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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슬기로운 소비 방법
우리의 모든 소비는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그러므로 착한 소비는 없다. 자원을 반복해서 순환 이용해야 하는데, 단순히 텀블러와 에코백 등을 구매하는 것에서 끝내서는 안 된다. 제로 웨이스트 소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지구에 주는 충격을 줄여야 할 때다.
writing.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점점 다가오는 인류세 위기
막대한 자원소비로 인한 생태계 파괴, 기후위기,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해 여섯 번째 생물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수백 만년이 지난 후 지성을 가진 또 다른 생명체가 등장해 오늘날 지층을 조사한다면 인간이 남긴 거대한 생물대멸종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인류세 위기라고 한다. 6천 5백만 년 전 다섯 번째 생물대멸종이 소행성 충돌로 일어난 것이라면 지금은 인간이 소행성이 되어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자연기금(WWF)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관찰한 4,392종의 20,811개체군의 규모는 현재 68% 감소했다. 지구 기온이 1.5℃ 상승하면 지구상 생물의 14%가 멸종하고, 3℃ 올라가면 29%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멸망하는 것은 지구가 아니다. 지구는 언제나처럼 태양 주위를 돌고 또 돌 것이다.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지구가 아니라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다.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포함한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거대한 가속에서 거대한 전환으로
인류세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1950년 이후를 인류세의 시작으로 본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인간의 물질소비와 이로 인한 생태계 영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인류세 위기를 주장한 파울크뤼천이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24개 지표로 인간의 사회경제 흐름과 생태 흐름을 평가한 결과 모든 지표가 1950년 이후 로켓 발사형의 급격한 증가 흐름을 보여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세 위기로 향하는 거대한 가속이 이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1750년 대비 2000년 인구는 약 12배, 1차 에너지 사용은 27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3배 증가했다. 물질소비의 급격한 증가는 소수 특권계층들만 누렸던 물질소비를 다수의 일반 대중들도 누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거대한 도약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순간 브레이크 없는 거대한 폭주가 되어 버렸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 파멸의 불구덩이로 달려드는 불나방 신세다. 우리 모두가 그동안의 소비생활을 성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자원 낭비적인 생산 및 소비 방식에서 자원 소비량을 줄이고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거대한 가속을 넘어 거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거대한 전환을 위한 과제
거대한 전환은 지구 전체적인 인간의 경제·사회 시스템의 전환을 의미한다. 자원 및 에너지의 총 소비량을 줄이면서도 경제·사회 시스템은 유지되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거대한 전환은 우리 인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 지구적 과제이면서 경제·사회 시스템의 총체적 변화를 의미한다. 자원을 채굴한 후 한 번 쓰고 쓰레기로 버리는선(線)과 같은 형태의 물질 흐름에서 벗어나 자원을 반복해서 순환 이용하는 길로 가야 한다. 즉 선형경제를 벗어나 순환경제의 길로 가야 하는 것이다. 과도한 자원 사용으로 인한 자원고갈 및 생태계 파괴 문제, 오염물질 및 쓰레기 배출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산 및 소비, 폐기까지 전 과정의 변화가필요하다. 재사용·재활용이 쉬운 제품 설계 및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등 생산자의 실질적 책임이 강화되어야 하고, 제로 웨이스트소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을 위한 재활용 체계의 혁신도 필요하다. 인류세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이처럼 전 분야의 전 방위적 혁신이 필요한데, 소비단계 소비자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제로 웨이스트 소비, 무엇을 할까?
순환경제로 가기 위해 소비자가 해야 할 역할은 적게 소비하고 잘 배출하는 것이다. 적게 소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욕망 충족을 위한 불필요한 소비, 편리함만 좇는 소비, 유행에 휩쓸린 소비를 줄여야 한다. 일회용품과 일회용 포장재, 패스트 패션 등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비문화 확산이 자원소비 및 쓰레기 발생량을 증가시키는 주범이다. 2000년 이후 테이크아웃 문화 확산으로 일회용 컵 사용량 증가가 문제 되었는데, 최근에는 음식배달 문화 확산으로 일회용 배달용기가 또 문제 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연간 약 21억 개의 일회용 배달용기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전년 대비 사용량이 20% 증가한 것이다. 음식배달 시장 규모가 2018년 5.3조 원에서 2020년 17.4조 원으로 거의 매년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일회용 배달용기로 인한 쓰레기 문제는 계속 악화될 것이다. 또한 일회용 배달용기는 음식물 찌꺼기가 남은 채 배출되는 경우가 많아 분리 배출되더라도 선별 및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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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문화를 빨리 다회용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배달용기 기준으로 일회용 배달용기를 사용할 경우와 다회용 배달용기를 20번 재사용할 경우를 비교하면, 다회용기 사용이 일회용기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만약 다회용기를 200번 사용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은 일회용기 대비 4% 수준으로 줄어든다.
소비자가 다회용기로 음식배달을 시키거나 다회용기로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다회용기 보증금 시스템과 다회용기 대여·세척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본인의 용기에 음식이나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포인트 제공 등 소비자 인센티브도 확산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다회용기를 들고 가서 필요한 제품을 구매할 수있도록 포장재 없는 제로 웨이스트 매장도 많아져야 한다. 과일이나 채소, 곡물, 세제 등을 포장재가 없거나 필요한 만큼 리필해서 살 수 있는 매장이 많아져야 비로소 소비자는 쓰레기가 없는 소비생활을 실천할 수있다. 현재 전국 곳곳에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 확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약하다. 한 동네에 한 개의 매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
제품의 공유, 교환, 수리, 재사용을 통해서 제품을 적게, 오래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집 안 곳곳에 쌓여 있는 제품 중 80%는 일년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는 조사도 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꼭 구매해서 좁은 집 안에 쌓아 둘 필요가 있을까? 필요할 때마다 편리하게 빌려 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당근마켓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필요한 제품을 빌려 쓰거나 사용하지않는 제품을 중고품으로 쉽게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물리적 제품을 디지털 제품으로 대체할 필요도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의류도 판매하고 있는데, SNS에 사진을 게시할 때 디지털 의류를 사용하는 것이다. SNS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서 매번 새 옷을 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불가피하게 소비를 했을 경우에는 잘 버려야 한다. 제대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재활용이 되는 것만을 깨끗하게 버려야 한다. 어떻게 버려야 할지는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착한 소비는 없다. 우리의 모든 소비는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소비를 멈출 수 없다면 올바른 분리배출을 통해 지구에 주는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쓰레기를 줄이고 올바르게 분리배출하는 슬기로운 쓰레기 생활, 오늘부터 당장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