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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고운 결 따라
피어오르는 진한 열정
원목도마 만들기 체험
나무만큼 우리에게 가깝고 친숙한 소재가 또 있을까? 자연 그대로의 목재를 이용한 도마 만들기 체험에 IBK人들이 나섰다. 나무의 그윽한 향과 섬세한 결을 느끼며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한 시간이었다.writing. 임지영 photograph. 김범기
숲으로 소풍 온 것처럼 나무 향 가득한 공방
소소한 맛집과 공방들이 모인 영남대 인근의 골목길. 오랜만에 내린 봄비에 싱그러운 향기로 가득한 한낮, 목공 체험공방 우드너에 들어서는 부녀의 얼굴이 환하다. 구미4공단지점 김원경 차장과 12살 나현 양이다. “큰 아이와 올까 하다가 나현이가 공예에 소질도 있고 관심도 더 많은 것 같아 나현이랑 왔어요. 오늘 체험을 통해 부녀지간의 정을 쌓고자 해요.” 아빠의 멘트가 조금 오글거렸는지 나현 양이 눈을 흘긴다. “그래, 알았어 미안.”
아빠의 눈치 빠른 사과(?)를 받아들이며 나현 양이 말한다. “아빠, 나도 내 도마 만들고 싶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도마를 만들 거야.”
잠시 후 에너지 넘치는 웃음소리를 달고 미녀 삼총사가 들어선다. 대학 동창이자 입사 동기, 지금은 IBK의 ‘찐친’이된 대구경북동부지역본부 황연정 대리와 경산공단지점 김미성 대리, 성서공단희망지점 정수하 대리다. 오늘 이들이 도전할 체험은 원목도마 만들기. 목공방을 가득 채운 깊고 그윽한 나무 향기가 기대감을 높인다.
“눈을 감고 맡으니 꼭 숲에 소풍 나온 것 같아요.” 피톤치드 향을 음미하던 정수하 대리가 눈을 감고 말한다. 가슴 구석 구석까지 시원한 피톤치드가 스미는 것 같다.
어서 와, 이런 도마는 처음이지?
일일목수로 변신해 원목도마를 만들 IBK人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미션은 ‘수종 선택’. 월넛부터 캄포, 오크, 메이플, 편백나무, 느티나무까지 다양한 수종이 마련되어 있다.
무늬를 비교해 보거나, 코를 대고 가까이에서 향을 맡거나, 무게를 가늠하는 등 선택의 기준은 모두 제각각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된 것은 진심을 다해 고르는 마음일 것이다. 닥스훈트를 키우는 김미성 대리는 닥스훈트의 빛깔을 닮은 월넛 플레이트를,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황연정 대리는 느티나무 플레이트를, 나무가 주는 묵직한 느낌을 좋아하는 정수하 대리는 오크 플레이트를 고른다. 김원경 차장과 나현 양은 메이플과 월넛 플레이트를 선택한다. 월넛이 컬러와 결이 예뻐 인테리어 효과가 뛰어난 재료라면, 오크와 메이플은 원목이 단단하고 밀도 있어 내구성이 좋은 재료다.
각자 고른 원목 플레이트 위에 연필과 지우개를 이용해 자신이 만들 도마의 밑그림을 그린다. 모서리를 최대한 잘 활용하라는 강사의 조언에 김원경 차장과 황연정 대리, 정수하 대리는 크기와 각이 살짝 다른 전통적인 도마를 디자인한다. 이들이 기존의 ‘도마 공식’에 따랐다면, 닥스훈트를 스케치한 김미성 대리와 구름을 그린 나현 양은 철저히 개성을 따른 쪽이다. 나현 양의 스케치를 들여다보던 김원경 차장이 환히 말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도마가 이거였구나? 나현이표 구름도마!”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5인5색’ 도마
스케치를 가장 먼저 끝낸 황연정 대리가 자신 있게 원목 플레이트를 들고 재단기로 향한다. 실용성에 디자인까지 겸비한 느티나무 도마를 선택한 그는 밴드쏘(band saw, 기다란 띠 모양의 톱날을 사용하는 장비)에 직접 원목을 넣어보더니 “생각보다 훨씬 잘 잘리네요!”라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가위로 종이를 자르듯 두툼한 원목이 쉽게 재단되는 게 놀랍기만 하다. 손잡이 부분의 곡선을 재단할 때는 인정사정없이 내달리는 톱날에 “어어어~” 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기도 하지만 그는 끝까지 용감하게 손을 놓지 않는다.
