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 워커힐지점 김동현 대리

    어느 날, 꽃이
    나에게로 왔다!

    • 이지연
    • 사진 김범기
    • 촬영협조 꽃초비
  • 5년 전, 그저 경험 삼아 한 번 받아본 플라워 레슨이 이렇게 인생을 바꿔놓을지 꿈에도 몰랐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꽃은 어느새 취미로 자리 잡았고, 삶의 소소한 기쁨이 되었다. 꽃을 진지하게 대하고 꽃과 만나는 시간들을 즐기는 자세만큼은 고수가 확실한 김동현 대리의 향기 나는 삶 속으로 들어가본다.
김동현 대리의 작품들
만드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에게 행복한 선물

2016년이었다. 꽃이 취미였던 선배가 “주말에 할 일 없으면 플라워 레슨에 같이 가자.”고 권했다. “남자 둘이 무슨 꽃꽂이냐.”며 손사래를 쳤다던 김동현 대리는 선배의 말에 설득 당했다.
“살아가면서 손을 써서 무언가를 만들 일이 별로 없는데 꽃꽂이를 하면 손을 많이 움직이게 돼서 좋다는 거예요.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자연과 가까이 있다는 기분에 마음이 안정된다는 말을 선배가 해줬어요. 실제로 플라워 레슨을 받아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고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뿌듯함, 즐거움을 느꼈고 수업이 끝날 때쯤 ‘다음엔 뭘 만들어 볼까?’ 생각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죠.”
꽃에 대한 좋은 첫인상과 호기심은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레슨을 받게 하는 동력이었다. 한 주에 한 작품씩 완성하는 4주 프로그램을 수강하기도 하고,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땐 한 달에 두어 번 꽃집에 가서 평소 만들고 싶었던 작품들을 차곡차곡 만들어 갔다.
2017년, 김동현 대리는 첫 월급을 기념해 ‘부모님을 위한 용돈박스’를 만들었다. 그냥 봉투에 용돈을 툭 넣어 드리는 것보다 손수 용돈박스를 만들어 드리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서였다. 서툰 솜씨였지만 생화를 특수보존 처리한 다양한 프리저브드 플라워(Preserved Flower)와 목화로 박스를 채워 넣고 그 속에 용돈봉투를 담아 부모님께 감사함을 전했다. 평소에도 살가운 큰아들이었던 김동현 대리의 깜짝 이벤트는 성공이었고 부모님께 잊지 못할 시간을 선물했다.
“꽃을 취미로 가져서 가장 좋은 점은 부모님, 은사님, 회사 선후배 등 제 주변의 좋은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꽃을 받으면서 싫은 기색을 비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거든요. 받는 순간 다들 환하게 웃어주고 기뻐했어요. 그 모습에 덩달아 저도 기분이 좋아졌죠.”
화사한 꽃다발, 꽃바구니에서부터 겨울엔 문이나 벽에 걸어두는 크리스마스 리스까지. 계절마다 다양한 계절 꽃과 소재들을 만나면서 김동현 대리의 계절들도 더 풍성해졌다.

꽃을 든 남자

지금은 꽃집을 서슴없이 드나드는 김동현 대리도 꽃과 가까워지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생소한 화훼 용어들과 장비, 처음 들어보는 꽃 이름들, 온통 낯선 것 투성이였다. 앞치마를 입는 것도 익숙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얼굴만 봐도 이름을 척 뱉을 정도로 아는 꽃들이 많아졌고 수업 시간 전 앞치마를 두르는 것도 일종의 루틴이 됐다.
“핸드타이드(Handtied)라 불리는 꽃다발 만들기는 부채를 펴듯이 손바닥에 꽃을 하나씩 돌려가며 잡아야 하는데 보기보다 쉽지 않아요. 꽃다발의 완성이라고 불리는 포장법 익히는 것도 만만치 않았죠. 지금도 ‘플로리스트의 일상’ 같은 유튜브를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저는 꽃의 고수라기보다 꽃을 즐기는 프로 취미러가 되고 싶어요.”
김동현 대리는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만들 때 컬러의 조화만 신경 써도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팁을 전했다. 또 꽃과 소재의 높낮이를 두어 전체적인 꽃의 형태를 풍성하게 만들라고 조언했다. 메인을 어떤 꽃으로 할 것인지 정해 중심을 잡고 초록의 소재들을 꽃 사이사이 장식하면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다발이 완성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요즘은 유명한 남성 플로리스트도 많아요. 저처럼 꽃을 취미 삼고 싶은 남성들이 있다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행복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용기 내어 도전해 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도 꽃을 배우기 전에는 꽃집이라는 장소가 기념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만 들르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 집 드나들 듯 편하게 오가고 있습니다.” 꽃 취미는 기업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주말에 꽃을 만지며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그 성취감이 다음주 업무를 해내는 에너지원이 되었다. 한 주의 스트레스를 꽃과 함께 하는 동안 날려버리고,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틈 날 때마다 꽃집에 가고, 틈틈이 꽃 도매상가를 드나드는 일상. 김동현 대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꽃을 든 남자’가 되어 있었다.

