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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여행’ 제대로 즐기자!
도심 속 나들이 명소 가득한
‘서울’- 글 송일봉(여행작가)
- “햇빛처럼 찬란히 샘물처럼 드맑게 / 온 누리 곱게 곱게 퍼지옵소서 / 뜨거운 박수로 축하합니다 /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학창 시절에 생일을 맞은 친구를 위해서 불러주던 축하 노래다. 예전에는 친구들의 축하 노래만 들어도 뿌듯했던 적이 있었다. 참으로 모든 일상이 소박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생일을 즐기는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아무리 ‘진심’이 담겼다 해도 노래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뭔가 색다른 생일을 맞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생일을 즐기는 여러 이벤트가 있겠지만, 서울 시내에 있는 명소들을 거닐면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큰 부담 없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생일 여행지’를 소개한다.
경복궁 ★ 느린 걸음으로 궁궐을 거닐다
경복궁을 둘러보는 데는 특별하게 정해진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겹치지 않게 미리 동선을 정해놓으면 탐방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먼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출발해 흥례문, 연제교, 근정문, 근정전을 지나 사정전까지 간다. 여기까지가 경복궁의 외전에 해당되는 구역이다. 그다음 내전인 강녕전, 교태전, 자경전 등을 둘러본 후 경회루를 둘러보면 된다. 현재 향원정은 공사 중이라 관람을 할 수 없다.
광화문에서 흥례문과 연제교, 근정문을 지나면 근정전 앞마당인 조정에 이르게 된다. 근정전 안에서는 왕을 상징하는 일월오악도와 함께 황금색 칠조룡을 찾아볼 수 있다.
경복궁의 내전은 왕과 왕비의 침전이 있는 곳으로 왕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근정전에서 향오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강녕전은 왕의 침전이다. 강녕전에서 다시 양의문을 통과하면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이 나타난다. 교태전 뒤뜰에는 인공으로 만든 아미산과 육각기둥의 멋진 굴뚝이 있다. 교태전 근처에는 헌종(조선 24대 왕)의 어머니인 신정왕후를 위해 흥선대원군이 지어준 자경전이 있다.
이른 봄날. 교태전과 자경전 뒤뜰에는 새하얀 앵두꽃이 만발한다. 이들 앵두나무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왕세자 시절의 문종(조선 5대 왕)은 경복궁 곳곳에 앵두나무를 심어 애지중지 보살폈다. 그리고 앵두가 익으면 아버지 세종(조선 4대 왕)에게 드릴 앵두를 직접 챙겼다. 이 같은 일화 때문인지, 아니면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교태전과 자경전 뒤뜰에는 몇 그루의 앵두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근정전과 함께 경복궁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경회루는 왕과 신하들이 연회를 베풀거나 사신들을 위해 연회를 베풀던 장소다. 경회루는 본래 연못 주위에 높은 담이 있어서 늦은 밤에도 왕이 산책을 즐기기도 했던 곳이다.
-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과 해태상
- 경복궁 향원정
석파정 ★ 한적한 벤치에서 ‘사랑의 밀어’를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인왕산 북동쪽 계곡의 바위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한때 ‘한양 제일의 정원’으로 손꼽히던 석파정은 현재 서울미술관 후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서울미술관을 통해서만 석파정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석파정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물은 사랑채다. 이 사랑채 옆에는 멋진 노송 한 그루가 자라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수령 650년 정도로 추정되는 이 노송에는 ‘천세송’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천세송 옆에는 작은 계곡과 함께 조붓한 산책로인 ‘물을 품은 길’이 이어져 있다. 이 산책로를 따라서 조금만 걸어가면 다소 이국적인 형태의 정자인 ‘석파정’을 만날 수 있다.
석파정은 당시 최고의 석재와 목재를 사용해서 지었다. 정자로 진입하는 작은 돌다리, 기둥의 이색적인 문양, 그리고 바닥을 나무가 아닌 화강암으로 마감한 것이 특징이다.
정자를 지나 조금 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석파정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너럭바위를 만나게 된다. 큰 바위 절벽인 너럭바위에서는 코끼리 형상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기도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바위다. 그래서 정식 명칭은 ‘너럭바위’지만 ‘소원바위’ 또는 ‘행운바위’라고 불리기도 한다.
너럭바위에서 석파정 입구로 내려올 때는 반대편 산책로인 ‘구름길’을 걸으면 좋다. 구름길은 돌계단이 많은 곳이지만 비교적 탐방객들의 발길이 적은 곳이라 한적해서 좋다.
