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 IBK기업은행 윤종원 은행장

    결승 앞둔 ‘여자바둑 마스터스’의
    든든한 조력자

    • 편집실
  • 한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 마스터스’가 오는 9월 결승전을 앞두고 치열한 접전 중이다. 이번 대회는 여자바둑계 최대 상금 규모로 바둑을 좋아하는 애기가(愛棋家) 사이에서 단연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바둑대회를 창설한 이유는 비인기 스포츠 종목 후원과 꿈나무 육성 차원의 유망선수 지원 방침에 따른 것이다. 윤종원 은행장은 이번 대회가 바둑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바둑에 대한 오래된 애정을 전한다.
비인기 스포츠의 가능성을 키우다

IBK기업은행은 비인기 스포츠에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계속해 왔다. 지난 2011년에 여자 프로배구단인 ‘알토스배구단’을 창단해 당시만 해도 남자프로배구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하던 여자프로배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여자프로배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기 겨울 스포츠로 꼽힌다. 이 뿐만이 아니다.
1977년 ‘IBK기업은행 사격단’을 구성해 꾸준히 후원해 온 결과, 이번 도쿄올림픽에 송종호·김보미·추가은·곽정혜 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여자배구 선수단으로는 김수지(센터), 김희진(라이트), 표승주(레프트)가 참가한다. 이처럼 IBK기업은행은 가능성 있는 기업을 발견하고 발전을 견인하는 것처럼 스포츠에 있어서도 남다른 안목을 발휘해 빛나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있다. 다음은 윤종원 행장과의 일문일답.

Q. 기업은행이 바둑과 손을 잡은 것은 처음인 듯싶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 최고를 다투고 있는 바둑 종목에 후원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바둑은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한 멘탈 스포츠면서도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피지컬한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기업은행이 바둑과 첫 연을 맺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Q. 첫 바둑대회로 여자 개인전을 선택했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1970, 80년대에는 바둑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현재는 바둑 저변이 그렇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남자 바둑은 ‘신공지능’이라 불리는 신진서, 박정환, 신민준 선수 등이 있어 선수층이 두터운 편이지만 여자바둑은 힘든 상황이에요. 지난번에 최정 선수를 만났을 때 여자 선수들 중에 경제적으로 어려워 투잡을 하는 분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여성 바둑의 저변이 넓어지고 미래의 최정 선수가 나올 수 있는 튼튼한 발판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Q. ‘신공지능’이란 신진서 九단 별명을 아시는 걸 보면 바둑에 관심이 많으신 듯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가 바둑 2급 실력의 애기가(愛棋家)셨습니다. 처음에는 아버지로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바둑실력이 크게 성장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당시 1980년에 휴교로 집에 머물던 차에 바둑책을 사서 한 판 한 판 놔보았습니다. 바둑 마니아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일본 고서(古書) <명인전전집(名人戰全集)>인데요. 지금까지 책장에 꽂혀 있더라구요. ‘면도날’이라 불리던 사카다 九단, ‘우주류’ 다케미야 마사키 九단 등 고수들의 기보를 따라하고 있자면 마음이 참 편안해지곤 했습니다.

그는 바둑의 매력을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한 ‘멘탈’ 스포츠면서도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피지컬’ 스포츠라고 꼽는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바둑의 세계로 빠져들면 평정심을 찾고 해법을 발견하게 된다고.

윤종원 은행장이 바둑 마니아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일본 고서(古書) <명인전전집(名人戰全集)>을 펼쳐들고 웃고 있다.
Q. 좋아하는 기사가 있습니까.

요즘엔 최정 선수, 문민종 선수의 공격적인 스타일이 재미있습니다. 마치 현역 시절 이세돌 선수를 보는 것 같지요. 보는 입장에서 참 재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하는 기풍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싸움바둑이 재밌지만, 옛날 애기가 중 이창호 九단 팬 아닌 사람이 있었습니까. 그때는 돌부처같이 두텁고 진중한 바둑을 좋아했습니다. 한결 같은 모습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그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2008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웠을 때였습니다. 어떠한 정책 기조로 위기에 대응할지 방향을 정하고 기자들에게 설명할 때 ‘지금은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바둑으로 치면 두텁게 두어야 할 때’라고 인터뷰 했던 기억이 납니다.

