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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연금부 이제훈 차장

    귀염 뽀짝 삼 형제와 아빠의
    세상에 하나뿐인 접시 만들기

    • 정임경
    • 사진 김범기
  • 주말이면 늘 세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 앞 공원으로 출동한다는 퇴직연금부 이제훈 차장이 이번 주말은 공원이 아닌 공방으로 향했다. 자전거 타기, 연날리기 대신 흙으로 접시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작은 손으로 조물조물 흙을 만지며 예술적 면모를 드러낸 귀염뽀짝 세 아이와 이런 아들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에 하트가 뚝뚝 떨어지는 아빠의 기분 좋은 데이트 현장에 동행했다.
오늘은 우리도 아티스트!

이제훈 차장의 세 아들은 IBK기업은행과 인연이 깊다. 첫째 하율이, 쌍둥이 서준, 시우의 이름을 8년 전, 6년 전 아이들이 태어날 때마다 은행에서 이름을 지어줬다고. 갓 태어난 작은 생명의 이름을 선물 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하율이는 올해 초등학생이 되었다.
“어느 날 5명의 지인으로부터 똑같은 내용의 쪽지가 왔어요. 사보 직원 활동 코너에 세 아들과 함께하면 좋은 체험 기회가 있으니 참여하라는 것이었어요. 확인해보니 주제가 도예더라고요. 예전에 평택 지점에 근무할 때 사내 문화 행사로 이천 도자기 마을을 방문해 파스타 그릇을 만들었어요. 그때 기억이 좋아 언젠가 또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이 오늘이네요(웃음). 8살, 6살이 된 아이들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이제훈 차장은 하율이, 서준이, 시우 세 아들과 함께 토요일 오전 강남의 한 도예 공방에 들어섰다. 조용했던 공방은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금세 생기발랄한 에너지로 가득 찼다.

“오늘 어떤 접시를 만들고 싶어요?”라는 강사의 질문에 아이들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슈퍼마리오요!”, “요시!”, “요시요!”라고 좋아하는 캐릭터의 이름을 외쳤다. 그렇게 첫째 하율이는 슈퍼마리오를 쌍둥이들은 쌍둥이 아니랄까 봐 똑같이 요시를 선택했다. 요시는 슈퍼마리오에 나오는 공룡 캐릭터라는 아빠 이제훈 차장의 설명이다.

오늘의 미션은 손으로 쌓아 올린다는 뜻을 지닌 핸드빌딩 트레이 만들기로 원하는 모양의 접시를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이다. 평소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집에서 매일 접는 색종이가 아닌 말랑말랑한 흙이라 더 신난 표정이다.

말랑말랑한 흙으로 눈, 코, 입을 만들어요

먼저 선생님이 흙을 밀어 슈퍼마리오와 요시 얼굴 모양의 바닥을 아이들에게 건넸다. 그다음 아이들이 조물조물 만진 흙을 길게 밀어 바닥 모양을 따라 한층 쌓아 올린 뒤 붙이는 작업에 나섰다.
“물이 새지 않게 바닥의 흙과 쌓아 올린 흙을 잘 붙여주세요!”라는 강사의 말에 아이들은 조그마한 검지손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반복해 움직이며 조그만 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아빠, 이러면 물이 안 새는 거야? 이렇게 하면 돼?”라며 거듭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아이들은 어른 못지않은 야무진 손길로 자기만의 접시를 만들어나갔다. 그다음, 접시에 정체성을 불어넣을 시간. 캐릭터의 눈, 코, 입을 붙이기 시작했다. 하율이는 흙을 동글동글하게 만들어 슈퍼마리오의 큰 눈과 큰 코로 중심을 잡는다. 서준이와 시우는 똑같은 요시를 만들어도 완전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다.
서우가 큰 눈 그리고 큰 코를 표현해 생동감을 더했다면 서준이는 작은 눈, 작은 콧구멍만으로 개성 넘치는 요시를 표현해냈다. 전혀 다른 해석이 정말 재미있다. 조물조물 눈을 하나 만들고, 코 하나 만들고 할 때마다 세 아이의 질문 폭격이 쏟아졌다.
“집에 있는 아빠 그릇처럼 여기 색칠하는 거야?”, “아빠, 이거 우리 집에 가지고 가?”, “아빠, 그런데 나 여기에 뭐 담을까?”, “여기에 밥 넣어도 돼?”, “아빠, 나 잘하고 있어?” 작품을 만드는 동안 아이들은 수백 번 “아빠”, “아빠”, “아빠”를 불렀다. 그럴 때마다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아이들 물음에 성심성의껏 답해주는 이제훈 차장의 모습은 좋은 아빠임을 짐작하게 했다. 물론 이제훈 차장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아이들이 말하길 이제훈 차장은 참 좋은 아빠다.
아이들은 작업 도중 흙이 굳지 않게 물을 묻혀가며 울퉁불퉁한 부분을 평평하게 만져 준다. 물을 머금은 스펀지로 흙을 톡톡 두드리는 모습이 꽤 자연스러워졌다. 아이들이 접시가 완성되는 것을 아쉬워하자 선생님은 흙을 조금 더 건네며 만들기를 제안했다. 하율이는 슈퍼마리오의 몸집을 크게 하는 버섯을, 서준이는 타요의 혀를, 시우는 악어로 솜씨 발휘를 했다.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하던 스스로 재미있으면 좋겠어요.
어떤 일을 하던 잘 풀리고 남들 눈에도 좋아 보이면 좋겠지만,
그러한 것보다는 많이 가지지 않아도 좋으니 자신이 선택한 그 길 위에서
재미를 찾고 행복을 누리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힘센 우리 아빠가 좋아요!”

