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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꾸밈없이 솔직한
    내추럴 와인

    • 임산하
  • 자연을 닮은 와인이 있다. 기술적인 통제 없이 만들어진 내추럴 와인은 맛뿐 아니라 독자적인 레이블(Label)로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 내추럴 와인이 담고 있는 철학을 음미해 보자.
자연 그대로의 내추럴 와인

전 세계 와인 시장의 1%를 차지하고 있으나 입소문으로는 단연 정상을 구가하고 있는 내추럴 와인. ‘와인’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기품, 고상, 우아 등을 와장창 깨트린 내추럴 와인은,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것’을 지향하는 와인이다. 흔히 와인 하면 대자연의 포도밭과 오크통 속에서 발효 중인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와인 자체가 내추럴인데 어째서 ‘내추럴 와인’이 있나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완벽한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포도 재배에 살충제, 제초제,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와인이 식초로 전락해 버리는 것을 막고 장기보관할 수 있도록 이산화황과 같은 보존제를 첨가한다. 정확히 이와 반대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 낸 와인이 ‘내추럴 와인’이다. 물론 공식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유기농 방법을 지키고 와인 제조 시에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으며 이산화황이 필요한 경우 극소량만을 첨가한다.
일반적인 와인이라 불리는 컨벤셔널 와인의 경우 기술적인 통제가 이루어지지만 내추럴 와인은 어떤 인위적인 통제가 없다. 심지어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도 거르지 않는다. 때문에 컨벤셔널 와인과 같은 조화로운 맛이 아닌 다채로운 맛을 갖는다. 가꾸어지지 않은 맛은 첫 입에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느새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여운에 빠지게 될 것이다.

태초의 와인, 그 고유함에 대해

20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내추럴 와인 운동이 시작됐다.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화학자인 쥘 쇼베(Jules Chauvet)는 와인 과학자로도 불렸는데, ‘현대적 농업 기술에서 벗어나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한 그의 한 마디가 파격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떼루아(Terroir, 포도밭을 둘러싼 전반의 환경) 내의 무수한 변수가 만들어 낸 ‘진짜’의 맛을 가진 내추럴 와인. 병입 후에 2차 발효가 일어나기도 하고, 같은 품종의 포도라도 생산자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벌어지는 내추럴 와인의 자연적인 변수를 즐기는데, 이들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소는 레이블에 있다. 내추럴 와인은 지역과 품종 등을 내세우는 고전적인 레이블이 아닌 독자적이고 감각적인 레이블을 사용한다. 레이블만으로도 내추럴 와인 생산자의 철학과 개성을 엿볼 수 있다. 고전적이라 불리던 와인이 이른바 ‘힙스터’ 문화를 지향하는 현대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고 있는 셈이다.
고유의 개성과 순수한 자연이 그대로 담겨 있는 내추럴 와인. 누군가에게는 ‘군더더기’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는 자연의 속상이다. 재단하지 않는 와인. 약 8천 년 전 인류와 처음 만났던 와인의 고유한 특성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