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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용 파티 플래너

    파티 안에서
    진짜 삶을 만나다

    • 이경희
    • 사진 김범기
  • 파티이벤트 컨설팅 전문업체인 리얼플랜의 대표, 한국파티이벤트협회 설립자이자 회장인 이우용 파티 플래너는 대한민국 파티문화를 선도한 1세대 파티 플래너이다. 특별한 사람들만이 즐기는 화려한 여흥이 아닌, 다양한 메시지와 의미로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그를 만나 우리 시대의 ‘파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리의 파티를 시작하다

늦은 여름 저녁 어느 날,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형광고기획사 직원들이 삼삼오오 회사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다. 옥상의 밤하늘 아래 유독 눈에 띄는 주황색 포장마차들. 알전구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호프데이라는 이름으로 1년에 두 번씩 옥상에서 임직원들이 모여 행사를 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희에게 의뢰가 들어왔어요. 직원들은 재미없어하고 참여율은 점점 떨어진다, 임원들과 직원들이 한데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던 본래 취지에도 한참 멀어졌다, 방법을 찾아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우용 대표는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편한 분위기’에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즐겨 찾는 포장마차를 테마로 잡았다. 직원들은 회사 옥상에 마련된 포장마차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동료, 선후배는 물론, 평소에는 어려워 말 건네기도 어려웠던 상사들과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섞고 대화를 나누었다. 반응은 당연히 뜨거웠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랐던, 이우용 대표가 만든 ‘파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우용 대표가 리얼플랜을 설립한 건 2004년 대학을 졸업한 직후였다. 파티문화가 막 태동하던 시기로, 파티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부족하고 인식은 별로 좋지 않았던 시기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외국인이나 유학생들이 한국에 들어와 카페나 클럽을 대관해서 파티를 여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런데 이걸 두고 난잡한 파티를 즐겼다, 이런 식의 언론보도가 흘러나오면서 파티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죠.”

예측불가능한 파티가 주는 즐거움을 만들다

사업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회사를 설립한 뒤 ‘구경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참가자들이 진짜 참여할 수 있는 파티를 만들어보자’고 기업에 제안서를 보내면 처음에는 반가워했지만 이내 파티와 이벤트의 차이가 뭐냐고 물어왔다. 처음에는 이우용 대표도 차이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기업과 지자체, 기관의 파티를 주관하고 책을 쓰면서 파티에 대해 정의를 보다 선명하고 명료하게 내릴 수 있었다.
“파티는 그 안에 반드시 사교가 있어야 하고 상호간 교류가 있어야 합니다. 또 그 안에서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통한 비즈니스가 있어야 해요. 놀고먹는 것처럼 보여도 교류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파티는 사교와 함께 온라인·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비즈니스의 장입니다.”
크고 작은 다양한 파티를 기획하고 수많은 파티 플래너를 양성해온 이 대표지만 이 모든 여정에는 흔들리지 않는 그만의 철학이 있었다.
“예측가능한 파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파티의 테마, 주제의 설정은 굉장히 중요해요. 주제라고 하면 공간을 꾸미는 것만 생각하는데 시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이 파티 주제에 맞게 편성되어야 합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전하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나는 이렇게 놀아야겠다고 스스로 알게끔 하는 거죠.”
이 대표는 파티 플래너, 라는 콩글리시 같은 단어가 해외로 역수출된 사례를 이야기하며 대한민국 특유의 국민성, 즉 까다롭고 예민하며 소극적인 동시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지는 특성 역시 국내 파티, 행사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 일조했다고 밝혔다.

파티 플래너, 사람에 대한 존중이 기반이다

유능한 파티 플래너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 요건이 필요할까?
“파티 플래너하면, 보통 기획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저는 진정한 창의력이라는 건 없다고 봐요. 세상에 이미 수많은 정보가 있고 중요한 건 자기가 알고 있거나 느낀 걸 기반으로 조합하고 융합하는 거죠. 주제를 잡기 위해서는 먼저 참가자들에게 큰 관심을 갖고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 파티에 필요한 수많은 스태프들과 외주 작업자, 섭외해온 분들을 잘 관리하는 것 중요한데 이 또한 사람을 좋아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잘 할 수 없는 일이에요. 파티 플래너의 자격은 사람에 대한 존중, 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우용 대표는 지금껏 수많은 고객들 만족하는 인상 깊은 파티를 주최해 왔다. 로하스 파티를 열어 200명의 참가자들 중 무려 50명에게 각막기증서에 사인을 하게 했고, 대규모 기업 핼러윈 파티를 열어 임직원들은 물론, 초대한 가족과 친지들에게까지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 가족애와 동료애를 느끼게 했다.
인터뷰 중 이우용 대표에 IBK기업은행 60주년 파티를 의뢰해보았다. 그는 이내 “4차산업을 주제로 파티를 만들고 싶다”고 답을 내놓는다.
“IBK기업은행이 청년가 사업가, 기획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고 공생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4차산업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라면, 은행 임직원들과 청년사업가, 기획자들을 초대해서 파티 안에 메타버스, 결제시스템, 전기전자, ESG 시스템 등 지금 경제분야의 트렌드를 다 넣어 진행할 거예요. 대한민국의 발전은 IBK기업은행과 함께 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 이우용 대표는 또 다른 길을 찾고 있다. 스트리밍, 언택트, 메타버스가 점점 활성화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마무리되어도 대면과 비대면 행사가 양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온라인 행사도 적극적으로 염두에 둬야 합니다. 온라인 행사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고 SNS나 링크 공유를 통해서 더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보다 다양한 방법론을 수용함으로써 파티 문화 역시 그 영역이 더욱 넓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이우용 대표가 ‘우리 삶에 파티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으로 이야기를 맺는다.
“인간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며 유희적인 동물입니다. 재밌게도 이 말들은 ‘파티’라는 단어 안에 전부 내포되어 있어요. 파티는 특별한 순간에 필요한 게 아닌, 우리 삶에 언제나 있어야 하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시지와 진정성을 담은 파티를 통해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과 의미, 즐거움을 선물해온 이우용 대표, 그의 얼굴에는 행복을 전달하는 매개자이자 교육자로서의 긍지와 책임감이 가득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나도 파티 플래너! 더 즐거운 파티를 열고 싶다면?
파티의 테마를 명확히 정하라

홈파티, 생일파티, 크리스마스파티, 기념일파티... 파티는 이제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흔하디 흔한 파티 안에서 좀더 특별한 파티를 즐기고 싶다면 테마를 먼저 정확하게 잡아야 한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영화 호러물이 히트했다면 소주제로 ‘호러’를 잡을 수도 있고 돌잔치 때 훗날 내 아이가 영웅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어벤저스’를 테마로 잡을 수도 있다. 트렌드나 이슈를 주의깊게 살피고 거기에 걸맞은 주제를 잡는다면 한층 다채롭고 즐거운 파티를 열 수 있다.

테마를 잘 살릴 수 있는 컨텐츠를 고민하라

주제를 설정했다면 컨텐츠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ESG를 주제로 잡았다고 생각해보라.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파티라면 그에 따른 데코레이션이나 스타일링이 여타 파티와 달라야 한다. 또 우리끼리만 파티를 즐기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올라가는 사진, 영상까지 염두에 두고 스타일링을 해보라. 요즘은 필요한 소품이나 장식품들을 정말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조금만 생각하고 찾아보면 누구나 충분히 공간을 스타일링하는 데코레이션 전문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