“오랜만에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한 것 같아서 정말 좋습니다. 함께 어디를 가도 이제는 셋이 잘 노니깐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게 되는데, 오늘은 함께 만들고 완성해 더 뿌듯하다고 할까요. 다음에는 아이들과 컵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웃음).”
아이들 또한 기다렸다는 듯이 “재미있었어요!”라며 큰 소리로 답한다. “접시에 밥이랑 김을 놓고 먹을 거예요!”라는 시우와 닌텐도의 “칩을 둘 거예요!”라는 서준이 그리고 고민을 조금 더 해봐야겠다는 신중파 하율이까지. “아빠 오늘은 얼굴을 만들었고, 내일 다시 와서 몸 만들어요!”라는 하율이의 말에 쌍둥이 또한 “내일 또 오자!”, “또 와”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은 아빠가 좋은지 셋 다 아빠에 엉겨 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이제훈 차장은 좋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가 셋이나 되니 말이다. 아들들과 함께라면 무엇을 해도 든든할 터. 물론, 세 아들을 키우는 일이 어디 쉬우랴. 그래도 힘의 원천 또한 하율이, 서준이, 시우 세 아들일 것이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아빠이기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힘도 얻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하던 스스로 재미있으면 좋겠어요. 어떤 일을 하던 잘 풀리고 남들 눈에도 좋아 보이면 좋겠지만, 그러한 것보다는 많이 가지지 않아도 좋으니 자신이 선택한 그 길 위에서 재미를 찾고 행복을 누리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빠를 보고는 씩 웃어 보이는 하율이는 “우리 아빠는 힘센 아빠라서 좋아요! 아빠 배를 타고 올라가 거꾸로 매달리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라며 아빠 자랑에 나섰다. “하율이 같은 아들은 10명도 키우겠어요.”라는 이제훈 차장은 의젓한 하율이가 있어 늘 마음이 든든하고, 그래서 더 미안하단다. 첫째이자 형이라는 이유로 동생들에게 모범이 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지 부쩍 돌아보게 된다고. ‘하율이도 이제 겨우 여덟 살’이라는 걸 끊임없이 상기하는 요즘이란다.
동생들이 태어나기 전 아빠, 엄마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온 하율이는 코로나가 끝나면 가족들과 여행이 가고 싶다고 귀띔했다. 예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떠난 여행길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우는 “캠핑!”이라며 특유의 귀요미 눈웃음을 지었다.
아이들과 헤어질 시간. 잘 가라는 손 인사를 건네니 서준이와 시우는 달려와 취재진을 꼭 안아준다. 아, 어찌 이 아이들을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유난히 인사성도 밝고 애교도 많아 동네 어르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쌍둥이라는 이제훈 차장의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세 아들과 아빠 이제훈 차장 곁에 늘 행복이 머무르길 바라본다.