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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연을 간직한 찬란한 변신,
정선
풍성한 자연 속 석탄 산업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정선. 이제 석탄은 사양 산업이 되었지만정선은 그 기억을 잊지 않는다. 특별한 발상으로 소중히 간직하며, 곳곳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writing. 편집실 photograph. 정선군청, 한국관광공사
- 정선 전경
구불구불 고갯길에서 만나는 한반도 지형
굽이굽이 깊은 산에 둘러 싸여 있는 정선. 그래서 어느 곳에서나 풍채 좋은 산의 위용을 만날 수 있는데, ‘산 좋고 물 좋은 곳’은 바로 정선을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자연의 맑은 기운으로 가득한 정선에는 특별한 여행지가 가득하다.
그 시작은 바로 한반도 지형을 닮은 밤섬이다. 동강이 밤섬을 말발굽 모양으로 휘감아 돌면서 비경을 자아내는데 해발 585m 위에 있는 병방치 스카이워크에서는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뱅뱅 도는 산길 고개’라는 뜻의 ‘병방치’ 는 정선의 귤암리 마을 주민들이 읍내에 있는 오일장을 가기 위해 넘었던 고갯길이다. 이제 고갯길은 모두 도로로 포장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구불구불한 길에 차를 타고 오르다 보면 당시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험준한 산길을 오갔을지 자연히 체감하게 된다. 이제는 ‘힐링’의 여행지가 된 이곳이 옛 사람들에게는 삶의 현장이었다. 변함없는 모습으로 간직되어 있기 때문일까. 정선에서는 자연을 매개로 어제와 연결된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그 속에서 스카이워크의 아찔한 재미와 짚와이어 등 액티비티의 즐거움까지 누리다 보면, 정선은 좀처럼 단순한 여행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한반도 지형을 닮은 밤섬
인심으로 배부른 정선아리랑시장
오일장 하면 정선, 정선 하면 오일장이다. 오일장의 대표주자로도 손꼽히는 정선아리랑시장은 매월 2, 7일마다 열리고 그 명성에 걸맞게 매주 토요일에는 주말장이 열린다. 정선아리랑시장은 기차로도 갈 수 있는데,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아우라지행 정선아리랑열차(A-train)을 이용하면 된다. 현재는 철도 시설 공사로 인해 잠시 운행이 중단된 상태이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운행을 재개할 것이라는 기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오랜만에 기차 여행이라는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이 열차에 몸을 실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것이다.
정선아리랑시장에는 다양한 특산물이 가득하다. 곤드레의 고장에 왔으니 곤드레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움직이는 것을 추천한다. 깊은 산속에서 억센 바람을 맞으며 자랐기 때문일까, 곤드레는 가볍지만 영양이 꽉 찬 산채다. 특히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해서 밥으로 먹을 때 제대로 된 ‘밥심’을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콧등치기국수, 감자옹심이, 묵사발, 수수부꾸미 등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니 식도락 여행으로도 제격이다. 시장은 저녁 6시에 파장한다. 배불리 먹으며 장터를 누비다 보면 곧 해거름이 찾아온다. 정선아리랑시장을 감싸 흐르는조양강 너머 조양산까지 시간에 물드는 이때, 자연이 손에 닿지 않을 만큼 멀어지는 것만 같은 순간, 장터의 활기는 한순간의 추억이 된다. 그러나 우리의 양손에는 정선의 특산물이 두둑이 있다.
- 곤드레 밥
- 병방치 스카이워크
- 정선아리랑시장
- 삼탄아트마인 레일바이 뮤지엄
- 나전역카페
문화예술을 가득 품은 삼탄아트마인
변함없는 자연이 있고, 흥겨운 장터가 있는 정선에는 남다른 매력을 가진 여행지가 또 있다. 바로 삼탄아트마인이다. 1964년부터 38년간 운영된 탄광시설을 복합문화예술단지로 되살린 이곳. 정선만의 고유한 역사에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멋진 문화유산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본관인 삼탄아트센터는 삼척탄좌 시절의 사무공간과 공동 샤워실, 화장실, 운전실 등을 갤러리와 전시실로 탈바꿈시켰다. 당시의 시설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여기에 예술을 접목한 까닭에, 과거와 오늘이 의미 있게 만난다. 삼척탄좌의 석탄을 집합 및 운반하던 곳은 레일바이 뮤지엄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였다.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되거나 예술가의 퍼포먼스 촬영으로 공간이 활용되면서 당시 국내 최대 시설을 갖추던 이곳에는 이제 예술의 향기가 퍼지고 있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광부들은 막장이라는 어둠 속에서 세상의 불을 밝히는 석탄을 캐었다. 비록 그들의 노고는 빛을 받지 못했지만, 삼탄아트마인의 갤러리와 체험 공간 속에서 늦게나마 다시 이야기되고 있다.
새로운 역사가 된 나전역카페
끝으로 소개할 곳은 나전역카페다. 나전역카페가 있는 북평면은 석탄 산업의 호황기에 7천 명이 넘는 주민이 살던 곳이었다. 그런데 석탄이 사양 산업이 되면서 많은 이들이 이곳을 떠나게 되었고, 정선선이 다니던 나전역은 점차 그 의미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오래전 정선역과 아우라지역을 잇던 나전역은 열차가 서지 않는 폐역이 되었지만, 2015년 카페로 화려한 변신을 맞이하였다. 국내 1호 간이역 카페가 된 이곳은 시간과 추억을 담은 역사(驛舍)를 개조해 새로운 역사(歷史)가 되었다.
당시 주민들은 떠났으나 이제 새로운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모든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기에 잃어버렸던 역사의 활기를 나전역카페가 되찾은 셈이다. 나전역카페의 대표 메뉴는 곤드레크림커피다. 우유, 에스프레소, 곤드레크림이 층층이 쌓인 이 커피 한 잔에는 풍성한 맛이 가득하다.
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기 때문일까, 정선에는 정선만의 고유함이 있다. 이를 지우기보다는 생각의 전환과 발상의 확대를 통해 개성으로 만들어 낸 이곳. 그래서 정선은 특별하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