산책로 곳곳에 있는 벤치는 ‘사랑의 밀어’를 나누기에 좋다.
덕수궁 돌담길 ★ 팔짱을 끼고 걸어도 어색하지 않은 길
서울시 중구 정동에 있는 덕수궁은 ‘조선 4대 궁궐’ 가운데 하나다. 근처에는 서울특별시청, 서울시립미술관, 주한 영국대사관 등이 있다. 아울러 덕수궁은 우리의 전통건축물과 서양식 건축물들이 한 공간에 있는 특별한 궁궐이기도 하다.
덕수궁하면 아마도 ‘덕수궁 돌담길’이라는 대중가요를 금세 떠올릴 것이다. 덕수궁을 둘러싸고 있는 그 돌담길은 지금도 잘 있다. 하지만 ‘덕수궁 돌담길’은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도 같았던 구한말과 대한제국 시절에는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1896년에 발생한 ‘아관파천(我館播遷)’이다. ‘아관파천’이란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1895년) 이후에 고종이 신변안전을 위해서 주한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한 일을 말한다. 당시 고종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서 주한 러시아공사관으로 이동했다.
‘덕수궁 돌담길’은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을 출발해서 덕수궁길, 정동교회 앞, 영국대사관 등을 거쳐 대한문까지 이어지는 멋진 산책로다. 이 돌담길은 젊은 연인들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서울한양도성 낙산구간 ★ 서울 한가운데서 달구경을 하다
한양도성은 조선 시대 초기에 궁궐이 있는 한성부를 지키기 위해서 조성한 방어시설이다. 서울의 ‘내사산(內四山)’인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 등을 연결한 18.6km의 성곽이다. 현재 한양도성은 백악구간, 낙산구간, 흥인지문구간, 남산구간, 숭례문구간, 인왕산구간 등 모두 6개의 구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가운데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혜화문에서 종로구 종로6가에 있는 흥인지문까지 이어지는 낙산구간이 비교적 인기가 많다.
볼거리가 많고 근처에 대학로가 있기 때문이다. 한양도성 낙산구간의 거리는 2.1km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나오면 오른쪽 언덕 위에 한양도성의 4소문 가운데 하나인 혜화문이 있고 맞은편에 낙산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이 있다. 나무계단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성벽 바깥쪽에 순성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구간에서는 성곽의 모습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장수마을을 지나 오른쪽에 자그마한 암문이 나타난다. 이 암문을 통과하면 곧바로 낙산공원 놀이광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놀이마당 근처에는 낙산 정상이 있다. 이곳에서는 서울의 전경과 함께 남산과 북한산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낙산 정상에서 달구경도 할 수 있다.
북촌 & 서촌 ★ 닮은 듯 서로 다른 두 동네
서울 종로구의 북촌은 창경궁과 경복궁 사이의 야트막한 언덕에 있는 도심형 한옥마을이다. ‘북촌’이라는 이름은 “마을이 청계천과 종각 북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궁궐과 가까워 예전에는 고관대작들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서는 외국 여행자들도 많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었다.
북촌은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 무렵, 민족운동가인 정세권(1886~1965년) 선생에 의해 조성되었다. 그는 북촌 일대의 대저택들을 구입한 후, 그 땅에다 중산층이나 서민들이 생활하기 편한 작은 개량 한옥들을 촘촘하게 지어 분양했다. 현재 북촌에는 창덕궁, 원서동 공방길, 삼청동 돌계단길, 가회동 골목길, 감고당길, 고희동 가옥 등과 같은 명소들이 있다.
서촌(세종마을) 역시 최근 들어 서울의 관광명소로 유명해진 곳이다. 인왕산을 끼고 있는 ‘서촌’이라는 이름은 “경복궁 서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서촌에 속한 법정동으로는 누하동, 옥인동, 통인동, 통의동, 체부동 등이 있다.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는 북촌과 서촌은 그 모습이 조금 다르다. 북촌은 고관대작들이 살았던 곳인데 비해 서촌은 의관이나 역관(통역관), 화원, 악공 등 주로 중인들이 살았던 곳이다. 골목길도 북촌보다는 서촌이 좁고 구불구불한 편이다. 서촌의 주요 명소로는 박노수미술관, 통인시장, 대오서점, 소설가 이상의 집터, 윤동주 시인의 언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