스케치를 마친 김원경 차장과 나현 양도 도마를 재단한다. 나현 양의 구름 도마는 곡면이 많아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는 최고 난이도의 작업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강사가 큰 면적은 분할해서 재단하는 게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비결이라고 귀띔해 준다. 재단되며 나는 소리가 시끄러운지 귀를 막으면서도, 나현 양의 눈은 밴드쏘의 전동 톱날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다음 타자로 나선 정수하 대리는 오크 도마를 재단한 후 드릴링 머신을 이용해 손잡이에 걸이용 구멍을 낸다. 드릴링 머신이 굉음을 내며 서너 번 손잡이를 관통하자 프랑스 프로방스나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주방에서 봄직한 걸이용 도마의 그것같은 넉넉한 구멍이 완성된다. “와! 생각보다 멋진데?” 한 손에는 도마를,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인증샷을 찍는 정수하 대리의 미소에는 뿌듯한 기쁨이 배어 있다.
나무를 문지르고 닦으며 발견한 창조적 열정
거친 목재가 주방의 필수 도구인 도마가 되려면 ‘사포질’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드블록을 감싼 사포를 손에 쥐고 3단계에 거쳐 문지르는 작업이 시작된다. 1단계에서는 거친 면을 깎아 주는 사포를, 2단계에서는 중간 정도 텍스처의 사포를, 3단계에서는 가장 부드러운 촉감의 사포로 표면을 매끄럽게 해 준다. “쓱!싹!쓱!싹!” 김원경 차장은 강력하고도 강렬한 사포질을 힘 있게 선보인다. 그 옆에서 나현 양은 평화로운 표정으로 천천히, 꼼꼼히 문지른다.
조금 전까지 열심히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의 도마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던 황연정 대리와 김미성 대리, 정수하 대리는 각자의 사포질에 집중하는 데 여념이 없다. 침묵 속에 쓱싹쓱싹 사포 5중주가 이어진다.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 김원경 차장에게 김미성 대리가 웃으며 답한다. “30분만 땀을 흘리면 앞으로 10년은 쓸 수 있잖아요. 힘들어도 그만한 가치가 있어요.” 사포질을 마친 도마에 각자 우드버닝 펜을 이용해 각인을 하고 도마 전용 오일을 골고루 펴 바른다. 김미성 대리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반려견의 모습을, 나현 양은 웃는 표정을, 황연정 대리와 정수하 대리는 작은 이니셜을 새긴다. 도마를 꺼낼 때마다 특별했던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윽한 향부터 섬세한 결까지 오감으로 나무를 느끼는 동안 긍정 에너지가 생성된 덕분일까. 오늘 목공 체험에 나선 IBK人들은 평범한 나무가 개성 있는 도마로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창조적 열정으로 가득한 하루를 경험했다.
우리도 나무처럼 올곧게 뻗어 갔으면
손수 만든 원목도마는 인테리어 효과도 있지만 천연 재료라 항균력도 강하고 위생적이다. 플라스틱 도마와 비교하면 칼날의 손상도 줄여 주기에 일석이조다. 실용성과 장식성을 놓고 김원경 차장과 나현양은 좀 전부터 내기 중이다. “엄마는 분명 아빠 도마를 더 좋아할걸?” “아닐걸? 엄마는 내가 만든 구름 도마를 더 마음에 들어 할 거야.”
정수하 대리는 도마를 만든 김에 오늘부터 요리에 도전하겠노라고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김미성 대리는 반려견 ‘봉자’를 꼭 닮은 도마 위에서 ‘봉자’를 위한 건강 요리를 준비할 생각이다. 황연정 대리는 나무 향을 맡고 사포질을 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었다며 다음에도 목공 체험을 하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한다.
그윽한 향부터 섬세한 결까지 오감으로 나무를 느끼는 동안 긍정 에너지가 생성된 덕분일까. 오늘 목공 체험에 나선 IBK人들은 평범한 나무가 개성 있는 도마로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창조적 열정으로 가득한 하루를 경험했다. IBK人들의 내일을 향한 열의가 나무 향처럼 진하게 피어오르는 오늘. 이들은 하나 되어 똑같은 다짐을 나눈다.
“나무의 올곧게 뻗어가는 성정, 세월 따라 부드러워지는 결을 본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