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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절경에 물든
체코 프라하
곳곳이 고즈넉하게 빛나는 도시, 체코 프라하. 조용하면서도 강렬하고 차분하면서도 강단 있는 개성을 가진 프라하는 사계절이 모두 매력적이지만, 가을에는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다.writing. 편집실
- 블타바 강이 흐르는 프라하
우아한 정경을 선물하는 레트나 공원
유럽 내 인구 대비 녹지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프라하에서 놓칠 수 없는 가을 여행지는 레트나 공원(Letná Park)이다.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산책 장소이기에 여행객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인기 만점인데, 그 진가는 이곳 너머에서 펼쳐진다. 바로 한눈에 보이는 프라하의 그림 같은 풍경. 특히 석양빛이 하늘을 잠잠히 물들이는 해 질 무렵에는 체코에서 가장 긴 블타바 강(Vltava River)이 소리 없이 빛나고, 강 주위의 단풍 진 나무들이 어우러지면서 더없이 우아한 정경을 자아낸다. 그렇게 우리의 마음이 정화되면서 놀랍게도 생에 대한 몰입은 더욱 강력해진다. 그래서 레트나 공원에 대형 메트로놈 조형물이 있는지도 모른다. 공산주의 시절 스탈린 동상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이 조형물은 ‘역사는 되풀이되니 항상 깨어 있으라’는 교훈을 준다. 레트나 공원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깨어난다. 그것은 프라하의 전경이 주는 선물이다. 이 순간을 더욱 감미롭게 누리고 싶다면 언덕 위에 있는 레스토랑 하나브스키 파빌리온(Hanavsky Pavilion)을 들르는 것도 추천한다.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소개됐을 정도로 낭만적인 이곳에서 작품 속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 낭만적인 레스토랑 하나브스키 파빌리온
생동하는 아름다움이 가득한 카를교
프라하 하면 마치 자동 완성 단어처럼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카를교(Charles Bridge)’다. 1402년 완공되어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자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불리는 카를교는 블타바 강 위를 견고하게 가로지른다. 약 520m 길이의 다리 양쪽에는 성인(聖人) 석상이 30여 개 놓여 있어 카를교의 멋을 더욱 배가시키는데, 현재 본래 석상은 라피다리움(Lapidárium) 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으나 카를교 위에서만큼은 복제품과 진품을 가르는 것이 무의미하다. 카를교를 거니는 이들에게 복제품은 결코 가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카를교가 주는 힘이다. 거리의 악사와 화가들이 예술을 수놓아 모든 것이 생동하는 이곳에서는 어떤 것도 분리되지 않는다. 보헤미안과 여행자가 자유롭게 섞이며 단지 지금을 누릴 뿐이다.
카를교는 야경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밤이 가라앉은 블타바 강 위로 카를교를 밝힌 가로등 빛이 내려앉을 때 도시는 어둠 속에서 고고하게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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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하게 반짝이는 카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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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교 위의 악사
과거로의 여행 구시가지 광장
낭만이 감도는 카를교는 다리로서도 남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블타바 강 우안의 구시가지 광장(Staroměstské Náměstí)과 좌안의 프라하 성(Prague Castle)을 잇는 것.
마치 애니메이션 세상에 들어온 것처럼 각양각색의 개성을 뽐내는 건물들이 한자리에 모인 구시가지 광장의 별명은 ‘세계 건축의 박물관’이다. 이곳에서는 서양 건축사의 다양한 양식을 모두 만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오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에 빠지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고딕양식의 틴 성모 마리아 성당(Chrám Matky Boží před Týnem)은 80m 높이의 종탑 두 개가 구시가지의 위치를 멀리서도 정확히 안내해 이곳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그리고 구시청사(Staroměstská Radnice)도 결코빼 놓을 수 없다. 오랜 시간을 지나오며 다양한 건축 양식이 집대성된 구시청사에는 구시가지 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천문시계탑(Pražský Orloj)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서면 건축물 하나하나에 열의와 열망을 담았을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이는 듯하다. 물론 광장에서 천문시계를 바라보는 것도 놓칠 수 없다. 중세시대 천문학과 철학, 공예술 등이 집약된 천문시계는 매시 정각마다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 다함께 순간을 추억으로 공유하는 혜택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세계 건축의 박물관, 구시가지 광장
산책자를 위한 프라하 성
다음은 프라하 성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 성채 단지’로 기네스북에 오른 이곳은 체코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로마네스크 양식, 고딕 양식, 르네상스 양식 등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다양한 양식이 결합되어 하나가 되기까지 900년이 걸린 프라하 성. 그리고 프라하 성의 중심을 책임지는 곳은 성 비투스 대성당(St. Vitus Cathedral)으로 그 웅장함이 중요함을 증명한다.꾸준함과 정교함이 맞닿으면서 다채롭게 피어난 프라하 성은 넓은 정원을 갖추고 있어 산책 코스로도 제격이다. 널찍한 공간 속에 한적함을 갖춘 왕실 정원(Královská Zahrada)과 프라하 전경을 따라 거닐 수 있는 남쪽 정원(Jižní Zahrady)등이 여행자를 느긋한 산책자로 만들어 준다. 게다가 프라하 성 아래에 위치한 발트슈타인 궁전(Waldstein Palace)의 정원도 단정하면서도 정결하게 조경되어 있어 구석구석 멋이 넘친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 어떤 곳보다 눈부신 프라하. 가을을 따라 물든 단풍 아래 잔잔히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도 찬란히 물들게 된다. 프라하의 가을은 프라하 그 자체다.
- 프라하 성의 중심, 성 비투스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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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아한 멋의 발트슈타인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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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 성의 왕실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