Q. IBK기업은행이 어떤 연유에서 바둑 후원을 결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IBK기업은행의 기본적인 스포츠 후원 기조가 비인기 종목을 후원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골프 같은 인기 종목은 잘 후원하지 않고요. 여자배구나 사격처럼 저변이 얕거나 유망선수, 꿈나무 육성에 초점을 맞춰 지원을 결정하곤 합니다. 스포츠들은 각기 다 장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좋은 종목들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Q. 바둑계는 알파고(AlphaGo) 등장 이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바둑계에서 AI(인공지능)의 등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인공지능은 세상의 모든 면들을 바꾸고 있습니다. 은행에서도 인공지능을 통해 여러 업무들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요. 바둑도 인공지능이 들어오면서 사람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절예(絶艺·중국 AI)’나 ‘카타고(kataGo·미국 AI)’등 최상위 레벨의 바둑 AI가 제시하는 수를 보고 있자면 ‘과연 사람이 둘 수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결국 바둑은 사람이 두는 것입니다. 변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문제들에 연연하기보단, 인공지능이 제시하고 있는 수들을 활용해 또 다른 새로운 길을 배우고 개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Q. 이번 대회에서 아마추어에게 문호를 개방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대회를 만들면서 바둑을 공부하는 많은 여자 선수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비록 프로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되길 바랍니다. 사실 우승 상금을 더 높일까 생각도 해봤는데, 우승 선수 외에 다른 선수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조금 두텁고 포용적인 대회를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기력(棋力)이 높으신 만큼 안목도 남다르신 듯한데요. 행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바둑의 장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집중력과 논리적 사고를 향상시켜주는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바둑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승리를 탐하게 마련이지만 단계가 올라가면 관조(觀照)를 배울 수 있거든요. 높은 산에서 세상을 바라보듯 반상을 살펴봐야 작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물 흐르듯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돌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사석작전’은 배울 점이 많습니다. 현실에서는 작은 이득 때문에 대세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특히 신진서 선수의 사석작전은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신진서 선수의 국면 판단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인데요. 혹시 바둑의 그런 면을 현실에서 적용하는 예가 있으신지요.

바둑을 보면 절로 인생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둑은 흐르는 물처럼 선후를 다투거나 욕심내지 말아야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데, 이는 제가 좋아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뜻과 상통합니다. 공직생활 36년 동안 되새기며 작은 것을 다투지 말고 큰 흐름을 짚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2021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 마스터스’가 예선을 마치고 본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격려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한국 선수들은 방향성이 주어지면 치열하게 노력하고 열심히 잘 합니다. 인구가 14억에 이르는 중국 선수과 겨루어도 밀리지 않고 최근에는 더 나은 기량을 보이고 있잖습니까? 이 대회를 통해 실력 있는 여성 기사들이 많이 배출되어 비단 남자 기사뿐 아니라 여자바둑도 세계를 호령할 수 있길 바랍니다.

실력 있는 여성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뽐내길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 마스터스’는 현재 예선전을 끝마치고 본선을 앞두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여자바둑 마스터스’의 첫발을 내디딤으로써 여자바둑의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더욱이 사상 최대 규모의 상금은 물론,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기량으로만 진검승부를 하도록 해 침체된 여자바둑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윤종원 은행장은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대회가 탄탄히 이어져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란 의지를 밝혔다.

한편, ‘2021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 마스터스’는 오는 9월 2일 대장정의 막을 내리게 된다. 1번기 결승대국은 8월 25일 오후 7시, 2번기 결승대국은 9월 1일 오후 7시, 3번기 결승대국은 9월 2일 오후 7시 각각 온라인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 해당 내용은 월간바둑 7월호에 기사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