봄이 집 안으로 성큼!

봄바람이 제법 차갑게 불던 어느 날. 김동현 대리가 틈틈이 꽃 수업을 받는다는 집 근처 꽃집 ‘꽃초비’에서 센터피스와 가드닝 수업을 받았다. 센터피스(Centerpiece)는 테이블 중앙에 놓는 장식 꽃으로 화분에 초와 꽃을 조화롭게 꽂아 완성하는 작품이다.
꽃잎이 반질반질한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를 메인으로 김동현 대리가 가장 좋아하는 은은한 피치 코랄 컬러의 카라멜 카네이션과 퀵샌드 장미가 하나 둘 자리 잡기 시작했다. 보라색 아네모네는 포인트가 되어 주었고, 쌀알 모양의 ‘라이스플라워’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뽐냈다. 기다랗게 뻗어나간 새하얀 설유화는 센터피스 전체의 셰이프(Shape)를 물 흐르듯 유려하게 만들었다. 김동현 대리의 손을 거쳐 연하고 부드럽고 살랑이는 봄의 특징들이 센터피스 하나에 듬뿍 담겼다. 선생님의 작품과는 또 다른 멋이 느껴졌다. 김동현 대리의 꽃 스승인 김지우 플로리스트는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이 작품에 그대로 드러난다.”며 “꽃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길 줄 아는 것이 장점”이라고 칭찬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여러 가지 계절 꽃을 화분에 심어 ‘나만의 미니 정원’을 만드는 ‘가드닝 수업’이 이어졌다. 김동현 대리는 화분 아래 물구멍에 거름망을 올리고 그 위에 난석을 깔아주면 배수층이 만들어져 물 빠짐이 원활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양토 위에 봄의 전령 튤립과 나르시시즘(Narcissism)의 상징 수선화, 여름의 여왕 수국을 조화롭게 배치했고 수분 손실 방지를 위해 마사토와 데코용 자갈을 올려 가드닝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계절 꽃들을 한곳에 모아놓으면 계절 전체를 집으로 들이는 기분이에요. 음식도 제철음식이 몸에 좋듯 꽃도 계절 꽃을 즐기는 게 봄을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오늘 가드닝 수업 때는 쓰지 않았지만 화사한 겹벚꽃과 따스하면서 소박한 유채꽃을 집 안에 들이시면 봄을 듬뿍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간혹 꽃집에서 사긴 아깝다며 길가에 핀 유채꽃이나 벚꽃들을 꺾어와 꽂아두는 경우가 있는데 야외에서 자란 꽃에는 진드기나 벌레 유충들이 숨어 있어서 절대 꺾어오시면 안됩니다.(웃음) 매일이 특별한 날이라는 생각으로 나와 가족을 위해 꽃 한 송이 들고 귀가하는 아름다운 4월이 됐으면 합니다.”
꽃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는 김동현 대리는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은 ‘나’를 위한 것이고, 선물할 때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 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것이 ‘꽃’ 이라고 예찬했다. 꽃을 만나고서 활짝 피어났다는 김동현 대리의 삶이 이 봄, 꽃과 함께 더욱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계절 꽃들을 한곳에 모아놓으면 계절 전체를 집으로 들이는 기분이에요.
음식도 제철음식이 몸에 좋듯
꽃도 계절 꽃을 즐기는 게 봄을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TIP 김동현 대리가 알려주는 일상에서 꽃을 쉽게 즐기는 방법
1.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꽃을 가볍게 만나 보기
2. 플로리스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3. 꾸까, 어니스트플라워 등 ‘꽃 정기구독’ 프로그램 신청하기
4. 강남, 양재 등 ‘꽃 도매시장’ 가보기
5. 일주일에 한 번, 나를 위해 꽃 한 송이 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