입양처를 찾지 못해 동물단체나 구조자들이 애쓰는 동안 고양이 집사를 꿈꾸는 누군가는 펫숍에서 유행하는 품종묘를 비싼 값에 구입한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어린이날 특별할인’ 등 동물을 판매하기 위한 판촉은 광고 마케팅을 통해 동물과의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파된다. 손바닥만 한 어리고 작고 예쁜 동물을 홀린 듯 구매할 때 이 동물이 앞으로 나와 20년을 가족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동물들은 우리와 하루하루를 함께 살며 희로애락을 나눌, 물건이 아닌 지각력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망가지고 싫증이 난다고 외면하거나 버릴 수 있는 인형이 아니며 최소 12년에서 최대 2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할 생명인 것이다.
반려동물들은 불 밝혀진 쇼윈도
유리 상자 안에 ‘상품’으로 진열된다.
상품성이 높아야 하므로
유행하는 품종이어야 한다.
소유와 보호본능을 더 효과적으로
자극하여 구매로 이어지도록
아기 동물이 진열된다.
이 아기동물도 사람의 아기와
마찬가지로 삶의 초반 어미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아야 하는 존재다.
동물들은 우리와 하루하루를 함께 살며 희로애락을 나눌,
물건이 아닌 지각력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망가지고 싫증이 난다고 외면하거나 버릴 수 있는 인형이
아니며 최소 12년에서 최대 2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할 생명인 것이다.
행복한 반려생활을 위한 수많은 검토 사항
동물들을 보살피는 일은 많은 기쁨과 유익을 준다. 하지만 다른 한편 막대한 시간과 정성 그리고 금전이 투자되어야 하는 복합적인 일이다. 개는 엄청난 신체적 욕구와 각자의 개성을 가진 동물로서 매일같이 산책과 운동 새로운 경험 등 행동 자극이 필요하다. 개를 키우면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이 어려울 만큼 개들은 신체적 정서적으로 보호자와 밀착된다. 그들은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짖음이나 파괴 행동으로 우리를 힘들게 할 수 있으며 이런 문제들이 일단 발생하면 교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지 모른다. 고양이는 개보다 키우기 쉽다고 알려졌지만 돌봄의 내용만 다를 뿐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고양이들에게는 독립적이고 따뜻하면서 조용한 공간이 필수적인 한편 실내에서만 살아도 지루하지 않도록 바깥을 관찰할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 사냥 본능의 충족을 위해 다양한 놀잇감과 놀이 시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고양이는 털이 많이 빠지는 동물임을 잊어선 안 된다. 털이 좀 있어도 괜찮고 청소기를 여러 번 돌리게 만들어도 고양이가 마냥 사랑스럽지 않다면 ‘나만 없어 고양이’를 고수하는 게 좋다.
이 외에도 개나 고양이와의 행복한 반려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과 검토 사항들은 많다. 질병이나 부상 혹은 노령 등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을 개, 고양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겪는다. 동물이 아플 때는 사람이 그렇듯 의료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보통 동물병원은 의료보험이 매우 잘 되어 있는 사람들의 병원보다 문턱이 높다. 큰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접종과 사상충 등 중증 질환 발생을 막기 위한 정기적 구충 또한 빼 놓아선 안 된다. 책임 있는 평생 돌봄과 재정과 시간 여건을 고려하여 반려동물이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도록 불임수술을 해 주는 것도 필수다. 특히나 고양이의 경우 발정 스트레스가 심하고 외부로 탈출할 위험마저 있어 고양이에게 불임수술은 선택 사항이 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단지 보호자의 단순 변심이나 무책임으로 버려져 보호소에서 차가운 주사 한 번에 생을 마감하는 많은 동물들이 있다. 펫숍 구매가 아닌 20년 장기 계획을 한 보호자들만이 반려동물을 키웠더라면 이런 무의미한 죽음과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동물과의 행복한 반려생활을 꿈꾸고 있다면, 먼저 질문해 보자. “나는 동물에게 평생의 반려인으로 선택될 수 있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